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
변산에서 만나지 못했던 노루귀꽃을 이곳 완도 상왕봉에서 만났다.
꽃이 콩알처럼 작아 바람꽃으로 착각했으나 불친들의 의견이 노루귀꽃이라고...
다시 보니 노루귀가 맞다.
따뜻한 봄햇살에 활짝 피어야 하지만 안개처럼 자욱한 미세먼지에 햇살이 없으니 꽃도 활짝 필수가 없다.
상왕봉-미세먼지속에서 노루귀꽃을 만나다.
일시 : 2019년 3월 2일 토요일
코스 : 대구미~심봉~상왕봉~백운봉~업진봉~숙승봉~원불교 청소년수련원
황금같은 3일의 연휴?
준비 안된 황금 연휴는 없다.
어찌하다보니 연휴가 코앞이고 1일은 아내 생일이니 산에 가기 어렵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남한산성 오른것이 전부다.
산에 가기는 가야겠고... 어디를 가지?
아내 생일 저녁파티를 끝내고 뒤늦게 인터넷을 뒤진다.
남도의 꽃구경 산행은 모두 무박산행이다.
언제인가부터 무박산행이 부담스러워져 가지 않는다.
남도의 봄은 느껴보고 싶고... 무박은 싫고... 에고 거기다가 수도권은 미세먼지 극히 나쁨이란다.
한참을 뒤지다 발견한 완도의 상왕봉
예전에는 무박으로 다녀오던곳인데 당일 산행이다.
그런데 당일산행이 가능할까?
멀긴 멀다.
출발한지 5시간이 걸린 12시가 넘어서 들머리에 도착한다.
안내하는 산악회대장은 내려오는 내내 올라가는 걱정뿐이다.
들머리에서 옷을 벗고 출발을 하니 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렇지! 안내산악회는 이런 스타일이었지!
한참을 된 오르막을 오른다.
어찌하여 지난주 설악의 달마봉 오를때보다 더 힘들고 종아리가 땡기지?
에전에 같이 산행을 한적이 있는 에녹님과 아벨님을 조우, 인사를 나눈다.
에고...반갑지만 따라 오르기 어렵다.
첫번째 조망처에 올라 완도 앞바다를 담아보지만 미세먼지가 마치 해무처럼 보인다.
언제나 미세먼지 걱정없이 살수 있을까?
조망처를 지나쳐 오르다 올해 처음 산자고를 만난다.
바닥에 업드려 카메라렌즈를 가까이 하니 부추와 파의 향기가 섞인 산자고의 향이 코를 찌른다.
두번째 조망처에 올라 심봉을 담는다.
바람이 불어오지만 미세먼지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복수초는 원없이 만난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상왕산에서 다시 복수초를 만난다.
혹시 노루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노루귀는 만나지 못하고 기대하지 않은 복수초를 만나니... 이것이 인생이다.
노루귀꽃이다.
아! 이렇게 반가울수가 있을까?
얼레지도 봄을 준비하고 있다.
"질투"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 얼레지가 벌써 꽃망울을 밀어 올리고 있다.
"헉헉" 드디어 첫번째 정상 심봉이 보인다.
정상석이 마치 촛대를 닮았다.
바람이 세차지만 춥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사진을 찍을수 없을정도의 바람은 올백스타일을 요구한다.
상왕봉으로 향하다 돌아서서 심봉을 바라보니 뒤늦게 올라오던 산객들도 바람속에서 심봉을 닮고 있다.
심봉에서 상왕봉은 가까이에 있다.
미세먼지 탓인지 목이 칼칼하지만 그래도 불어오는 바람이 위안이 된다.
상왕봉에 오르면 청산도가 보이고 멀리 보길도도 보여야 하는데
해무처럼 가라 앉은 미세먼지에 발아래 바다조차 보이지 않는다.
상왕봉에서 백운봉으로 가는 길은 멋진 숲길이 이어진다.
완도 수목원 가로질러 가는 내내 멋진 난대림 숲길이 이어진다.
서울서 가깝다면 여름에 다시 와서 비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백운봉의 정상석은 다른 산들의 정상석과 다르게 자연석에서 새겨 넣었다.
마치 제단을 쌓은듯한 형태의 정상석은 그 어떤 정상석보다 운치있고 멋이 있다.
백운봉에서 업진봉은 지척이다.
걷기 좋은 등로를 따라 조금만 걸으면 업진봉, 모든 업이 소멸된다는 이름일까?
바라옵건데 평온을 기원하니 내모든 업을 소진하여 주옵소서!
숙승봉 가는 길목에서 다시 노루귀꽃 군락지를 만난다.
업드려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내가 궁금한지 지나던 산객도 멈춰서 노루귀꽃을 대충 담고 사라진다.
발음이 쉽지 않은 숙승봉, 한문도 병행하여 표기하면 뜻을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노산객이 기다렸다 사진에 담아주니 고맙다.
사실 혼자오면 사진을 담기가 그리 쉽지 않다.
특히 난 사진을 잘 부탁하지 않으니 더더욱 그런데...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어주시니 너무 고맙다.
이제 날머리까지는 1.4km
시간은 1시간반이나 남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내려서고 싶지만
보이는 것은 미세먼지이니 서둘러 하산을 한다.
하산길은 의외로 가파르고 길어 지루하게 느껴진다.
개천가에 늘어선 동백나무, 아직 만개하기에는 이른가 보다.
물에 잠긴 숙승봉이 저멀리 있는 숙승봉보다 더 깨끗해 보인다.
미세먼지만 없었더라면 더 기분 좋은 산행이 되었을텐데... 아쉬움이 크다.
날마리에 도착해서 배낭을 내려 놓고 울타리 너머에 핀 매화와 동백꽃을 구경한다.
울타리 너머에는 백매화와 홍매화가 이미 꽃잎을 떨구고 있다.
미세먼지속에 봄은 이미 달아나고 있다.
출발을 하려면 1시간을 넘게 기다려야하지만 마땅히 할 일이 없다.
날머리 주변에 식당이 없으니 한산주 한잔도 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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