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선자령

Edgar. Yun 2021. 2. 7. 09:44

선자령-있을건 없고 없어야 할 건 가득하다!

일시 : 2021년 2월 6일

코스 : 선자령~KT증계소~전전망대~선자령~제궁골삼거리~양떼목장~선자령

 

지난주에 겨울산의 조망을 기대하고 올랐던 계방산이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라는 말을 확인하고 돌아왔으니 만회를 해야 하지 않을까? 겨울산의 조망주에서 손가락안에 꼽히는 선자령이 오늘 산행지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뚝딱 만든 제육볶음과 배추겆절이를 챙겨서 계방산으로 향한다. 일기 예보를 보니 수도권은 빗방울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선자령은 구름이 기득하다가 12시부터 개인다고 한다. 짙은 안개가 예보되어 있었지만 다행히 안개도 없어 오늘 산행을 기대하게 한다. 도착한 선자령에는 어라 눈이 없다. 이른 봄날의 잔설을 기억하게 하는 풍광일뿐...

주차장을 출발하여 KT송신로를 향해 걷는다. 눈이 없는 선자령은 사앙하지 못했는데 바람만 불어 오는 길은 낯설다. KT송신소를 지날무렵 한무리의 산악MTB팀이 지나가는데 산행이 끝날때까지 스트레스를 줄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0여명의 산악MTB팀은 60대로 보이는데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산객 사이를 가로 지른다. 좋은 길에서는 앞지르기를 요구하고 좋지 않은 길에서는 지체가 되어 산객들이 그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 나이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조금은 배우지 않았을까?

 

 

스트레스를 풀려고 산에 오는데

선자령에 오니 예의도 없는 산악 MTB팀이 있고

선자령에 오니 산악 MTB팀이 있고 시야를 가로 막는 안개가 있고

선자령에 오니 산악 MTB팀이 있고 시야를 가로 막는 안개가 있고 세찬 바람이 있고

선자령에 오니 산악 MTB팀이 있고 시야를 가로 막는 안개가 있고 세찬 바람이 있고 잔뜩 찌뿌린 하늘이 있고...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서니 건너편을 하늘이 핀조명을 하고 있다. 파란 하늘에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설원을 기대하고 왔는데... 망했다. 바람을 피해 준비해온 제육볶음과 겉절이 점심을 먹는다.

 

꼭 1년전인 작년에 만났던 풍경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풍해조림지의 풍광이 위안을 준다. 아직은 수령이 어린 전마무 숲이지만 전나무가 주는 위로가 머물고 싶은 유혹을 한다.

마지막까지 MTB팀은 좀비처럼 꽁무니를 따라오며 스트레스를 준다. 등산로를 오로지 산객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최소한 산객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흉내라도 내야한다. 잔설이 남아있는 좁은 등로를 그렇게 위험하게 달려야 하고, 그렇게 꼭 마스크를 벗고 MTB를 타야 멋이 있는 것일까? 

선자령은 유독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산객들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산객의 80%는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듯하다. 왜 그럴까? 산행이 쉬워 나이 많은 산객들이 많이 찾아서 그럴까? 안타깝다.

 

차를 몰아 경포대로 향한다. 대관령에서 30분 거리이니 선자령에서 쌓인 답답함을 바다를 보며 털어버리고 싶다. 대관령을 넘어오는 동안 하늘이 개이고 안개도 걷혀 옥빛의 예쁜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소나무숲길을 걸어 바다카페에서 테라로사 커피 두잔과 커피빵 두개를 샀다. 지난해 폴리텍대학 교육하러 왔을때 교수님이 소개해준 핫플레이스다. 

 

커피를 들고 바다카페 건너 소나무숲의 데크에 마련된 앉아 바다내음을 맞는다. 벌써 봄이구나 느낄 수 있는 시원한 바람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위로하고 지나간다.

 

'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변산  (0) 2021.02.23
덕유산  (0) 2021.02.14
계방산  (0) 2021.02.02
함백산- 一望無際의 조망에 반하다.  (0) 2021.01.07
용문산 백운봉-안개가 야속하다.  (0) 2020.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