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설악산

Edgar. Yun 2021. 2. 28. 08:15

2021 설악산의 문을 열다!

일시 : 2021년 2월 27일 토요일

코스 : 장수대~오승폭포~대승폭포~장수대

 

2021년 설악산 첫 산행이다. 코로나 19의 영향도 있지만 요즈음 아내와 함께 산행을 하면서 설악산을 넘겨 볼 겨를이 없었다. 한때는 일 년에 46번까지도 드나들던 설악이었는데... 2021년의 첫 산행지는 오승골, 오승폭포다. 내설악 삼거리를 지나면 좌측으로 첫 번째 나오는 갱기골의 갱기폭포, 그리고 다음에 안산으로 오르는 성골을 지나면 몽유도원과 미륵장군봉을 사이에 두고 흐르는 오승골인데 클라이머들이 많이 찾는 암장 천국이다.

동홍천 I/C를 빠져나오니 눈부신 햇살이 산하를 비추고 있다. 봄날에 만나기 어려운 말고 깨끗한 봄날이다. 수없이 이길을 지나 다녔지만 가리산이 오늘처럼 선명하게 보였던 적이 없을 만큼 오늘은 최고의 봄날이다. 인제를 지나니 설악 방향에 구름이 보이고 원통을 지나니 비가 흩뿌린다. 잠시 지나가는 구름이겠지! 설마 설악을 처음 찾는데 이렇게 나를 반기지는 않겠지?

 

 

장수대에 주차를 하고 서둘러 오승골로 들어선다. 옥녀탕 휴게소에서는 1.6km, 장수대에서는 0.6km에 오승골 들머리가 있다. 오승골을 찾는 산객들은 대부분 옥녀탕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오승골로 향하지만 나는 장수대에 차를 세우고 걸어 내려 간다. 장수대에 차를 세우고 등산화를 신으며 옆에 차를 세운 산객에게 어디를 가냐고 물으니 어디 가는지 모르고 쫓아왔다는데... 수상하다 설악을 어디 가는지 모르고 왔다고? ㅋㅋ 혹시 그곳,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가시는것 아닙니까?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들머리로 서둘러 들러서서 오승골로 향한다. 올해는 유난히 동해안의 가뭄이 극심하다고 뉴스에서 보았는데 이곳 내설악도 별반 다르지 않은지 등로에는 잔설조차 나아 있지 않았고 바짝 마른 낙엽들이 바스락 거린다. 건천이 되어 버린 계곡을 조금 오르니 물이 흐르는 작은 폭포가 반겨준다. 통 암반 위를 흐르는 물은 일급수가 아닌 특급수의 수질이다. 이곳에서 아침을 먹으며 설악산의 맑은 공기와 풍경에 감탄을 한다. 역시 설악이다.

 

 

계곡을 따라 조금 올라서니 그쳤던 눈발이 다시 흩날린다. 오늘 우리에게는 전혀 반갑지 않은 눈발이다. 암벽과 너덜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눈이 내리면 어떡허라고 눈이 내리는걸까? 그리고 오늘 난 가슴이 뻥뚫리는 설악 풍광을 보고 싶다고... 설악아 너는 내맘을 모르는 거니? 이렇게 내리는 눈은 나에게는 불청객이다.

 

 

몽유도원도의 암벽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는 소나무는 언제 보아도 경이롭고 멋지다. 바위의 질감도 어쩌면 저렇게 멋질 수 있는지... 

 

 

아침을 먹고 작은 폭포의 사면을 올라서서 뒤돌아본다. 가리봉을 휘감고 있는 눈구름은 힐긋힐긋 파란 하늘을 보여주며 나를 놀리고 있다. 

 

 

몽유도원도 암벽에 뿌리를 내린 또 다른 소나무도 담아본다. 건너편의 미륵장군봉의 암벽을 마주하고 있는 소나무는 한겨울에도 흔들림 없이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식물들은 포기를 모른다.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절대 포기란 없다. 그냥 삶에 최선을 다 할 뿐이다. 나약한 우리 인간만이 쉽게 삶을 포기하는지도 모르겠다.

 

 

 

 

몽유도원도는 미륵장군봉과 다르게 화려한 암화를 곳곳에 피우고 있다. 가끔씩 비추는 햇살을 받으면 붉게 채색되어 더 멋진 꽃잎을 피우는데 오늘은 눈구름과 눈보라가 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제발 구름과 안개가 걷히라고 기도하지만 오늘은 설악의 온전한 모습을 보기 어려워 보인다. 이곳에서 보이는 하늘도 감사하며 즐겨야 될 듯싶다.

 

 

오승골에서 미륵장군봉을 프레임에 온전히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건너편의 몽유도원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암벽으로 화려한 몽유도원도와 다르게 단순하지만 웅장하다. 미륵장군봉의 이름이 적절하고 그 이름값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 같다고 하면 적절할까?

 

 

기대와 달리 구름은 쉽게 설악을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다. 가리봉의 구름도 꽤 오랜 시간 변하지 않고 나의 애간장을 태운다. 오늘 파란 하늘 밑의 설악은 만나기 어려운가 보다.

 

 

오승폭포는 거의 건천 수준의 모습이었다. 평소에도 그리 수량이 풍부하지는 않은 폭포지만 자세히 보아야 물길이 보이는 건폭의 모습이라 애처로움마저 든다. 폭포 상단에 위태롭게 남아 있는 얼음도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봄바람에 떨어지겠지?

 

 

쌀쌀한 바람이 제법 불어온다. 눈발이 날리지만 눈보라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봄을 시샘하는 봄바람이겠지!

 

 

오승폭포를 지나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너덜길의 연속이다. 너덜길에서 왼쪽 능선을 올라 오승폭포 상단은 서너 번 가 보았지만 계곡의 너덜길을 끝까지 따라 오르는 길은 초등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제법 내린 눈이 너덜의 바위에 쌓여 긴장하게 한다. 예전에 이곳과 비슷한 성골에서 내려오다 미끄러워 넘어지면서 낙상하여 크게 부상을 입은 기억이 더더욱 조심스럽게 발검을 옮기게 한다. 계곡 상단 바로 전에 오른쪽 미륵장군봉 능선으로 방향을 바꾸어 오른다. 먹구름 가득하고 안개까지 내려 기대할 수 있으니 조망이 없으니 굳이 더 오를 필요 없이 대승폭포 상단으로 내려 설 계획이다.

 

 

아름드리 전나무 몇 구를 지나 내려서면 대한민국 봉으로 올라가는 등로를 만나게 된다. 안산을 가는 산객들이 이용하는 등로이지만 등로는 제법 걷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 편안하다.

 

 

 

대승폭포에서 대승령 가는길은 명품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굳이 대승령까지 오르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힐링의 시간을 갖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듯하다. 어떡해 일제시대를 버티고 민족상잔의 6.25 포화를 무사히 견디어 냈는지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대승령 폭포에 도착했다. 대승폭포도 오승폭포와 별반 다르지 않게 건폭이 되어 있다. 한계사가 폭포 밑에 있어 수많은 조선의 문인들이 칭송하고 노래했던 한계 폭포였지만 지금 한계 폭포는 긴 겨울 가뭄에 초라한 모습이다. 

 

 

설악은 대승령을 내려서는 순간까지 온전히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아주 오랜만의 만남이라 소원해진 걸까? 이제 설악도 겨울을 털어내고 몸 마중해야 되지 않을까? 오월까지도 눈이 내리는 설악이지만 올해는 서둘러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차를 몰고 설악을 빠져나오니 하늘은 아침 그대로의 모습, 파란 가을 하늘 같은 모습이다. 오늘 설악만 심술을 부렸나보다.

오늘 설악만이 처음이 아니고 지난주 구입한 중고 카메라도 처음이다. 풀프레임으로 기변하였는데 아직 조작법이 서툴러 마음에 드는 사진을 담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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