설악산 울산바위-설악의 봄꽃,노루귀꽃과 바람꽃을 만나다.
노루귀꽃
어쩌면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까?
가까이 보지 않아도...
오래보지 않아도 충분히 예쁜 홍노루귀꽃이다.
꽃말이 "수줍음" 또는 "인내"
설악산 울산바위-설악의 봄꽃,노루귀꽃과 바람꽃을 만나다.
일시 : 2019년 3월 9일 일요일
노란 물결이 작은 개울가에 가득 담긴 산수유꽃 사진에 반해
산동 산수유 마을을 다녀왔지만 오히려 예쁜 꽃에 대한 갈증만 더 심해졌다.
예년보다 봄꽃의 개화가 빠르다 하여 일주일 일찍 갔더니 아직 산수유꽃은 이르다.
산수유꽃의 잘못도 아니고 서둘러 보고 싶어 안달한 내 잘못이니 누구를 원망할까?
그래 설악의 봄꽃, 노루귀꽃과 바람꽃이 피었다는 설악으로 가자!
봄꽃의 갈증과 설악의 갈증, 모두를 해감오고 오자.
8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아내를 태우고 출발한다.
늦은 시간에 출발하여 차가 막힐까봐 걱정했는데... 고속도로는 제몫을 한다.
소공원 케이블카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10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다.
며칠전 내린 눈이 아직 산의 정상부에는 그대로 남아 있어 겨울에도 보지 못했던 설산의 풍경이다.
분명 혼자 왔다면 저 눈을 보러 갔으리라!
신흥사 카페 뒷쪽에 도착해서 노루귀꽃을 찿는다.
여자 한분이 작은 매트에 엎드려서 노루귀꽃을 렌즈에 담느라고 정신이 없다.
조심 조심... 노루귀꽃 사이로 발걸음을 옮긴다.
노루귀꽃도 지나고... 현호색 군락지도 지나고... 넓은잎제비꽃일까?
배낭을 내팽개치고 조심스럽게 바닥에 엎드려 노루귀꽃을 만난다.
사람끼리만 소통하고 공감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예쁜 꽃을 만나려면 눈높이를 맞춰 소통해야 한다.
거친 산자갈이 가끔 무릎을 아프게 해도 그냥 기분이 좋다.
어제 트레킹의 여독이 남아 있지만 노루귀꽃을 만나는 순간 거짓말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아내가 빨리 오라고 전화를 해도 난 무시하고(?) 한참을 더 엎드려 있은 후 일어났다.
노루귀꽃을 만나고 변산바람꽃을 찿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한참을 찿으니 돌담 가까운 곳에서 싸늘한 아침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혹시 너도바람꽃 아닐까?
아내가 기다리지 않았다면 아마 난, 신흥사 뒷편으로 가서 하루 종일 꽃을 만나고 다녔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멈출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내 내발걸음은 다시 커다란 바위들 틈에서 예쁜꽃을 피우고 있는 노루귀꽃밭에서 멈춰선다.
아내에게 울산바위를 가자고 했으니 울산바위를 다녀와야지!
안양암을 지나자 어제의 아쉬움을 생강나무꽃이 대신하려 한다.
걱정했던 아내가 제법 잘 따라온다.
10여년전 애들과 함께 올랐던 울산바위, 감회가 새로운듯 아내는 연신 그때 얘기를 한다.
흔들바위에는 10여명의 산객들이 모여 있다.
흔들바위 아래쪽 마당바위에서 보름전 다녀온 달마봉을 당겨서 인사를 한다.
탐방객이 적으니 이런 호사도 누려본다.
혼자는 끔적도 하지 않는 흔들바위지만... 영차~ 어림도 없다.
울산바위!
산의 울타리같다고 붙여진 이름이지만 우리는 금간산으로 가던 울산에서 온던 바위가 설악에 주저 앉았다는 얘기를 더 많이 한다.
873m의 암봉인 울산바위는 6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한산의 높이가 837m이니 북한산보다 36m가 더 높지만 설악의 더 높은 봉우리들 탓인지 우리는 마치 뒷산 취급을 한다.
몇년전에 경사도를 낮추고 교행이 가능하도록 등로를 개선하였지만
그래도 계단을 오르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설산의 설악을 파노라마로 담는다.
누가 경칩이 지난 춘산의 모습이라고 하겠는가?
기억에 없던 테라스가 나를 기분 좋게 한다.
생각같아서는 이곳에서 비박을 하며 하루를 온전하게 보내고 싶다.
울산바위 정상에 있던 고목나무와 사진사가 보이지 않는다.
작은 정상석이라도 하나 세우면 어떨까?
울산바위, 그리고 天吼山이라고...
혼자 올라온 산객들의 사진도 담아주던 사진사였는데...
정상밑에 있는 전망대를 오른다.
정상부위는 생각보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 제법 추위가 느껴진다.
바람이 불지 않는 바위틈으로 자리를 옮겨 간단히 점심을 먹는다.
군고구마와 구운 계란, 그리고 맥주 한캔이 오늘의 점심 메뉴다.
북적이던 울산바위 정상부는 갑자기 조용해진다.
올라오는 산객들도 뜸해지고... 바람만 차지 않다면 하루 종일 앉아 있고 싶다.
사실 울산바위 서봉을 다녀오지만 이곳이 훨씬 더 조망이 좋고 풍광이 좋다.
서봉이 좋은 것은 한적함뿐이다.
돌아오는 길도 우려와 달리 고속도로가 생각보다 소통이 원활하여 별 불편 없이 귀가를 한다.
비가 내릴지 모른다는 걱정도 기우였다.
물론 그래도 파란 하늘과 따사로운 봄 햇살이 조금 그립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