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서락산(안개처럼 점봉산에 스며들다)

Edgar. Yun 2014. 7. 21. 23:21

서락산(안개처럼 점봉산에 스며들다) 

언제 : 2014년 7월 19~20일 토/일요일

코스 : 용소폭포~십이폭포~망대암봉~점봉산

 

지는 해를 커피 한 잔 마시며 바라보고 싶었다.

쏟아지는 별빛을 반겨주고 싶었다.

찬란하게 일어나서 인사하는 일출을 마중하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비박을 하고 싶은 이유였다.

어디가 좋을까?

서락 점봉산으로 가고 싶다.

지난 2월에 평생 잊지 못할 설경으로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그 산이다.

물론 비박짐을 지고 오르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가자! 

점봉산에서 맞이하는 서락의 일출

기대했던 만큼의 멋진 일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슴이 아프도록 멋지다.

 

 

 

 

함께 가기로 했던 산우들이 하나, 둘 빠지고... 셋이 남았다.

토요일 비도 예보되어 있고...

가기로 했는데... 무얼 망설이지? 가자!

남양주에서 별바라기님 일행을 기다린다.

밤새 토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별바라기님^^ 눈이 휑하다.

아이고~ 지난주 금수산에서 쥐올랐었는데... 어찌 할꼬~ㅠㅠ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것 같아 한계령게소에서 비옷을 사고 배낭을 정리한다.

주차관리하는 사람이 비박짐이 수상한지 어디 가냐고 물어본다.

**놈! 얘기하면 데려다 줄거야?

그리고 내가 너한테 보고하고 다녀야 하니?

용소폭포 탐방로에 도착하니 8:40분이다. 국공의 출근 시간을 피해 서둘러 십이폭포로 향한다.

한숨 돌리고 나니 삼지구엽초와 닮은 꿩의 다리꽃이 반긴다.

 

산딸기가 유혹을 한다. 그냥 갈수없지^^ 그런데 왜 선우일란이 생각나지? ㅋㅋ

능선을 오르기전 마지막 계곡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다. 식당뒤에는 서락이 주는 버섯선물이 있다.

내려올때 받아가야지^^

능선삼거리에 도착!  대간길에 합류한다. 우측으로 가면 한계령이다.

망대암봉에 가는 길에 동자꽃이 활짝 피었다.

당귀도 벌써 꽃대를 세우고 하얀꽃을 피웠다.웟

산나리는 언제 보아도 화려하다

 

망대암봉에 올라 서락을 굽어본다.

지난 2월에는 망대암봉능선으로 올랐었다.

뒤에 점봉산이  보인다. 무얼 보고 있지?

산행시작 직후 다시 토를 했던 별바라기님은 다행히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서락은 온통 박무투성이다.

하긴 비가 오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 또 감사 할일이다.

이제 1시간의 산행이면 점봉산에 오를수 있다

 

 지난 2월에 이곳에서 바라보았던 서락과는 전혀 다른 서락이다(아래)

 

 

드디어 점봉산 정상이다.

역시 비박짐을 지고 올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오늘 하루밤 묵어 갈께요!  텐트를 치고 서둘러 저녁 준비를 한다.

삼겹살에 맥주 한 잔! 설명이 필요 할까?.

저녁을 먹고 정원을 산책한다.

생태계의 보고답게 정상은 꽃들이 가득한 화원이다.

 

 

 

심심하면 다시 정상석에서 유유자적^^

 

행복하다! 오늘 하루로 다 채워질 수 있을까?

비우고 싶어 산에 오지만 비우는 것이 곧 채우는거다.

일몰을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기다리지만...

기다리던 핏빛 노을은 우리를 외면하고 초대하지 않은 산모기떼가 1시간동안 극성을 부린다.

집에 와서 보니 ㅠㅠ~ 머리부터 얼굴, 그리고 목까지 난장판이다.

하루살이보다도 작은 놈들이...

함께간 산우 친구에게서 우울한 소식이 전해진다.

금요일에 용아장성릉에서 산객 한명이 추락사 했다고 한다. 조심하지~

한동안 비탐 비상이다.

내일 우리도 서둘러 하산해야 할 것 같다.

피빛노을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 그친 하늘이 고맙다.

 

 한밤중에(3시) 일어나서 별빛에 어묵을 끓여 먹고...미쳤어^^ 다시 잠을 청한다.

사진은 공동묘지 같다. ㅋㅋㅋ

어묵을 먹고 정상석에 기대앉아 하늘을 본다.

비개인 하늘에는 달과 별이 가득하고 시원한 바람이 서락을 만지고 지나간다.

어릴적 해진 강변 모래사장에 누워 별을 보던 생각이 난다.

벌써 오래전 이야기다. ㅠㅠ

 

이 한여름에도 서락의 새벽은 제법 쌀쌀하다.

 5시에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곰배령에는 운무가~~^^

 서락의 아침이 밝는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일출이 아닌것이 못내 아쉽지만 구름위면 어떠한가!

구름이 마치 고산처럼 보인다.

 

 이 얼마나 감격스럽고 고마운 일인가?

 

 

무엇을 위해 기도 할까?

 해맞이를 하고 된장국에 아침을 먹고 하산준비를 한다.

흔적하나 남기지 않으려 애를 쓰며

다른 산객이 버린 꽁초까지도 주워 쓰레기 봉투에 담는다.

텐트를 정리하는데 남진하는 대간꾼들이 모여든다.

한계령을 들머리로 조침령까지 가는 산객들이다.

망대암봉전에는 지난 늦가을 악어봉을 함산했던 사람도 만난다.

참으로 세상좁다^^

 어제는 올라서기 바빠서 못보고 지나간 풍경이다.

 

 조심조심해서 등로로 올라선다.

십이폭포의 물도 긴 가뭄으로 애처롭게 흐른다.

세상이 어디 정해진대로... 늘 그렇게 되는 것이 있던가?

 

 삼거리서 후다닥 알탕을 마친다. 용소폭포로 돌아오니 다시 땀 투성이다.

 주차장에는 많은 산객들을 태운 버스가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일행을 기다려 태우고 간이 여유가 있어 46번도로 대신 필레약수를 걸쳐 인제로 돌아온다.

이도는 가을에 단풍이 아주 멋진 도로이다.

필레약수는 유명세에 비해 초라하다.

물맛도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인지 녹물 냄새가 많이 나고...

경춘고속도로는 이른 시간인데도 생각보다 정체가 심하다.

이렇게 두번째 비박은 끝이 난다.

 

점봉산에서

 

도망치지 말자
바람에 기대앉아
서락에 내려앉는

칠흑같은  밤을
뜨겁게 포옹하는
피빛 노을을 보고 싶다.


한여름 소나기처럼
따끔거리도록
쏟아져 내려

서락을 

반짝이게 하는 
별빛도 안아보자.


밤새 애기하다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서락너머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고싶다.

그렇게
서락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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