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월악산-제비봉을 가다.

Edgar. Yun 2018. 12. 31. 11:55

구담봉

제비봉을 밟고 서있으니 제비봉을 볼 수는 없다.

대신 충주호와 구담봉을 온전히 내려다 볼수 있다.

영하 15도의 혹한에 얌전한 충주호에 구담봉이 담겨져 있다.





월악산-제비봉을 가다.

일시 : 2018년 12월 30일 토요일

코스 : 제비봉 탐방 안내소~제비봉



월요일 2시에 거래처 현장 설명회가 있어 여행을 갈 수가 없다.

당근, 산을 가기도 어려우니 오늘 산을 다녀오는 일정이 가장 최선이다.

덕유산 향적봉을 가고 싶지만 눈이 없는 겨울 향적봉을 만나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상고대도 눈이 빛나는 조연을 해주어야 볼만하다.

그럼 어디를 다녀오지?

지난 주에 담양을 다녀오며 만났던 제비봉을 다녀오자!

혹시 운이 좋으면 얼음골에서 장회나루로 오며 만났던 상고대를 만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혹시나?

기대가 산산 조각이 나는 것은 그리 긴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 설겆이를 마치고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니 7시 30분이 지나가고 있다.

주차장에서 나오니 수은주가 곤두박질 친다.

영하 13도... 양평휴게소를 지날때는 영하 15도를 가리킨다.

온도계도 "체감온도" 라는 것이 있을까?

이정도면 지난주에 만났던 상고대를 기대할만하지 않을까?

단양 톨게이트를 나와 얼음골을 지나며 제비봉을 올려다 보지만 기대했던 상고대는 손톱만치도 없다.

지난주에 열심히 눌러담았는데... 집에 와서 보니 메모리카드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이렇게 제비봉 상고대는 그냥 기억속에만 존재하려나 보다.





제비봉탐방 안내소 주차장에 9시가 조금 지나 도착해서 산행준비를 한다.

그런데 아뿔사!

방한모도 없고... 의자도 없다.

식탁의자에 올려 놓고 그냥 왔나 보다.

할 수 없지... 바람막이 모자가 있으니 그냥 오를수 밖에...

다행히 바람이 없으니 큰 문제는 없을듯하다.

그래서 체감온도가 갑자기 생각이 났었을까?




계단공사가 한창이다.

영하 15도가 넘는 혹한의 휴일에... 고생이 많다.

산다는 것이 다 그런거지만 말이다.

게단을 올라서니 첫번째 조망처가 산객을 맞는다.

평온한 충주호에 금수산이 곱게 잠겨져 있고 구담봉이 한눈에 조망이 된다.




700m가 넘는 산의 정상까지의 거리가 2.2km이니 이정도의 가파름은 당연한것이 아닐까?

제비봉 너머로 아침해가 지나가고 있다.




바위틈에서 소나무처럼 잘 자라는 나무가 또 있을까?

바위틈 곳곳에 멋진 소나무가 줄지어 자라고 있다.

어떤 소나무는 이미 수명이 다했는지 바짝 말라 있다.

성장을 멈출수는 없고 그렇다고 무한 성장하기에는 바위틈의 한계가 있고... 그렇게 살다 죽어 간다.








우측 멀리 월악산의 영봉이 보인다.

89년 늦가을 처음 함께 올랐던 산이다.

아내와 지금 같이 살게 만들어준 산이라고 해야 될까?

내년가을에 30년 기념으로 아내와 함께 올라볼까?

산천은 변함이 없건만 나만 반백의 중년으로 변해 있다.





암릉길에서 내려다 보는 충주호와 주변산의 풍경은 오늘따라 평온하기 그지 없다.

문뜩 하얀 눈이 가득한날 다시 찿아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조금 일찍 산행을 시작한탓인지 정상에는 아무도 없이 제비를 닮은 정상석만이 나를 반긴다.

억지로 셀카... 인증을 하니 제법 손이 시럽다.

올라올때의 등로를 생각하면 생각보다 정상은 넓어 날씨 좋을때 긴시간을 머물다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남쪽으로는 소나무 잎새사이로 소백산이 보이고 도솔봉도 멋지게 보인다.




지난 여름에 1박으로 다녀왔던 소백산 연화봉이 손에 잡힐듯 가깝다.

흰눈이 내리면 다시 1박으로 다녀오고 싶은 곳이다.

아직은 이름에 걸맞지 않은 소백의 모습이다.




소백산을 가장 잘 조망할수 있는 도솔봉도 오늘은 소백산 못지 않게 멋진 모습이다.






정상에서 가져간 바나나와 두유를 먹을까? 고민했지만 서둘러 내려선다.

바람은 없지만 땀으로 젖은 뒷머리가 꽁꽁 얼어버리도록 제법 날씨가 춥다.

주차장에서 채 2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 그냥 내려서도 허기지지 않을것 같다.






손에 잡힐듯 가까운 구담봉과 멀리 소백산의 국망봉을 담는다.




상고대를 닮은 은사시나무가 햇살에 반짝인다.




유람선이 제비봉을 보여주려는듯 충주호를 미끄러지듯 유영하고 있다.

제비봉을 제대로 보려면 유람선을 타야 한다.

지난주 유람선을 타고 보았던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제바봉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구담봉의 거북 바위도 당겨서 닮는다.

거북바위는 옥순봉 방향에서 보아 야 제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계단에서 돌아서 암릉을 담고 서둘러 내려선다.

12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보며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점심으로 부침개와 막걸리를 먹자고 하니 흔쾌히 OK!

소백산 막걸리를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