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가야산-만물상능선을 올라 정견모주를 만나다.

Edgar. Yun 2019. 11. 10. 05:07


칠불봉에서 내려다본 가야산

만물상능선과 그리움릿지, 남산 제일봉과 해인사기 한눈에 조망되는 호사를 누린다.

붉게 타오르는 추색이 없어 실망했는데... 무엇을 더 바랄까?



가야산-만물상능선을 올라 정견모주를 만나다.

일시 2019년 11월 9일 토요일

코스 : 백운동탐방지원센터~만물상능선~상아덤~서성재~우두봉~칠불봉~용기골


마지막으로 서락을 갈까? 고민했지만 내 대답은 서락이 아니다.

많은 산악회들이 대표적인 단풍 산행지인 내장산으로 산행을 떠나지만 난, 조금 조용한 산향을 하고 싶어 가야산을 선택한다.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혹시 단풍이 남아있다면 "금상첨화"

단풍이 없어도 상관 없다.

아니 오히려 가을이 지나간 쓸쓸함이 가득한 가야산이었으면 더 좋겠다. 

새벽 5시 직접 차를 몰고 정견모주를 만나러 가야산으로 떠난다.

집에서 백운동탐방센터까지는 약 250km, 2시간 30분이 걸린다.

괴산을 지날때 아웃사이드 온도를 보니 영하 1도다.

입동을 지나면서 겨울이 성큼 다가오는 느낌이다.


수륜면 국도를 지나니  아침 햇살을 받고 잠에서 깨어난 가야산이 산객을 반긴다.




백운동 탐방지원센터 주차장은 아직 이른 시간이 십여대의 차량만이 주차되어 있었다.

서락은 주차료 5천원,입장료 3,500원내는데... 모든것이 공짜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주차를 하고 서둘러 만물상의 코스로 향한다.

만물상의 멋진 풍광을 보려면 시작부터 된비알의 등로를 올라야 한다.




산객이 없는 등로를 홀로 30여분을 오르니 드디어 조망이 시작된다.

옅은 운무를 곁들인 산그메가 산객을 격하게 반겨준다.

멀리 열흘전에  다녀온 민족의 영산, 지리산도 산그리메의 뒷편에서 반가운 인사를 건네온다.




그리움릿지길 밑에  심원사가 추색속에 아침을 맞고 있다.

혹시 그리움릿지길 통제가 심원사때문인가? 그럴니는 없겠지?




파노라마로 담아본 산그메와 운무, 이보다 더 멋진 수묵화가 있을까?




힐끗 그리움릿지길도 건너다 보고... 동성릉도 건너다 보며...

가야산은 온전히 내것이라는 착각이 든다.




혼자인 내가 안쓰러웠는지... 

아니면 카매라를 들고 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호의를 이렇게 받아들이다니... 그거슨 아니지

후배 둘이 온 산객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한다.

그래 호의를 무시하면 안되지^^

폼 한번 잡아보자!



홀산이 힐링하기에는 너무 좋지만 단점은 나를 담을수 없다는 것이다.

지나가는 산객들에 부탁하기도 미안하고 어렵지만 원하는 구도를 얻기는 더더욱 어렵다.




운무가 멋진 산그리메는 내가 칠불봉에 설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다.

2년전 이맘때 지리산 종주하던 그날도 오늘같은 풍광이 하루 종일 나를 따라 왔었는데...

문뜩 지리산을 다시 종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겨울에 도전해볼까?




만물상 코스의 랜드마크 같은 암릉이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질것 같은 파란 하늘밑에서 햇살에 하얗게 웃고 있다.




고래등같은 암릉에 올라선다.

입구에서 만난 분재같은 소나무에 걸려 있던 푯말하나 

"아프니 밟지 마세요"

푯말의 내용을 "뒤로 돌아서 올라 가세요"로 바꿔주면 어떨까?

아니면 어차피 대부분의 산객들이 올라 가니 작은 사다리를 만들어주어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은 역시 위대하다.




서성대, 상아덤을 가는 길을 담는다.




두번 올랐던 그리움릿지와 공룡능선

비탐이라는 것이 주는 묘한 매력외에는 사실 만물상코스가 훨씬 멋지다고 생각한다.







산객에게 부탁을 하여 칠불봉을 뒤에 두고 사진 한 컷을 남겨본다.

좌측으로 우두봉의 모습도 조금 보이는 것 같다.








산객들을 남겨두고  암릉을 내려섰다.

산에서는 내려서면 다시 오르는 것이 진리, 가파른 계단을 올라 상아덤으로 향한다.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불어와서 배낭을 내려 놓고 서둘러 옷을 꺼내 입는다.

땀이 많은 나는 체온관리가 쉽지 않은 계절이다.




상아덤에 올라 만물상을 내려다 본다.

내가 좋아하는 서락과는 또 다른 모습의 암릉이다.

다른것은 몰라도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산그리메는 서락보다 더 멋지다고 얘기 할 수 있다.

산그리메를 품은 만물상, 호사중의 호사를 오늘 누리고 있다. 



가야국의 건국 설화가 있는 상아덤이다.

가야산 여신인 정견모주와 하늘의 신 이비하가 처음 만난곳이 이곳 상아덤이라고 한다.

정견모주는 백성들에게 살기 좋은 터전을 닦아주려 밤낮으로 하늘에 기도를 올렸는데

그 정성에 감복한 하늘의 신 이하비가 어느 늦은 봄날, 오색구름 수레를 타고 상아덤에 내려 앉았다.

천신과 산신은 성스러운 땅, 가야산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옥동자 둘을 낳았는데

형은 대가야의 첫 임금 이진아시왕이 되었고 동생은 금관가야국의 수로왕이 되었다고 한다.

상아덤이란 성스러운 여신이라는 뜻이 있다.












서성재를 지나 칠불봉으로 향한다.

등로에 오르며 내려다보는 풍광은 왜 동국여지승람에서 조선 팔경으로 얘기했는지 알수있을 것 같다.








서성재에서 칠불봉까지는 1.2km이고 우두봉까지는 1.4이다.

초반에는 온순한 등로이지만 마지막에는 급한 계단을 올라야 하는 길이다.

힌들면 가끔 멈춰서고 돌아서면 찰라에 힘들다는 생각은 사라진다.








설상화(舌花)라고도 불리우는 쑥부쟁이가 입동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등로옆에 피어있다.

이제 너도 잎을 떨군 나무들처럼 꽃잎을 떨구고 내년을 기약해야하지 않겠니?




우두봉의 또 다른 명물 우비정에는 오늘도 물을 가득 담고 있다.

우비정은 소의 코란뜻으로 우두봉이 소의 머리를 닮랐다는 뜻과 연결된다.

소는 코에서 항상 땀을 흘려야 건강하다는 말이 있는데 우비정의 물이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이유 아닐까?




우두봉의 우비정에서 바라본 칠불봉七佛峯



가야산의 주봉 우두봉(峰)이다.

상왕봉(峰)이라고 불리는데 높이는 칠불봉보다 3m가 낮은 1430m다. 

아마 우두봉을 상왕봉이라고 부르며 주봉의 예우를 해주는 것은 

불교에서 상왕은 "열반경"에서 모든 부처를 말하는 것으로 신성시하는  이유인듯하다.

또한 예로부터 제물을 준비해서 제를 올렸는데 정상의 지형으로 보아 넓은 정상 암반의 모양으로 보아 우두봉이 더 적합했을것으로 보인다.




불교가 전래되기 이전의 이름은 우두산이였다고 하니 그당시에 3m까지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했을것이다.

산의 이름도 우두산이니 당연히 우두봉이 주봉이 되지 않았을까?

불교가 전래된 뒤 세속에서 "가야"는 소를 뜻하고 인도의 유명한 불교설법장소가  부다가야였다고 하니 가야산은 즉 우두산이다.





우두봉과 칠불봉을 담고 싶어 옆의 암릉으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 내 모자를 벗긴다.

어디가 주봉인들 무슨 상관이랴!

그들이 주봉이라 부르는 것도 아니고...

우두봉에서 내려서며 해인사 가는길을 다시 바라본다.

마음같아서는 해인사로 내려서고 싶지만 오늘은 차량이 백운동에있으니 어쩔수 없이 용기골로 내려서야 한다.




우두봉에서 내려서서 칠불보으로 향한다.

주봉 논란보다 난 정상으로 보면 칠불봉이 분명하기에 칠불봉을 마지막으로 오른다.




우두봉에 가야산의 주봉을 내주었지만 가야산의 정상이다.

우두봉보다 3m가 더 높은 1443m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우두봉이 정상으로 알고 있다.


칠불봉은 정견모주의 손자들과 얽힌 전설을 갖고 있다. 

정견모주의 둘째 아들인 금관가야 시조 김수로왕은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과 결혼하여 왕자 10명을 두었다. 

큰아들은 왕위를 계승하고 둘째와 셋째는 어머니 성을 따라 허씨의 시조가 됐다. 

나머지 일곱왕자는 외삼촌 자유화상을 따라 칠불봉에서 도를 닦기 시작했다. 

일곱왕자를 그리워하던 허 황후는 가야산을 찾았으나, 칠불봉까지 올라갈 수 없어 

아들들의 그림자라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처님에게 기도했고, 

그 정성이 부처님의 마음을 움직여 해인사 일주문 옆 연못에 정진 중인 왕자들의 모습이 비춰졌다고 한다. 

그 연못은 '영지'라 하여 정성이 극진한 사람들에게는 지금도 칠불봉의 모습이 연못에 비친다고 한다.




칠불봉을 내려서며 다시 우두봉을 담는다.

기회가 된다면 일출 산행을 한번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 5월이면 어떨까?




칠불봉에서 서성재로 내려서며 바라보는 가야산

문뜩 동성재를 지나 동성봉으로 내려서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서성재로 내려서서 용기골로 들어선다.

시간이 되었는지 많은 산객들이 올라오고 있다.

조금 힘은 들었지만 일찍 온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단풍은 용기골을 떠나고 없지만 오늘은 단풍보다 더 호사스런 풍경을 선물받았기에 기분 좋은 하산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