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산에서 설화와 상고대를 만나다.
올해 들어 처음 설화와 상고대를 장안산에서 만난다.
비가 예보되어 걱정했지만 1237m의 장안산은 겨울비를 밀어내고 설화로 산객을 맞는다.
파란 하늘이 함께하면 좋겠지만... 정말 욕심이다.
장안산-설화와 상고대를 만나다.
일시 : 2017년 12월 10일 일요일
코스 : 무룡고개~괴목고개~장안산~중봉~하봉~범연동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 깊고
불붙은 정열은 사랑보다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답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맟춤하였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라.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고등학교때 배운 변영로의 "논개"다.
94년에는 이동기가 논개를 노래했었다.
꽃입술 입에 물고 바람으로 달려가
작은 손 고이접어 기도하며 울었네
......................................................
몸 바쳐서 몸 바쳐서
.......................................................
임진왜란때 의장 최경희의 후처였던 논개의 출생지가 장수 임내이다.
20살의 꽃다운 나이에 지아비의 원수를 갚기위해 왜장의 목을 끌어 안고 진주 남강에 몸을 던졌다.
그래서 그의 출생지 장수보다는 진주가 더 우리의 뇌리에 남았으리라.
논개의 출생지 장수는 무진장의 장수로 전라도의 대표적인 오지였던 곳이다.
장안산은 1237m 높은 산이지만 높이만큼 많은 산객들이 찿지 않는 곳이다.
단풍도 제법 멋지고... 억새도 제법 멋지고... 눈꽃도 제법 멋지지만....
제법으로는 많은 산객들이 찿지 않지만 그래도 장수군의 군립공원으로 지정되고 100대 명산으로도 지정받는 명산이다.
난 오늘 모든것이 그냥 제법인 장안산을 찿는다.
집을 나서니 아파트에 제법(2~3cm) 눈이 쌓였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나 눈이 예보되어 있고 장수도 12~5시까지 비가 예보되어 있어 걱정이다.
그래도 해발 1237m의 고산이니 비보다는 눈이 오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죽전을 지나니 날리던 눈발이 그치고 비가 제법 내려 심란하게 한다.
장수에 도착해서도 빗방을은 그치지 않았지만 무룡고개를 올라서자 진눈깨비로... 그리고 눈이 내린다.
금새 내린 눈이 산죽의 잎새마다 가득하다.
상고대보다 더 보기 어려운 것이 살화라고 생각이 들지만 오늘 장안산의 설화는 2% 부족한 느낌이다.
역시 설화도 상고대도 밝은 햇살과 파란 하늘이 함께해야 더 예쁜것은 분명하다.
짙은 안개속의 설화는 왠지 조금 애처롭다는 생각이 든다.
고도를 조금 더 올라서자 이제는 제법 영근 상고대가 산객을 맞는다.
비를 맞지 않고 이렇게 설화를 만날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혹시 억새에 상고대나 설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는 조그만 기대도 없이 실망이 되어 짙은 안개처럼 돌아온다.
그래도 조금 더 걸으니 아직 서걱거리던 억새 잎에 눈꽃이 남아 나를 위로한다.
억새꽃이 바람에 날아간 자리에 설화와 상고대가 애처롭게 피어 있다.
무엇을 더 바랬던가?
눈이 쌓인 걷기 좋은 등로는 하루종일 산객을 지켜준다.
덕유산이나 소백산에서 보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설화와 상고대이지만 오늘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장안산 정상으로 오르기위해서는 꽤 긴 계단을 올라야 한다.
오늘 산행중에서 가장 적설량이 많고 예쁘게 설화가 피어난 구간이다.
장안산의 정상 넓은 곳에는 많은 산객들이 모여 점심을 먹고 있다.
나는 다시 정상에서 내려서 바람 없는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준비한다.
점심이라야 라면이지만 이 추운 겨울에 끓여 먹는 라면은 별비중의 별미이고 산우가 준비해온 편육은 좋은 안주가 된다.
점심을 먹고 다시 장안산에 올라 산객들이 모두 떠난 텅빈 정상에서 인증을 한다.
정상에서 중봉과 하봉, 그리고 960봉으로 가는 길은 별다른 볼거리가 없다.
더욱이 짙은 안개가 조망을 가려버려 답답한 하산길의 연속이다.
올라설때 보았던 설화와 상고대도 자취를 감추고 꽃처럼 참나무에 매달린 겨울살이만이 산객을 위로한다.
960봉을 지나 범연동 방향으로 하산길에 만난 싸락눈은 마치 소금을 뿌리는 것 같다.
내게 무슨 할 말이 있는지 싸락눈은 내귓속을 파고 든다.
뭐라고 속삭이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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