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설악산-설악은 배신하지 않는다.

Edgar. Yun 2018. 1. 15. 10:04

대청봉에서

작년 11월에 설악을 만나고 2달동안 설악을 만나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고 서락을 만나더니 권태기가 왔나?

데면데면한것 같아 아쉽고 속이 상한다.

아직 속이 상한것을 보면 나의 설악 사랑이 끝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설악산-설악은 배신하지 않는다. 

일시 : 2018년 1월 13~14일 토/일요일

코스 : 용대리~백담사~영시암~봉정암~소청대피소~대청봉~중청대피소~희운각대피소~소공원


설악산 대피소 예약했는데 같이 가자고 울진의 산우에게서 연락이 온다.

수요일과 목요일 호남과 충청지역에는 오랜만에 많은 눈이 내렸고

연일 맹추위가 몰아쳐 멋진 설경과 상고대를 기대하게 하며 유혹을 하지만

산보다 사람이 우선임을... 난 설악으로 향한다.

올해 설악은 눈이 없는 매우 특이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설악은 내게는 가슴떨림이다.

8시에 B주차장에서 만남을 약속했는데 조금 일찍 도착하고 울진에서 오는 산우가 조금 늦는다기에

평소에 잘 가보지 않는 곳에 차를 세우고 설악을 들여다 본다.




동해바다에서는 일출이 멋진 구름과 새벽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일 맹위를 떨치던 강추위도 오늘부터 물러나 마치 이름 봄같은 바람이 시원하다.




차를 몰고 조금더 설악으로 들어간다.

평소에는 차를 세울수 없어 사진에 담기 어려웠던 토왕성폭포와 노적봉을 담는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난 토왕성포를 처 음 보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한참을 서 있었다.

지금 내눈앞에 있는 풍경이 우리나라 풍경이 맞는가?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토왕성폭포는 맹추위에 길게 폭포수가 얼었지만 노적봉은 한겨울답지 않은 눈없는 풍경, 낯설다.




8시가 되자 케이블카가 첫 운행을 한다.

설악의 아침을 보고 싶어하는 부지런한 탐방객이 타고 있겠지?

설악을 보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난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올라 설악을 들여다 보라고 추천하곤 한다.

그런 이유로 대청봉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을 등산하는 사람만이 독점하는 것이 옳다고 보지 않는다.

누구나 보고 싶으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서라도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다만 그런 이유로 중청대피소를 폐쇄하는 것도 옳은 결정이 아니라고 본다.




차를 한대 B주차장에 남겨두고 용대리로 향한다.

두부타운에 들려 두부백반으로 아침을 먹는다.

문앞 두부조리장 입구에 노란 포대의 콩가마니를 보고 웃음이 나온다.

2~3년전에 이곳의 모든 두부집을 한 TV프로그램에서 취재를 했더니

한두집을 제외하고는 모든 두부집에서 국산콩을 사용한다는 말과는 달리 수입콩을 사용해서 두부를 만들었고

심지어는 대부분의 집에서 두부를 사다파는 충격(?)적인 사실에 어이없고 화가 났었다.

주인에게 이얘기를 하니 자기네는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두부맛이 아주 좋다.

그 이름은 "두부식당"이다.

순두부의 양이 많아서 돌솥밥은 포장을 해서 설악으로 향한다.




수렴동계곡과 구곡담계곡으로 오르는 코스는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의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도로 결빙으로 운행하지 않아 고민하다 결국 선택했다.

1월 8일부터 3월 3일까지 무료로 운영하는 백담사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걷기 싫은 7km의 길을 떠난다.

아마도 셔틀버스도 이 기간동안 운행하지 않나보다.

2.3km 걷고 있는데 뒤에서 차량의 소리가 들린다.

폴더 인사를 하니 차가 멈추고 태워달라는 내 부탁에 잠시 망설이더니 차를 태워준다.

이미 차에는 8명이 타고 있어 배낭을 메고 있는 있는 우리를 태워주기 쉽지 않았을건데... 넘 고맙다.




수렴동대피소에서 떡라면으로 점심을 먹는다.

대피소에는 내려오는 산객들과 우리처럼 오르는 산객 몇몇이 점심을 먹는다.

물을 사러간 대피소 안에는 올해 3월13일부터 국립공원내 음주를 금하고 단속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언제부터 이렇게 국민들을 사랑했는지... 너무 불필요한 원하지 않는 사랑을 한다.

지나친 간섭이 아닐수 없다.

아마도 많은 반발에 한동안 스끄러질거라 생각한다.




얼음에 덮혀 있는 쌍폭을 만난다.

이곳을 지나면 이제 봉정암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얘기다.




지난봄에 끝청 남르에서 올라 이곳으로 내려섰던 기억이 새롭고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 무섭다.




외설악에 있는 세존봉에 비견할바는 아니지만  이곳을 지난때면 내설악의 세존봉이라는 생각이 든다.

끝청에서 동북으로 내려서는 작은 암릉에 있는 내가 부르는 "작은 세존봉"이다.




깔딱고개를 올라서서 망설임없이 사자버위로 오른다.

오늘 산행코스중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니 그냥 지나칠수 없다.



고개를 들어 중청과 끝청을 바라본다.

이제 얼마뒤면 저 아름다운 끝청에 케이블카에 가득태운 탐방객들이 북적이고 기계음이 이 설악에 울부짖겠지?




사자바위에서 바라보는 설악은 역시 설악이다.

우측의 용아릉의 멋진 암릉군을 중심으로 멋진 구곡담 계곡의 풍광이 멋지다.



오랜만에 봉정암에 들린다.

봉정암의 암릉은 여전히 멋진 모습이지만 봉정암도 새 건물들이 들어서 조금은 변한모습이다.




배낭을 벗어 놓고 사리탑으로 오른다.

용아릉과 공룡능선, 그리고 가야동게곡이 내려다 보이는 이 어찌 멋지지 않은가?




날씨가 갑자기 풀려 박무가 가득하면 어떡허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설악은 이렇게 깨끗한 모습으로 나를 반기고 있다.

어젯밤 무박으로 가야동계곡으로 떠난 산악회를 따라 나설까 고민도 했었다.




1275봉이 우뚝선 공룡능선을 당겨서 담는다.

눈이 없는 공룡은 마치 4월의 공룡같다는 생각이 든다.




산객들에게는 애증인 용아장성도 당겨 담는다.

가고 싶지만 쉽게 갈수 없는 용아장성이다. 이곳에 토왕성폭포전망대처럼 전망대를 만든다는 얘가도 있다.




탐방객들이 북적되고 기계음이 가득한 끝청을 바라보는 사리탑의 심정은 어떨까?




새로 지어진 적멸보궁에 들어서서 불공을 드리며 깜짝 놀란다.

불공을 드리면 커다란 창문 넘어 사리탑이 바로 눈앞에 있어 마치 사리탑에불공을 드리는 것과 같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조망을 가진 법당이 아닐까?

촛불공양을 하고 다시 소청대피소로 향한다.




정말 깔딱거리는 깔딱고개를 올라서니 오늘밤을 함께할 소청대피소가 산객을 맞는다.

전국의 대피소중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대피소가 아닐까?

특히 여름철에 옥외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으며 바라보는 용아장성의 암릉과 귀때기청 너머 일몰은 환상적이다.




겨울의 일몰은 힘이드는지 귀때기청을 가지 않고 가라봉 문턱에서 하루를 마감한다.




맹추위 예보탓인지 취소 산객들이 많아 취사장은 의외로 여유가 있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멋진 저녁 만찬을 준비한다.

대피소에 머무는 대부분의 산객이 그러하듯 우리도 오늘의 메뉴는 삼겹살이다.

삼겹살에 가래떡을 함께 굽고 봄향기 가득한 냉이를 얹으니 유명 세프의 음식보다 더 맛있다.

거기에 "그년막걸리"와 설악 마가목주를 곁들이니 오늘밤은 행복하다.




4:4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대청봉 일출을 준비한다.

배낭을 챙겨 5:00에 대청봉으로 향한다.

아무리 강추위가 물러섰다고 하지만 이렇게 포금한 설악의 새벽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술을 먹고 나면 문제를 일으키는 놈이 오믈도 말썽이다.

산우를 먼저 올려보내고 배낭을 내려 놓고 비상약을 먹고 나니 한결 좋아져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속초는 아직 이른새벽에 불빛만 반짝이고 추운 겨울바다에 어선에서 흩어져 나오는 불빛만이 아침을 재촉하고 있다.





소청봉에 올라서니 바람이 제법 불지만 아직 견딜만하다.

중청대피소에서 배낭을 내려 놓고 떢라면으로 이른 아침을 먹는다.

대피소에는 우리처럼 아침을 준비하는 산객들로 꽤 북적이고 생각보다 젊은이들도 꽤 많이 있는데

버너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아 몹시 불안하더니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고 연결호스를 풀어 불쑈소동이 한바탕 지나간다.




소청에서부터 불기 시작하던 바람은 이제 설악의 매서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6:50이 되어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대청봉으로 향한다.

우려했던 박무가 보이지 않아 멋진 일출을 기대하게 하고 운무가 장관을 이루고 있으니 추위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여명이 밝아오는 대청봉에서 점봉산과 가리산, 방태산 등 내륙에는 멋진 운무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비행기 안에서나 가끔 볼수 있었던 멋진 운무가 바다처럼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산은 섬처럼... 또는 바다가 되고...




운무는 마등령과 황철령, 미시령을 넘어 동해로 가고 싶어하지만 그리 호락호락한 고갯길이 아니다.

내설악의 운무는 외설악의 어떤 운무보다 멋지지만

내설악에서 넘어온 운무는 외설악 저체를 덮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운무가 넘는 것이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외설악의 운무는 프른 동해바다에서 해무가 파도처럼 밀려 왔을때 가장 멋진 그림이 된다.



내설악과 달리 외설악의 대주주인 화채봉은 단정한 모습으로 아침을 기다리고 있다.

저렇게 선명한 화채길은 얼마나 많은 산객이 동경하는 길이던가?

나도 언젠가 화채능선을 걸어 우측능선으로 내려서고 싶다.




단목령 방향의 저 산 이름은 모르지만 운무속의 모습이 환상이다.

거대한 파도에 둘러쌓인 섬이 되었다.

어제 지리산 바래봉과 덕유산 다녀온 산객들의 멋진 설경 사진을 보고 잠시 후회도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섬의 이름이 궁금하다.




저들은 이렇게 가슴 벅찬 멋진 풍광을 보며 어떤 생각과 어떤 얘기를 하고 있을까?




나는 고삐풀린 송아지 마냥 대청봉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다시 보기 어려운 풍광에 미쳐가고 있다.

영하 8도에 세찬 바람까지... 아마 체감온도는 영하 15~16도가 족히 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겨울산을 왜 가는가?

누군가가 묻지만 그들에게 대답한다고 그들이 이런 벅참 감동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내설악의 파도갚은 운무에 외설악의 공룡능선은  아무런 관심이 없는듯 하다.

멀리 운무속에서 향로봉이 작은 섬처럼 보이고 그 뒤에 그리운 금강산이 어렴풋이 보인다.




중청의 커다란 두개의 볼 너머 귀때기청도 운무속에서 아침을 기다리고...




서북능선 너머 가리봉은 마치 자신이 에베레스트의 어느 고산처럼 오늘은 한껏 어깨에 힘이 들어간채 아침을 맞는다.

뭐 이정도면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고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풍광아니던가!



이제 서서히 설악의 아침이 시작되려나 보다.

운무너머로 붉은 홍조를 띠며 일출이 시작되고 있을 알려준다.



아니 붉은 태양이 떠으로는 것이 아니라 잘익은 계란의 노란 속같은 태양이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이제 얼마뒤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탐방객들로 북적일 서북능선의 끝청에도 붉은 아침이 채색되고 있다.

 



한무리의 산객들 인증샷이 끝나고 나도 대청봉 정상석 앞에 섰다.

소란스럽던 대청봉 일출이 끝나고 산객들이 다시 중청으로... 다시 오색으로 내려서니

대청봉에는 바람과 그리고 나, 일부의 산객만 남는다.




이제 대청봉도 붉게 메이크업을 하고 있지만 운무는 좀처럼 물러설 기미가 없다.

아마 오늘 내설악의 운무는 오전내내 그 자리에서 머물지 않을까?




가리봉과 귀때기청, 그리고 서북능선도 햇살을 밝아 황금색으로 변신을 한다.











무덤덤하게 앉아 아침을 기다리던 화채능선도 아침햇살에 붉은 화장을 한다.

이세상에 붉은 햇살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얼마나 있던가?




황철령과 마등령, 그리고 1275봉과 신선대, 붉은 아침 햇살로 화장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운무가 외설악으로 넘어서서 공룡을 덮으면 어떡하나 고민했었다.

운무가 넘어 공룡능선의 발아래 덮여 달마봉이 섬이 되고 울산바위가 배가 되면 아무리 힘들어도 공룡을 가야겠지? ㅋㅋ

다행히(?) 운무는 외설악으로 넘어서지 않는다.




멀리 향로봉의 조형물이 운무속에서 반짝이고 그 뒤에 금강산으로 보이는 산이 보인다.




아직도 대청봉을 떠나지 않는 산객들을 보면 오늘의 일출과 운무가 전해준 감동의 여운이 세찬 바람을 이기고 있는 듯 싶다.




중청으로 내려서며 아침햇살에 수줍은 공룡능선을 뒤로 사진 한장 남긴다.




햇살받은 공룡, 운무를 안았을때만큼 예뻐보인다.




다시 중청으로 내려서며 중청대피소를 담는다.

이제 얼마뒤면 역사의 뒤안길에서 추억으로 남을 대피소라고 생각이 드니 가슴이 짠하다.

그들의 주장은 노후화되어 위험하고 환경파괴를 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설악에 있는 5개의 대피소중에서 대피소의 역활을 가장 잘하고 있는 대피소가 중청대피소라고 생각한다.

겨울철에 오색에서 오른 산객들이 대청봉의 강추위를 피해 몸을 녹이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희운각대피소를 확장 운영한다고 하는데 중청대피소의 역활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들은 위의 이유가 아니라 끝청에 놓일 케이블카의 계류장과 겹쳐서 철거하는 것이라고 짐작한다.

난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중청대피소 철거는 반대한다.








중청을 돌아서며 내려다 본 신선대도 노랗게 익어 가고 있다.




소청으로 내려서는 등로에는 몸을 가누기 어려운 세찬 바람이 불고 있다.

그래 이렇게 바람이 불어야 겨울 설악답지^^




바람 세찬 소청에서 귀때기청과 그 뒤의 가리봉을 담는다.

아직도 가리봉은 운무속에서 여전히 고산 흉내내기에 여념이 없다.




다시 소청으로 내려서서 한장 사진을 남겨본다.

바람은 오히려 새벽에 올라올때보다 더 심술사납게 불어 온다.





화채봉과 천당릿지길, 그리고 희운각대피소! 희운각대피소의 모습이 마치 산골의 어는 집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신선대는 역시 멋지다.

천당릿지에서 바라보던 신선대와는 분명 같은 신선대이지만 오늘은 전혀 다른 신선대다.




잠시 희운각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무너미고개를 넘는다.

눈으로 가득했던 무너미고개도 극심한 겨울 가뭄에 아이젠이 필요없다.

만경대와 천당릿지도 눈하나 없는 풍경으로 마치 4월의 설악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지난 봄의 추억을 되새기며 천당릿지길을 당겨담아 반가움을 표현해 본다.

올해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으리라!




천당폭포도 지난 며칠간의 혹한에는 도리가 없었나 보다.

꽁꽁 얼어 붙은채 물흐는 소리도 내지 않고 웅크리고 있다.




양폭으로 내려서는 철계단이 예년같으면 눈에 덮여 보이지 않을텐데 아이젠이 필요없는 등로가 되어 버렸다.




별길의 암릉도 4월의 별길처럼 햇살에 하얗게 웃고 있다.

양폭대피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소공원으로 내려서는데 등로에는 눈의 흔적 조차 없다.


오랜만의 1박2일의 산행에 다리가 제법 무겁고 욱신거리지만 역시 설악은 나의 힐링캠프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기분좋게 산행을 마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