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설악산

Edgar. Yun 2021. 3. 14. 18:22

2021년 설악산의 봄

일시 : 2021년 3월 14일 일요일

 

봄은 꽃으로 말을 한다. 지난주에 구례 신동마을에서 봄을 만나고 왔지만 아직 갈증은 해결되지 않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봄꽃 중에 하나인 노루귀꽃을 보고 싶다. 어느 블로거가 올린 수리산의 노루귀꽃을 보니 더더욱 노루귀꽃이 보고 싶어 졌다.

예전에는 산악회를 이용하여 사량도 지리망산으로, 여수의 돌산으로, 풍도로 봄꽃을 마중하러 갔는데... 어디로 노루귀꽃을 만나러 가야 할까? 첫 휴가를 나온 막내가 병원을 예약하는 바람에 어제 토요일에는 등산을 갈 수 없어 오늘 설악산으로 떠난다. 어디를 가도 일요일의 교통 체증은 피하기 어려우니 조금 더 이른 시간인 새벽 5:30분에 떠난다.

이른 시간이지만 고속도로에는 생각보다 상춘객을 태운 차량들이 가득하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소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설악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차에서 내려 눈 덮인 설악을 담는다. 설악은 지난주 내린 춘설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어 마치 한겨울 풍경을 생각하게 한다.

 

 

문뜩 토왕성 폭포를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빙벽대회가 있어 일 년에 이틀, 문을 열어 주었던 토왕성폭포였다. 한동안 겨울 토왕성폭포를 잊고 있었는데...

 

 

소공원을 지나 신흥사 템플스테이를 지나간다. 처마 밑에 높게 쌓인 눈을 보니 노루귀꽃이 피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노루귀꽃은 복수초처럼 눈 속에서 피는 꽃은 아니지 않은가!

 

 

설악으로 들어서면 늘 반겨주는 세존봉은 오늘도 변함이 없다. 한 달만 지나면 춘설이 녹고 신록이 꽃을 피울 게다. 그 어떤 꽃보다도 아름다운 신록의 꽃이 피어날 게다. 몇 해 전인가? 저 봉에서 만났던 봄은 그 어느 봄보다 화려했다고 기억이 된다.

 

 

내려오다가 보겠다던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어느새 신흥사 모퉁이 노루귀꽃 자생지로 향한다. 행여나 밟을까 조심조심 눈을 밟고 올라섰지만 에고 지난겨울의 지독한 가뭄과 최근에 내린 춘설로 노루귀꽃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여린 꽃송이를 밀어 올리고 있었다. 개체수도 예년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곳곳에 보였던 현호색도 키가 자라지 않아 땅에 꽃을 기대고 애처로운 꽃잎을 피우고 있었다.

 

 

 

 

울산바위를 다녀오면 봄햇살에 노루귀꽃은 꽃잎에 힘을 주고 보란 듯이 피고 있으리란 기대와 바람을 남겨두고 울산바위로 향한다.

 

 

 

무릎이 아파 병원에 다니고 있는 아내는  설악이 보고 싶었는지 따라나섰지만 더 느린 산악인이 되어 쫒아온다. 내가 갈지자로 걸으며 보폭을 맞춰보지만 그래도 내가 빠르다. 이번 기회에 완벽하게 치료가 되어 보행에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다.

 

 

 

아내를 기다리며 돌아보니 보이지 않던 또 다른 설악이 보인다. 아 저런 모습이어서 봉화대였구나!

 

 

 

 

이제 흔들바위가 코앞이다. 힘들어하는 아내를 격려하며 천천히 흔들바위로 향한다. 하얀 분칠을 하고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반겨주는 울산바위가 멋지다. 

 

 

 

 

 

한때 수학여행의 필수 코스였던 흔들바위, 일찍 오르니 온전히 우리 것이 되는 행운을 얻는다. 기분 좋게 몇 컷 렌즈에 담고 아내와 잠시의 이별을 한다. 아내는 여기서 하산을 하고 나는 울산바위로 향한다.

 

 

 

아직 등록에는 잔설이 가득하지만 포근한 봄 날씨에 제법 땀이 흐르지만 기분이 좋다. 계단을 오르며 만난 해는 바위틈에 정확히 걸려 있어 한 장 담아본다.

 

 

정상에는 서너 명이 양지바른 곳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다. 난 서둘러 달마봉을 담고 내려선다.

 

 

 

언제 보아도 멋진 울산바위의 모습이다. 부부로 보이는 산객에게 화암사와 성인대를 추천하고 서둘러 내려선다. 아내에게 전화를 하니 아내도 천천히 하산 중일고 한다.

 

 

 

 

 

내원암 입구에서 뜻하지 않은 노루귀꽃을 만났다. 신흥사 주변의 노루귀꽃보다 발육 상태가 오히려 좋으니 올봄의 노루귀꽃은 여기가 주인공이다.

 

홍 노루귀도 한컷 담고 서둘러 신흥사로 향한다.

 

 

아침에는 꽃잎을 닫고 있던 바람꽃이 햇살에 조심스럽게 꽃잎을 펼치고 있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올해는 이 한송이가 전부다.

 

 

 

노루귀꽃도 눈밭 사이에서 햇살을 받아 피어나고 있었다. 나는 몇 해 전 블로그를 찾아서 오늘이면 꽃이 피었겠지 했는데 노루 꽃은 달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해살이 따뜻하면 며칠 더 일찍 꽃을 피우고 날씨가 쌀쌀하면 며칠 더 기다리고... 꽃이 피는 것은 꽃 맘대로라는 사실을...

 

카메라 기변을 했더니 렌즈 때문일까? 꽃 사진이 형편이 없다. 단렌즈라도 구매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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