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절골의 만추
가을이 옥수같은 절골의 맑은 물에 피곤한 여정을 끝내려고 잠겼다.
내년이면 다시 올 가을이지만 오늘 만나는 가을은 아니다.
주왕산-가을이 지나간다.
일시 : 2018년 11월 3일 토요일
코스 : 절골탐방안내소~절골~대문다리~가메봉~후리메기골~용연폭포~대전사
가을은 숨 한번 쉬지 않고 겨울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다.
킨텍스 전시회와 장인 어른 장례로 2주동안 산을 찿지 못한 사이 가을은 이미 곁에서 달아나고 있다.
장인을 하늘로 보낸 아내를 곁에서 위로하는 것이 맞지만 나도 위로가 필요하다.
지난주 설악산 마감 산행 취소의 아쉬움이 남아 다시 설악산을 가고 싶지만 편안히 걸을수 있는 오대산 선재길도 좋다.
누군가가 나에게 얘기한다.
가을의 쓸쓸함도 좋지만 감당 할 수 있는 쓸쓸함이어야 한다고...
그래 주왕산을 가자.
산배가 함산을 콜했으니 핑계도 좋지 않은가?
1990년도에 처음 찿은 뒤로 28년만에 다시 주왕산은 어떤 모습일까?
7:10분에 도착한 죽전간이정거장은 단풍을 보러 가려는 인파로 발디딜틈이 없다.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며 버스를 기다리지만 버스는약소된 시간보다 30분이나 늦은 7시 50분에 도착한다.
내차를 끌고 오대산을 갈걸 그랬나?
오랜만에 산악회 버스를 타고 주왕산으로 향하고 화서휴게소에서 10시가 다 되어 늦은 아침으로 김밥을 먹는다.
화서휴게소는 멋지게 조망되는 구병산이 있어 좋다.
876m 높이의 구병산은 보은의 삼산중에서 지어미산으로 불리우는 산으로 충북 알프스의 시작이기도 하다.
사과밭이 즐비한 도로를 달려 주왕산 절골탐방 안내소에 도착하니 이미 오전이 다 지나고 정오가 다 되었다.
절골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조금만 가면 주산지를 만날수 있지만 우리는 절골 탐방안내소로 향한다.
미리 탐방 예약을 해야 출입이 가능한 절골, 절골의 모습은 어떨까?
1990년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등로였다.
기대를 안고 들어선 절골은 이미 흔적만 남기고 가을이 지나간 뒤였다.
단풍은 남아 있지 않고 떨어져 여름 내내 숨겨두었던 가지를 들어내고 햇살을 받고 있다.
자신의 모습이 궁금한지 나뭇가지들은 옥수처럼 깨끗한 계곡물에 자신을 비춰고 있다.
탐방객들이 거의 없는 계절이나 요일을 찿아 천천히 걸으면 더 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은 계곡이다.
대문다리 근처의 작은 담에는 가을의 흔적이 가득하다.
불타오르던 붉은 단풍도, 치자물처럼 노란 색 가득하던 단풍도 이곳에 모두 모여있다.
참나무 단풍과 낙엽송 단풍이 아직 남아 가을을 보내는 산객을 위로하는듯 하다,
대문다리를 지나고 계곡을 따라 조금 더 오르다 가메봉으로 향한다.
가메봉으로 향하는 등로 입구에 주황색 단풍이 한창이다.
20여일동안 만나지 못했던 단풍을 이렇게 만나 아쉬움을 씻어낸다.
내년이면 다시 가을이 오겠지만
오늘의 가을이 아니고
오늘의 단풍이 아님을 알기에 그 아쉬움은 쉽게 달래기 어려운것이 사실이다.
한참을 주황색 단풍 군락지에서 머물다 다시 가메봉으로 향한다.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며 더 머물다 가고 싶지만 안내산악회의 산행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호사다.
1호차를 타고 왔다는 산객 2명을 만나 함산을 한다.
산행 경력이 그리 많지 않아 산행시간을 맞추지 못할까봐 걱정이 많은 산객들이다.
마침 함산하는 산우 2명은 정상 인증을 위해 가메봉에서 정상으로 가고
나 혼자 폭포로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동료가 생겼으니 외롭지 않고 힘이 될듯하다.
요염한 자태의 소나무가 부끄러운지 다리를 붙이고 산객을 맞는듯하다.
소나무가 걸치고 있는 주황색의 단풍이 너무 명품같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어하는 새로 합류한 산우 2명을 격려하며 가메봉 안부에 오르니 2시가 다 되었다.
좋은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서락 산행처럼 삼겹살을 구울수 없지만 그래도 5명이 함께하는 점심이 즐겁다.
200m를 더 오르면 882m의 가메봉이 산객을 반갑게 맞는다.
정상석 인증도 하고 단체(?)사진도 남기고...
가메봉 정상에서 만나는 산군들이 멋지다.
서둘러 가메봉 정상 행사(?)를 끝내고 2명의 산우를 독촉하여 후리메기골로 향한다.
주차장까지 약 8km가 남았으미 내리막길이라고 해도
2시간 30분만에 가는것은 그리 쉽지 않으니 서둘러야 한다.
가파른 등로를 서둘러 내려서서 후리메기골을 만난다.
태풍으로 유실되었는지 일부 구간은 마치 비탐로를 가는 기분이다.
산이 높으니 해도 일찍 저물어 채 4시도 되지 않았는데 햇살은 저멀리 능선에만 조금 남아 있다.
삼거리에서 다시 300m를 올라가면 주왕산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용연 폭포를 만난다.
어둠이 내려 앉기 시작한 용연폭포는 이미 단풍을 모두 떨군 앙상한 가지들이 지키고 있어 쓸쓸함이 가득하다.
설악에서는 쉽게 만날수 있는 규모의 폭포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의 여유가 없으니 서둘러 기념사진을 찍고 용연폭포를 떠난다.
우리니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협곡이다.
늦은 시간인지 생각보다 탐방객의 수가 많지 않다.
주왕산은 산행지로는 그리 멋지지 않지만 협곡과 폭포, 그리고 기암이 어우러진 풍경은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 될 만하다.
어느 한 곳 멋지지 않은 곳이 없지만 서둘러 서둘러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대전사 경내에서 주왕산의 또 다른 랜드마크인 기암을 담아본다.
진나라의 주왕이 깃발을 꽂아서 "기암"이라고 불린다.
서둘러 길게 늘어선 상가들을 지나친다.
조금 더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면 막걸리 한잔하며 피로를 덜어낼텐데...
주차장에 도착하여 버스에 오르니 오후 5:30분이 지나가고
버스안에는 5~6명의 산객들만 남아 산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서둘러 상가에 들려 감자전에 사과막걸리 한잔 기울인다.
막거리는 병은 화려하지만 사과 농축액이 0.7%.... 사과 막걸리라고 부르는 것이 창피스럽다.
청송이 사과를 대표한다면 좀더 성의있는 특산주로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감자전도 지금까지 먹어본 감자전중에서 최악이다.
생감자를 갈아서 하지 않고 전분을 풀어했더라도 이건 아니다.
그래도 막걸리 한잔 할 시간이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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