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덕유산

Edgar. Yun 2021. 2. 14. 20:29

올해 덕유산의 봄은 일찍 오려나보다!

일시 : 2021년 2월 14일 일요일

코스 : 리조트~설천봉~향적봉~중봉~백암봉

 

매진 아니었나?

토요일 산행 계획을 파투 낸 아내가 일요일 무주리조트 곤돌라 예약을 했다고 덕유산을 가자고 조른다. 날씨가 예년 기온을 웃돌아 삼월초의 포근한 봄날인데 혹시 상고대가 남아있을까? 일기예보를 보니 하루 종일 흐리고 오후 늦게는 비까지 내린단다. 어쩌지?

 

새벽 2시반에 잠이 깨어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맨시티의 답답하고 짜증 나는 경기를 보고(그런데 왜 내가 짜증 나지? 내가 무리뉴도 아니면서)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6시가 넘어서고 있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무주로 향한다. 그런데 이건 뭐지? 오후 늦게 온다던 비가 이른 아침부터 정신 사납게 흩뿌리고 있으니...

곤돌라를 타고 오르며 생각했다. 산천은 유구한데... 상고대는 오간데 없고 잔뜩 찌푸린 하늘만 남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설천봉에 내리자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지만 산행을 멈출정도는 아니니 아이젠을 착용하고 향적봉으로 향한다.

 

 

 

 

 

 

죽어 천년을 살아가고 있는 주목도 상고대가 없으니 왠지 뭔가 비어 있는 듯하다.

 

 

 

흩뿌리는 비를 맞으며 도착한 덕유평전에 아직 잔설이 곳곳에 남아있지만 털진달래의 꽃잎이 바람에 흔들릴 그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노란 원추리꽃을 보로 덕유평전을 찾은 적은 있지만 털진달래를 보러 이곳을 온 적이 없는데 올해는 봄날에 덕유평전을 찾아올까?

 

여기서 남덕유까지는 약 13km 정도인데 바로 지척에 있는듯하다. 남덕유에서 이곳, 향적봉까지 걸어본 적이 기억에 없을 정도로 오래된 추억이 되었다. 내생에 다시 덕유산을 종주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멀리 우측으로 지리산의 주능선이 보인다. 안개와 구름 속에서 보이지 않던 지리산도 보이고 어렴풋이 황매산도 보이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아내는 덕유산의 풍경 중에서 덕유평전이 가장 좋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무릎이 아파서 절뚝거리면서도 평전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왔다. 할 수 없이 나도 따라 내려서 본다. 내가 한라산의 선작지왓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단렌즈로 당겨보니 성에 차지 않아 망원렌즈로 갈아 끼우고 남덕유를 맘껏 당겨본다. 아직도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나 보다.

 

망원렌즈로 당기니 천왕봉과 지리산의 주능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19가 아니었다면 아마 지난 늦가을 2박 3일 일정으로 지리산을 종주하지 않았을까? 젊은 날 즐겨했던 무박종주는 이제 할 수도 없거니와 하고 싶지도 않다. 올해 가을에는 대피소가 문을 열어 지리산을 종주할 수 있을까?

 

 

우두산은 다녀온 기억이 있는데 비계산은 다녀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올해 비계산을 한 번 다녀와야겠다.

 

가야산 상왕봉에서 비박을 꿈꾸었지만 그냥 꿈으로 아직 남아 있다. 올여름에는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가야산을 당겨 만나보니 더욱더 가고 싶어 진다.

 

 

몇 겹인지 세어볼까? 지리산 주능선까지 겹쳐진 산그리메가 멋지다. 

대피소로 향하는 길목에서 싸라기눈을 맞는다. 볼이 따끔거리지만 싸락 싸락 거리며 내리는 싸라기눈이 싫지 않은데 내리던 눈은 금세 비로 변해서 당황스럽게 한다. 대피소 내 취사장은 취사는 가능하지만 취식은 금지하고 있어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야외 테이블에서 라면으로 이른 점심을 먹는다. 밀려드는 안개를 보며 그래도 우리는 행운이었구나 위안을 한다.

 

 

 

설천봉으로 내려서자 거짓말처럼 하늘은 구름이 물러가고 실구름이 멋진 붓칠을 한 푸른 하늘이 반짝인다. 오전 내내 잔뜩 찌푸리고 비를 흩뿌렸던 하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제기랄!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맘은 없으니 서둘러 내려가는 곤드라에 몸을 실는다.

'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  (0) 2021.02.28
내변산  (0) 2021.02.23
선자령  (0) 2021.02.07
계방산  (0) 2021.02.02
함백산- 一望無際의 조망에 반하다.  (0) 2021.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