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도와 만지도 출렁다리
천지개벽을 해야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작은 변화도 桑田碧海와 같은 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것이다.
연대도의 옆에 있던 작은 만지도는 출렁다리가 놓여 진 뒤에 수를 헤아릴수 없을 만큼의 인파가 몰려온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도 이런 변화가 필요한데...
통영 연대도&만지도 - 햇살 가득한 봄바다를 만나다.
일시 : 2019년 3월 16일 토요일
예전에는 무박으로 떠나지 않으면 다녀 올 수 없는 섬산행이 어느 산악회의 공지에 올라 왔다.
해양수산부의 "2019 봄에 가고 싶은, 꽃보다 아름다운 섬" 7선에 선정되어 있는 통영의 연대도와 만지도이다.
무박으로 다녀와야 하는 거리를 당일로 다녀오려면 여유가 없어 또 망설여지지만
그래도 무박보다는 좋으니 선뜻 신청한다.
일년내내 내가 좋아하는 산만 혼자 다니니 아내를 위해서 섬산행 한번쯤 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복정역에서 7:10에 탑승하려면 서둘러 집을 나서야 한다.
새벽 일찍 일어나 베낭을 챙기고 아파트 밖으로 나서니 어제 비가 온 탓일까?
꽃샘추위에 제법 쌀쌀하다.
그래도 미세먼지가 없으니 얼마나 다행일까?
아마 오늘은 옥빛의 봄 바다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통영이 멀기는 멀다.
12시가 다 되어 달아항에 도착한다.
가뜩이나 좁은 버스인데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의자를 뒤로 가득 젖혀 더 불편한 여행길이 되었다.
한번은 너무 갑자기 뒤로 젖혀 의자가 무릅에 부딪혀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더 불편해지기 싫으니 참을수 밖에 없었다.
나이도 꽤 많은 분들이라 주위를 배려할만도 할텐데...
나이가 너무 많아서 그랬을까?
달아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배로 올겨타고 연대도 선착장으로 향한다.
제법 쌀쌀하던 날씨도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가득하자 상쾌한 봄날이 된다.
15분의 짧은 항해를 마치고 연대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12시가 넘었으니... 우선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
혼자라면 간단한 행동식으로 허기를 피하고 트레킹을 마치고 쏘맥한잔 햐겠지만 아내는 점심부터 먹어야 한다.
선착장에 있는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포장마차에 들려 해물라면과 멍개비빔밥을 주문한다.
해물라면은 7,000원, 멍게비빔밥은 10,000원
한참을 기다려 나온 해물라면과 멍게비빔밥, 그리고 밑반찬은 기대이하다.
해물라면에는 작은 새우 하나, 1년생으로 보이는 작은 전복하나 들어 있는 것이 전부
멍게비빔밥은 한 숟가락뜨니 비린내만 가득하다.
조금 참은뒤에 만지도에 가서 먹을걸...
포차에서 나와 먼저 만지도로 향한다.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어 버린 작은 출렁다리를 건머면 만지도에 도착한다.
출렁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니 제법 큰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며 지나간다.
출렁다리에서 만지도 마을은 그리 멀지 않다/
잘 만들어진 데크를 따라 걸으며 봄내음 가득한 바다향에 취해본다.
해안가 바위에 풍란이 있다... 욕심도 조금 나고...
여기와서 점심을 먹었어야...
평탄한 데크길을 따라돌던 길은 금애강정으로 향하기 위해 오르막으로 올라야 한다.
등로 주변에는 생각보다 두릅나무가 많다.
욕지도가 보이는 금애강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지난주 설악의 울산바위를 다녀온 후휴증인지 아내가 몹시 힘들어 한다.
금애강정에서 다시 오르막을 오르면 99.9m라는 만지봉이 나온다.
산자고는 지천으로 피어 있고 1,000m가 넘는 산들보다 더 큰 정상석이 트레커를 반긴다.
이곳에서 비박을 하면 얼머나 좋을까?
저녁 반찬은 ㄷ릅나물이면 좋을거고... 아침은 낚시해서 매운탕으로...
다시 만지마을로 내려와서 출렁다리를 건넌다.
아내가 몹시 힘들어 해서 연대봉은 물론 연대도 트레킹이 걱정된다.
연대마을을 지나면 다랭이 밭을 만난다.
예전에는 유채꽃이 가득 피었다는데 올해는 묵밭이 되어있다.
별꽃과 냉이꽃이 가득피어 있지만 누구도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해양수산부 추천에도 다랭이밭의 유채꽃이 대표 꽃으로 되어 있는데 아쉽다.
부녀회에서도 부실한 음식을 팔려고 하지 말고 볼거리를 만들어 소문듣고 찿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냉이밭인지 파밭인지...
몽돌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를 지나자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복사꽃이 군락을 이루고 피어 있다.
벌써 복사꽃이?
서울의 복사꽃은 4월 말에 피는 복사꽃이 벌써 피는 것을 보면 남도는 남도이다.
아내가 몹시 힘들어하니 연대봉과 연대도 트레킹을 멈춰선다.
돌아서서 몽돌해변으로 내려선다.
멈춰서니 시간이 갑자기 여유가 생겨 다랭이밭에서 쑥을 한봉지 뜯는다.
갑자기 쑥머무리가 먹고 싶었다.
몽돌해변에 앉아 솔비가 싸준 치킨강정과 캔맥주로 피로를 풀어낸다.
물론 연대봉을 가지 못한 아쉬움과 연대도를 돌지 못한 아쉬움이 그리 쉽게 가시지 않는다.
몽돌해변에서 다시 올라와 데이지 꽃밭을 찿는다.
평화의 꽃말을 가진 데이지꽃밭 앞에는 노인 한분이 아이스박스에 캔음료를 담아 놓고 팔고 있다.
유채꽃과 소나무
아곳으로 비박을 오면 두릅도 지천이고 갯무도 지천이니 반찬 걱정은 없겠다.
만원에 7마리.
아낙네가 나와 지나가는 트레커에게 반간조 가자미를 팔고 있다.
시간이 남아 라이부카페를 기웃거리고...
꽤 나이가 있어 보이는데 마치 삼십대의 가수처럼 목소리가 청아하고 곱다.
두릅과 방풍나물을 팔던 할머니들은 모두 철시한 선착장에서는 낚시가 한창이다.
달아항으로 돌아와 문어 한마리를 3만원에 산다.
집으로 돌아와 데쳐서 쏘맥 한잔... ㅋ 피로는 이렇게 푸는거야^^
이제 올해 섬산행은 당분간 끝이다.
이것이면 충분하다.
산으로...
산으로...
설악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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