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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군자산(南君子)-비 그친 산은 대박이거나 쪽박이거나

Edgar. Yun 2020. 5. 8. 10:50

남군자산에서

형보다 아우가 나을거라 생각했다.

가끔 나타나는 암릉도... 속리산 주봉과 대야산이 한눈에 보이는 조망도...

그러나 비 그친뒤 오른 남군자산에는 짙은 안개뿐이었다.

 

남군자산(山)-비 그친 산은 대박이거나 쪽박이거나

일시 : 2020년 5월 10일 일요일

코스 : 화관평마을-삼형제바위-남군자산-보람원-화관평마을

 

토요일 가기로 계획했던 설악산 산행이 전국에 내린 비로 취소되어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가뭄이 해소 되어 산불도 예방되고 모내기에도 큰 도움이 될 만큼 많은 비가 내려 반가운 단비였으나

주말에 오는 비라 좀 얄밉다는 생각이 든다.

이가영 시인은

"나이가 들수록

차차 흐림 일기예보에 예민해져 간다"고 했는데

차차 흐림도 아니고 왜 하필 주말에 하루종일 비가 오냐구요

어쩌랴!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하늘의 결정인것을...

 

할 수 없이 비 그친 일요일 아침, 지난 연휴 근로자의 날에 막장봉과 장성봉을 오른뒤 열흘만에 다시 쌍곡계곡을 찿는다.

군자산과 남군자산을 놓고 망설였으나 풍광이 남군자산이 좋아 보여 먼저 남군자산을 선택한다.

높이는 군자산보다 121m가 낮지만 암릉과 기암이 곳곳에 있으니 먼저 찾는데 형보다 아우가 더 나은건가?

다음에 군자산을 다녀올 계획이니 다녀오면 분명해질 일이다.

 

칠보산과 막장봉, 그리고 장성봉을 다녀 갔더니 이곳 칠성면의 산하가 제법 눈에 익어 있다. 남군자산은 막장봉에서 더 잘 조망이 되었던 것 같다. 가능하다면 괴산 35산에 포함되어 있는 갈모봉까지 다녀왔으면 좋겠는데...

 

하관평마을 마을회관 근처에 주차를 하고 남군자산으로 향한다.

상추를 담장밑 탓밭에 심는 할머니와 인사를 하고 돌아서니 이게 뭐지?

비탐방 출입금지 플래카드가 담벽에 걸려있다.

2017년 해제되었다고 한국의 산하에서 보았는데... 제수리제에서 남군자산 코스만 비탐아니었나?

 

하관평마을에서 남군자산 들머리는 헷갈리기 쉽다는 블로그들의 말에 주의하며 걷지만

여기저기 리본들이 나부끼는 이정표 없는 등로는 더욱 헷갈리게 한다.

 

 

 

능선으로 올라서는 길목에서도 여러번 갈림길이 나와 망설이게 한다.

짙은 안갯속에서 산철죽이 연분홍꽃잎을 비에 바치는 공양미처럼 등로에 피어 산객을 위로 한다.

 

 

 

 

잠시 보람원으로 내려서는 길로 알바를 하고 삼형제바위로 향한다.

이곳에 서면 속리산의 주능선과 대야봉이 지척에 보여야 하는데 아무것도... 아니 짙은 안개만이 보인다.

 

 

 

 

아마도 오늘의 주연은 산철죽이 아닌가 싶다.

아직 빗물을 담은 연분홍꽃잎이 사랑스럽게 바람에 흔들린다.

 

 

 

 

 

짙은 안갯속에서 삼형제바위가 산객을 덤덤히 맞고 있다.

아내는 그래도 좋다고 신났지만 난 그리 신이 나지 않는다.

 

 

애초 시작이 잘못되면 다시 잘하기는 쉽지 않다.

바람이 데려다주었다고 투덜될지 몰라도 삶은 바람의 것이 아닌 소나무의 삶이니까 말이다.

벌써 잔가지가 말라 죽어가지만 소나무는 어찌 할 수 없다.

 

 

 

 

칠일봉에도 산철죽이 가득 피어 있다.

산철죽의 키는 구척장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온통 철죽꽃이다.

 

 

 

 

 

 

남군자산에 올라서니 십여명의 산객들이 소란스럽다.

제수리제를 지날때 미니버스에서 내리던 산객들로 막장봉 가나보다 했는데 남군자산을 오른 모양이다.

산객들이 자리를 피해주는 동안 암릉사이에서 피어있는 철죽을 담아본다.

 

 

 

누구나 군자이고 싶지만... 누구도 군자가 아니다.

 

아 야속한 안개여

칠보산의 조망이 워낙 좋아서 지난주 막장봉을 다녀오고 괴산35산을 종주하려 했는데...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노래

자욱한 안개속에 희미한 가로등 아래 쓸쓸한 두그림자 아무말없이...

두부조림에 막걸리 한잔을 위로주로 받는다.

 

 

 

또다시 제수리제 방향으로 잠시 알바를 하고...

아마도 기대했던 조망을 보지 못했는지 내 산객인생 하루 두번의 알바는 없었는데 오늘 그 기록을 바꿔 적는다.

다시 정상으로 올라와 오늘은 그냥 오던길로 내려서기로 한다.

무릅이 좋지않은 아내를 데리고 갈마봉을 가는것은 미련한 욕심이다.

모르고 왔던가!

비 그친뒤 산행은 대박이거나 쪽박인것을...

그래도 비멎지 않고 산행을 마쳤으니 이얼마나 다행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