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독산성

Edgar. Yun 2018. 12. 5. 05:02

특별하지 않으면 난 토요일에 산을 간다.

토요일에 가지 못하면 일요이에라도 다녀오지만 이번주에는 산에 가지 못한다.

토요일은 막내의 수시시험도 있고 둘째와 막내의 시험으로 미루어 놓았던 김장도 더 이상 미룰수 없으니...

아내와 막내에게 토요일 김장이 끝나면 일요일에는 산을 다녀오겠다고 허락(?)을 받았지만

오늘 난, 산에 가는 것을 포기한다.

아니 갈 수가 없다.

너무 힘들다.

견딜수 없을만큼의 스트레스가 나를 무참히 무너트려 버렸다.

힘이드니까 그 댓가로 월급을 주는거라고 평소에 농담을 했지만 너무 힘들다.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면 모르겠지만 오너와 담당자의 안일함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고

그 일 뒷처리는 온전히 내 몫이다.

떳떳함이 가장 편안함이라고 평소에 늘 얘기해온 나로서는 정말 견디기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다,

아무리 좋게 얘기해도 이건 사기가 맞다.

사기쳐서 1억이 넘는 장비를 판것이라고 보아야 하지만

안일함으로 사건을 만든이들은 아직도 안일한 것 같아 더 화가 난다.


나에게 카톡을 보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내가 견뎌 낼 수 있을까?"

산에 가지 못하고 막내를 태워 수시시험장인 동탄의 세마중학교를 찿는다.

과외를 시키고 학원을 보낸 공은 어디로 가고 이렇게 지방으로 내려와 시험을 치다니...

속이 뒤집어지지만 참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막내를 시험장에 들여 보내고 아내와 같이 근처에 있는 작은 산성인 독산성을 찿는다.





독산성은 높은 산은 아니지만 오산, 수원, 화성에 걸쳐 있는 넓은 평지 가운데 솟아 있어 주변의 조망이 좋지만

나에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기 좋은 곳일뿐이다.

 주차를 하고 성안으로 들어서니 작은 사찰 보적사가 나를 위로한다.

대웅전에서 합장하며 간절히 기도를 한다.

헤안을 주셔서 이 어려움을 이겨낼수 잇도록 도와 주소서!





보적사에서 나와 성벽을 따라 동쪽으로 향한다.

바람이 제법 차지만 더 추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벽을 따라 걷는 길은 누구나 손쉽게 걸을수 있다.

북쪽을 지나니 바람도 불지 않아 마치 이른 봄날에 걷고 있는 기분이다.





임진왜란 때 행주대첩으로 알려진 권율장군의 지혜로운 전략인 "세마"를 기리는 세마대이다.
독산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는 세마대(洗馬臺), 말을 씻는다는 뜻이다.  
이 성은 방어가 유리해 군사기지로는 중요한 위치였지만

산꼭대기에 만들어져 물이 부족해 오래 머물기에는 불리한 곳이었다고 한다.

 이곳으로 진격해온 왜군도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독산성을 공격하지 않고 포위를 한채
"물이 없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빨리 나와 항복하라"는 의미로 물 한 지게를 성으로 올려보내자
권율장군은 왜군이 잘 볼 수 있도록 성의 가장 높은 지대에 말을 세워 놓고 하얀 쌀을 말에 뿌렸다고...

멀리서 보면 마치 물로 말을 목욕시키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적을 물리쳤다고 한다.


난 조망이 성벽을 걸을때보다 좋지 않아... 그냥

권율 장군의 지혜를 배울수 있다면...





한시간 가량 걸어 다시 보적사로 돌아왔다.

보적사 앞의 커다란 느티나무 밑에서 찬바람으로 근심을 씻어 내려 하지만...

오늘이 지나는 것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