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덕유산-상고대는 역시...

Edgar. Yun 2017. 12. 17. 20:39

상고대는 역시 덕유산이다.

지난주 장안산에서 상고대를 만났지만 상고대는 역시 덕유산이 최고 아니던가?

올겨울 초겨울 추위는 73년만에 한강을 12월 중순에 결빙시키는 맹추위다.

작년에는 성탄에 덕유에서 인생 운무와 상고대를 보았었다.

작년 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덕유의 상고대는 "명불허전"이다.





덕유산-덕유의 상고대는 역시...

일시 : 2017년 12월 16일 토요일

코스 : 설천봉~향적봉~중봉~백암봉



꽤 오랬동안 감기 몸살이 떠나지 않고 나를 괴롭힌다.

금요일 아침까지도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마치 소퇴나무를 한줌 씹은것 같이 써서 산행을 계획하지 못했다.

물론 토요일 저녁에 있는 초등학교 동기 모임도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무겁던 몸이 금요일 저녁이 되자 견딜만큼 좋아져서 안내 산악회를 뒤져본다.

그래도 아직 빡센 설악 금요무박은 엄두도 못내고 덕유산을 다녀오고 싶다.

곤드라 타고 오르내리면 내 컨디션에 최적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덕유산 산행을 떠나는 안내 산악회 모두 마감이다.

할 수 없다. 내 애마의 힘을 빌려 가자.




서둘러 곤드라를 예약하지만 9:30분 티켓은 이미 매진이고 10:00 이후 것도 딱 한자리, 그것이 내자리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먼저 내다 본다.

어젯밤 예보된 눈이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눈이 없다.





2시간 걸려 리조트에 도착하니 9:30, 서둘러 티켓팅을 하고 산행준비를 한다.

10:00에 곤드라를 타고 설천봉으로 향한다.

3명이 일행으로 보이는 탐방객중 한명이 눈꽃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자랑한다.

雪花와 상고대를 좀 혼동하면 어떤가!

곤드라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상고대에 하얗게 메이크업을 한 주목 고사목과 리프트가 산객을 맞는다.

그리고 설천봉의 랜드마크인 상제루가 마중을 한다.




아이젠과 방한모를 착용하고 설천봉을 탐닉한다.

생각보다 상고대는 아직 제대로 여물지 않았고 하늘은 구름에 가려져 있다.




굳이 평점을 준다면 D-다.

아니 어쩌면 지난해, 또 그리고 그전해에 나를 반겼던 덕유가 너무 최상이었는지 모른다.

다른 이들은 모두가 "와" 탄성을 지르니 나만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상제루의 문살이 상고대로 도배를 했다.

어릴적  고향집의 문살이 생각난다. 황소바람이 문틈으로 들어오곤 했었다.




서둘러 향적봉으로 향하며 상제루와 설천봉을 담아본다.

상제루의 모습에서 일본이 생각나는것은 나만일까?

그래도 동화속의 겨울풍경같이 아름다우니 그뿐이면 된다.




향적봉이 가까워지자 상고대도 제법이다.

오렌지 빛의 겨울 아침 햇살이 그립고 아쉽다.




전망대에서는 사진찍느라고 소란스럽다.

여러번 찿아온 나는 그냥 그렇지만 처음 이곳에 온 사람들은 얼마나 경이로운 경관일까?




등로에는 눈도 제법 쌓여 향적봉으로 가는 길은 은백의 세상이다.




향적봉이 가까워지자 바람도 제법 차다.

벌써 향적봉을 내려서는 사람들이 있다.




향적봉은 언제나 시골 장터처럼 시끌벅적하다.

물론 대한민국의 산 정상이 언제 한적이 있던가?

나도 한때는 정상석 인증에 목을 멘적이 있으니 줄서서 기다리는 저들을 타박할 마음은 없다.




오늘의 조망은 그리 좋은 편이 되지 않다.

평소(?)에 보이던 청량산도 보이지 않고 지리산도 보이지 않으니 왠지 서운해서 서둘러 대피소로 내려선다.




대피소에서 리조트에서 사온 핫도그와 따뜻한 청하로 시장끼를 달랜다.

취사장안은 삼겹살 냄새와 라면 냄새등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중봉으로 향하는 등로에는 생각보다 산객이 적어 호젓하다는 생각이 든다.

햇살이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은백의 상고대와 눈은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죽어천년 주목은 상고대의 옷을 미쳐 입지 못하고 산객을 맞는다.

어쩌면 이제 겨울의 시작이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등로옆의 진달래나무는 주목과 다르게 상고대를 화려하게 피웠다.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향하는 등로의 주목도 미쳐 상고대를 입지 못한 모습으로 산객을 맞는다.








주변의 작은 나무들에게 멋진 상고대를 양보한것일까?




중봉이 가까워지자 상고대도 제법 두껍게 피어 화사하다.




중봉에서 한참을 머물며 겨울 덕유가 주는 선물을 구경한다.

구름으로 가려져 있던 하늘도 향적봉부터 걷히며 파란 모습을 보여준다.




구름이 더 걷혀 중봉에서 바라보는 남덕유와 지리산이 제대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향적봉은 구름을 걷어내고 파란 하늘을 이고 앉았다.

여기서 기다리는것보다 백암봉을 다녀오면 남덕유와 지리산도 구름을 걷어내고 파란 하늘아래 있지 않을까?




수리취꽃이 다시 하얀 상고대 꽃으로 태어났다.




백암봉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중봉으로 돌아온다.

기대했던것만큼 날이 개지 않아 남덕유와 지리산은 박무속에 흐릿하다.








박짐의 산객이 중봉을 오르고 있다.

부러우면 지는거라지만 용기도 부럽고 체력도 부럽다.




구름이 걷힌 향적봉은 아까보다 더 사람이 많아 보인다.




파란 하늘아래 주목은 아까보다 더 멋지게 나올까?




햇살이 비치니 상고대는 더 반짝이지만 얇은 상고대는 햇살에 사라진다.








살아있는 주목과 죽은 주목, 설화와 상고대가 동거를 하고 있다.




박무에 남덕유가 아쉽지만 주목을 외면하고 갈 수 가 없다.




다시 돌아온 향적봉은 여전히 소란스럽고 정상석앞에는 여전히 줄을 서서 기다린다.


몸이 허락하여 급하게 계획하고 찿았으니 이정도면 만족해야겠지?

다시 덕유를 찿는날에는 더 멋진 풍광으로 나를 반길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