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 벚꽃
설악의 벚꽃들은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데 경포대의 벚꽃들은 이미 만개하였다.
속초와 차로 20분 차이의 거리인데 이렇게 차이가 난다.
서락산 - 토폭 전망대, 그리고 경포대 벚꽃...
일시 : 2019년 3월 30일 토요일
밴드에 번개공지를 하였지만 신청인원은 달랑1명, 결국 공지를 폭파하지만
전국적으로 비바람이 예보되어 산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어딜가지?
혼자라도 그냥 떠나자!
떠나는데 꼭 일행이 있어야하는건 아니다.
그냥 바람처럼 떠나면 되는거다.
오락가락하던 비는 인제양양터널을 빠져 나오자 거짓말처럼 그치고 하늘이 밝아진다.
설악으로 빠지기전에 졸음휴게소에 들려 둔전저수지와 대청봉을 담아본다.
둔전계곡 입구에서 관모봉, 그리고 아홉살골 사이의 탐방로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니 기대가 된다.
통일신라 시대의 고찰인 진전사도 만나보고 싶다.
올봄에 먼저 다녀올까?
설악은 한참 구름을 걷어내려고 애를 쓰지만 황철령 너머에서 밀려드는 구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 설악이 알프스의 고봉같다는 생각이 들며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기대했던 설악로의 벚꽃은 아직 최소 일주일의기다림이 필요할것 같다.
일부 벚나무는 꽃잎을 달았지만 목우재를 지나자 붉은빛의 꽃망울뿐이다.
산에는 오르지 않으려고 청바지를 입고 왔는데 토왕성폭포를 보니 토폭전망대를 가고 싶어진다.
아직 얼음을 미쳐 털어내지 못한 토왕성폭포는 아직도 겨울의 언저리에 남아 있지만
불어오는 봄바람을 계속 피할 수는 없을거다.
봄은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오지 않는다.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게도... 관심없는 사람에게도 소리 없이 온다.
결국 소공원에 주차를 하고 토폭전망대로 향한다.
비룡교를 건너 토폭으로 향하다가 쌍천을 건너다 보니 지난달 시제를 올렸던 달마봉과 울산바위가 지척이다.
달마처럼 보이지 않고 아프리카의 작은 맹수 자칼처럼 보인다.
오늘따라 소나무가 더 멋있게 보인다.
아마 새벽에 일어나 읽었던 정현종 시인의 "비스듬히" 때문인듯 하다.
조금 삐딱하게 자라면 쓸모가 없는 걸까?
비스듬히
정현종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를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비스듬히"는 수평이나 수직이 되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기운듯 하게 란 뜻인데
우리는 어릴적부터 똑바로를 요구받고 강요받으며 자라 왔다.
조금이라도 삐딱하게 "짝다리"를 짚고 서 있으면 어김 없이 불호령이 떨어졌었다.
늘 똑바로 커서 동량이 되어야 한다고 교육 받았었다.
왜 나무는 똑바로 커서 꼭 동량이 되어야 하는 걸까?
조금 삐딱하게 자라면 쓸모가 없는 걸까?
소나무 아래에 피어 있는 남산제비꽃을 담으려 한참을 엎드려 있었지만 생각보다 예쁘게 담아내지를 못했다.
잎을 쌈으로 먹을수 있으니 확 뜯어버릴까? ㅋ
쌍천에 물마시러 다녀오는 길일까?
고라니 한마리가 급하게 등로를 가로질러 노적봉 능선으로 올라선다.
토왕골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얼레지를 만난다.
바위와 나무사이에 피어 있는 작은 노루귀는 이제 안중에도 없고 얼레지만 내 눈에 들어 온다.
"질투"의 꽃말을 갖고 있는 얼레지를 보면 난 안산이 생각이 나고 가고 싶어진다.
안산 안부에 지천으로 피어 있던 얼레지꽃을 잊을수기 없다.
육담폭포 출렁다리 가는길의 암벽에 노란 산개나리와 노란 생강나무꽃, 그리고 분홍 진달래가 꽃을 피우고 봄을 기다리고 있다.
외래종인줄 알고 있었던 개나리가 우리나라가 원산지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봄철이면 더 눈에 잘 보인다.
저봉능선으로 개나리꽃을 만나러 갈까?
비룡폭포에는 날씨 예보탓인지 서너명만 있을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룡폭포를 지나 토왕성폭포를 만나러 가고 싶지만 그리 쉽지 않다.
7~8년전에 노적봉오르던 길에 데크가 놓여졌다.
정규탐방로가 되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터폭전망대를 올랐다.
토왕성폭포도 봄을 맞을 채비를 하는지 상단의 얼음만 남기고 모두 털어내고 봄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전망대를 지나 조금 더 진행하면 노적봉이다.
그리 높은 암봉은 아니지만 노적봉 정상의 조망도 그리 나쁘지 않았었다.
"한편의 시를 위한 길" 10피치의 암벽이 있어 많은 클라이머들이 찿는 곳이다.
지나쳤던 현호색을 담는다.
현호색은 지천으다른 산객들은 관심이 없다.
산객들은 꽃보다 큰개별꽃을 담으려 바닥에 업드려 있는 내가 더 신기한듯 바라보고 지나간다.
낮추지 않으면...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벌 수 없는 꽃이다.
꽃말 "귀여움"처럼 귀여운 꽃이다.
비룡교를 건너지 않고 숲길을 따라 걸어 오른다.
설악을 1년에 3~40번을 찿지만 가본적 없는 길이다.
여름에 신흥사에서 걸어 내려오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지난번 노루귀를 보고 싶어 찿았던 신흥사를 다시 찿는다.
이미 노루귀와 꿩의바람꽃은 대부분 지고 그자리는 큰개별꽃과 현호색이 대신하고 있다.
화살나무의 새순, 홑잎을 보면 엄머니 생각과 어릴적 고향의 봄이 생각난다.
홑임은 어릴적 봄날이면 어김 없이 반찬으로 밥상에 올라 왔었다.
지금은 시장에 가서 찿아도 없는 봄나물이다.
이렇게 기분 좋게 소공원을 걸은 적이 있었던가?
지친 몸을 끌고 내려서는 소공원은 그리 유쾌한 코스는 늘 아니었다.
오늘은 바람도 시원하고 목련도 곳곳에 피어 있어 너무 기분 좋게 걷는다.
차를 몰로 강릉으로 향한다.
혼자 떠난 여행이니 내가 가고 싶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어 좋다.
경포대 벚꽃을 만나보고 싶다.
금강산구경도 식후경...
선교장 지나 400년 되었다는 초당순두부집으로 들어 간다.
강릉이 어디 초당두부가 아닌집이 있던가!
혼자 여행을 오면 밥먹을 때가 가끔 불편하다.
문을 들어서며 혼자인데 식사 가능해요? 라고 묻는다.
남은 테이블은 하나... 네 저쪽으로 앉으세요! 다행이다.
주문하고 바로 음식이 나온다.
우선 네가 좋아하는 두부맛은? 괞찮다.
밑반찬중에는 풋마늘무침이 달래를 넣어 무쳐 특이했고 취나물은 역시 봄나물로 싱그러운 향이 좋다.
식사를 마치고 선교장을 찿는다.
이지방 명문가로 알려진 이내번이 처음 살기 시작하여 대대로 후손들이 살아온 99칸의 고택이다.
5천원의 입장료를 내고(99칸의 대저택에 살 정도의 부자이면 입장료는 받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들어서면 먼저 활래정을 만난다.
여름이 되면 꽤 운치 있어 보일것 같다.
선교장 화단에서 만난 반가운 할미꽃이다.
어릴적에는 무덤가나 개울의 뚝방에서 쉽게 만났던 꽃인데 이제는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은 꽃이다.
할미꽃의 꽃말은 "슬픈 추억"이다.
열화당과 안채, 동별당을 돌아 나와 우측으로 올라서면 멋진 송림이 깇은 향을 선물한다.
오백년이 넘었다는 소나무들이 헤아릴수 없을 만큼 많다.
"우청룡 좌백호" 우청룡의 길이다.
선교장에서 조금 더 지나오면 경포대다.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경포대 길의 벚꽃을 만난다.
운좋게 주차를 하고 경포대를 오른다.
강릉에 와서 경포대를 다녀왔다고 모두들 얘기하지만 대부분은 경포 앞바다를 보고 온것이다.
경포대 앞 마다에서는 국악마당이 벌어지고 있다.
살풀이춤과 경기 민요, 그리고 신명나는 사물놀이까지...
한참을 앉아 시간 가는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시간이 4시가 훌쩍 넘어 공연장을 일어선다.
바다도 가보고 싶지만 갈길이 머니 아쉬움을 접고 집으로 향한다.
대관령 입구를 지나자 눈이 쏟아지기 시각한다.
봄과 겨울의 공존하는 오늘 하루다.
구라청도 오늘은 더 쉽지 않은 하루가 아니었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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