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대둔산-하룻밤을 보내다.

Edgar. Yun 2018. 11. 11. 19:53

대둔산 비박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떠난 대둔산 비박

눈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의 하늘과 부서져 내리는 별빛을 기대했지만

야속한 미세먼지는 쉽게 가시지를 않는다.





대둔산-하룻밤을 묵다.

일시 : 2018년 11월 10~11일 토/일요일

코스 : 주차장~케이블카~금강구름다리~삼선교~마천대~형제봉


올해는 비박을 5~6번을 다녀오겠다고 생강을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처음 떠나는 비박이다.

올해 첫 비박이 마지막 비박이다.

미리 줌비하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는 일상으로 금요일 늦게 퇴근해서 배낭을 챙긴다.

비박 초보가 일년에 한번 떠나는 산행이니 부산을 떨며 준비를 해도 끝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내가 끓여준 만둣국을 먹고 대둔산으로 떠난다. 

아직 남아있는 남도의 가을을 보러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지 내비게이션은 고속도로 대신 용인의 국도를 가리킨다.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눈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은 어디가고 눈이 아픈 스모그만 앞을 가린다.


3시간을 달려 권율장군의 대첩이 남아있는 배티재에 도착한다.

배티재에서 내려 대둔산을 담을며 생각한다.

어 이런곳이 있었나?

아쉽게도 대둔산의 가을은 이미 저만치 떠나갔는지 메이크업을 지운 모습이다.






2000원의 주차료를 지불했지만 이미 주차장은 만차라고 언덕아래 임시 주차장으로 가란다.

이미 가을이 떠나갔고 미세먼지가 극성인데도 오늘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가?

그래도 기분이 좋은걸... 액자속에 담는다.







상가 앞 도로, 가로수는 아직도 가을을 붙잡고 있다.

사실 지난주에 이곳으로 올 계획이었는데... 지난주에 왔다면 가을을 만날수 있었을까?




오늘 대둔산에서 하룻밤을 보낼 산우를 만나 이른 점심을 먹는다.

"전주 시골밥상"

주인의 추천으로 주문한 "능이버섯 해장국" 너무 시원하고 맛있다.

콩나물과 함께 맑은국으로 끓이고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칼칼해서 시원하고 개운하다.




식당에서 나와 케이블카 승차장으로 향한다.

시간이 그런시간인가?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케이블카로 향한다.




탑승권을 구매하니 1시간 30분 뒤인 1시 20분이 탑승시간이다.

배낭을 내려 놓고(무거워서 누가 가져 갈일도 없을거라 생각해서...)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기도를 들어준다는 바위 주변의 가을도 만나고...






단풍과 단감이 어우러진 가을도 만난다.

내 고향 홍천은 워낙 혹독한 겨울추위로 유명한 곳이라 어릴적에 감나무를 본적이 없었다.

어른들이 감나무를 심고 겨울에는 짚으로 옷을 입혀도 결국에는 얼어죽어 안타깝게 했었다.




50여명이 한번에 탑승하는 케이블카에 올라탄다.

가뜩이나 좁은 케이블카에 사람보다 더 자리를 차지하는 배낭을 메고 오르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고 원낙 짧은 탑승시간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주에 왔으면 단풍을 볼 수 있었을까?



케이블카에서 내려 금강구름다리 방향으로 향한다.

배낭의 무게탓인지 아니면 식당에서 마신 막걸리 탓인지 얼굴이 홍시가 되어 있다.






구름다리 입구 조망대에서 삼선게단을 닮는다.

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이 군사정권인 1984년에 설치가 되었으니 가능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도 결국 인간을 위한것, 난 지나친 자연보호에는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자연을 훼손하겠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삼선게단을 비벅짐을 지고 오르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몇번을 쉬고 오른다.

계단의 이곳저곳이 심하게 부식된채 도색되어 있어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모르겠다.







매점에 배낭을 내려 놓고 매점주와 인사를 나눈다.

함께한 산우는 잘아는 사이인가 보다.

 막거리 한잔하고 다른 비박꾼의 자리 구경을 하러 올라 주변을 둘러본다.

비록 산세의 규모는 서락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정말 멋진 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매점으로 돌아와 비박지로 향한다.

오늘 하루 묵을 곳은 마천대 곁에 있는 형제봉이다.

칠성봉도 좋지만 조용한곳이 좋을것 같아 이곳으로 정했다.






하루묵을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한다.

삼겹살에 새우, 그리고 조갯살을 함께 구워 내가 좋아하는 배춧잎에 쌈을 싸니 최고의 맛이다.

여기에 설락 머루주와 마가목주를 곁들인다.

다만 오는날이 장날이라고 미세먼지가 극성이라 속이 상한다.

비박을 하면서 쏱아져 내리는 별빛에 샤워를 하고 싶었는데....



12시에 잠에서 깨어 밤새 뒤척이다 새벽 6시가 되어 텐트밖으로 나온다.

그래도 어젯밤보다는 미세먼지가 줄어들어 어쩌면 일출을볼지도 모르겠다.









이른 아침으로 만두전골을 먹으며 일출을 맞이한다.

2%, 아니 10% 아쉬운 일출이지만 그래도 볼 수 있으니 행복하다.




아침을 먹고 떠날 채비를 마쳤다.

하룻밤을 행복하게 보냈으니 흔적 없이 떠나야 한다.

우리의 흔적만이 아니라 다른 산객들의 흔적도 지우고 떠날 채비를 한다.






다시 마천대로 돌아왔다.

부지런한 산객 몇몇이 벌써 마천대를 사진에 담고 있다.

조금 생뚱맞은 조형물이다.

오히려 철거하고 멋진 정상석이 세워지면 어떨까?



어저 저녁에 보았던 일회용 도시락 용기가 가득들어 있는 커더란 검은 봉지 두개는 여전히 마천대 옆에 있다.

어찌 이렇게 무식하도록 용감할까?

주변의 쓰레기와 함께 봉투를 들고 내려선다.


매점으로 돌아와 매점 사장님이 주는 칡차 한잔 먹고 서둘러 내려선다.




원효대사도 반해서 3일간 머물렀다는 동심바위

며칠전 '알뜰신잡'에서 유시민이 의상대사와 원효대사에 대해 이야기 한적이 있어 더 관심이 간다.

동심바위 뒤에는 서너명의 산객들이 암벽을 오르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서며 대둔산과 아쉬운 작별을 한다.

침낭을 준비해서 겨울에 한 번 더 올까?









너무 일찌 내려와서 전주 시골밥상에서 점심을 먹지 못한다.

내려 오면서 먹고 가겟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그냥 집으로 가기는 아쉽고...

올라오는 길에 "부소담악"을 들린다.

부소담악도 이미 가을 이 떠난 빈자리만이 안갯속에서 나를 반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