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산장에서
오랜만에 아내와 같이 소청산장에 올랐다.
소청산장에서 만나는 설악의 장쾌함을 잊지 못해 준비가 덜 된 아내를 데리고 올랐는데
서락은 무엇이 못마땅한지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고 안개 뒤에 숨어 버렸다.
서락산 - 아내와 함께 서락 소청산장에 들다.
일시 : 2019년 7월 30일~31일 수/목요일
코스 : 백담사~수렴동산장~쌍용폭포~봉정암~소청산장~소청봉
아내의 휴가 일정에 맞춰 휴가를 신청했다.
이틀 서락을 가는것도 아내의 의사를 존중해서 결정을 했다.
불곡산이라도 서너번 다녀와야 할텐데 아내는 한번도 불곡산을 다녀오지 않았다.
어떡할려고...
며칠전의 일기예보에는 휴가기간동안 쾌청이었는데...
오늘과 내일 비가 예보되어 있다.
며칠동안 일기예보는 변화무쌍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서둘러 준비하고 출발을 했는데도 용대리에 도착하니 8시가 넘어 서고 있다.
사조식당에 주차를 하고 나는 청국장, 아내는 산채비빔밥을 주문하여 아침을 먹는다.
지난 겨울에도 들려서 아침을 먹었던 집이다.
밥값에 주차료가 포함되어 있으니(?) 음식맛만큼이나 만족스럽다.
백담사를 지나쳐 바로 영시암으로 향한다.
앞서가는 두산객의 비박배낭이 부럽다.
어디로 비박을 가는 걸까?
백담사 탐방 안내소에서 한참을 머무르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아침에 확인한 일기예보에는 오전 7시에만 비가 있어 우산을 한개만 가져왔는데...
비가 잦아지기를 한참을 기다려 다시 출발을 한다.
다행히 수렴동산장에 도착할때까지는 비가 오지 얺았지만 도착하자마자 세찬비가 내린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던 작은 와폭이 오늘 이렇게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
난 한참을 머무르며 렌즈에 와폭을 담아본다.
연화담에 머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일지 모른다.
숲의 푸르름이 그대로 담에 잠겼는지 물때가 너무 아름답다.
관음폭포가 제법 세찬 물을 토해내고 있다.
동아폭포의 모습은 어떤가?
폭포도 아름답지만 파란하늘이 난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던 날이 개일려나? 용아장성위로 파란 하늘이 눈부시다.
쌍용폭포에서 한참을 머물며 조금 지쳐 보이는 야내를 격려한다.
문뜩 쌍용폭포 상단을 가고 싶다.
다녀온지 3~4년은 지난듯하니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무리가 아니다.
봉정암을 오르며 체력을 다 썼는지 아내가 몸시 힘들어 한다.
힘들어 하는 아내를 억지로 사리탑을 데리고 올라가니 짜증이 보통이 아니다.
사리탑은 보존처리 공사중으로 관계자들이 사진 촬영중이다.
힘들어 죽겠다던 아내도 용아장성의 기암과 공룡능선을 바라보고는 연신 감탄사를 내 밷는다.
어느 누가 서락의 이 풍경을 보고 반하지 않겠는가?
서락에서 솔나리꽃을 만나다니 행운이다.
솔나리를 보러 몇년전에 남덕유를 다녀온뒤로 처음 만나는 솔나리꽃이다.
물론 서락에서는 처음 만난다.
"깨끗한 마음, 새아씨"가 꽃말이다.
솔채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 솔체꽃의 꽃말이다.
솔체꽃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에 양치기 소년이 살고 있었는데 마을에 무서운 전염병이 돌아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전염되고 말았다.
소년은 약을 구하러 깊은 산으로 들어가 헤매다가 힘이 들어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한 요정이 나타나 약초를 주었고, 소년은 이 약초로 사람들을 구했다.
후에 소년이 다른 소녀와 결혼하자 소년을 좋아했던 요정은 너무나 슬픈 나머지 매일 울다가 죽고 말았다.
신이 이를 불쌍히 여겨 꽃으로 피어나게 한 것이 솔체꽃이라고 한다.
그래서 꽃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두해살이 꽃이다.
흰색의 솔체꽃도 있다는데 아직 산에서 흰 솔체꽃을 만난적은 없다.
아침을 먹고 무슨 생각인지 아내가 소청봉을 오르자고 한다.
소청에 올라 조망이 좋으면 대청보도 가고 싶다고 한다.
어제는 그렇게 힘들어 하더니 하룻밤 지나고 나니 다시 힘이 솟았을까?
어쩌면 다시 오기 힘드니 온김에 대청봉도 가고 싶은것이 아닐까?
소청을 오르는 동안 세찬 바람이 안개비 깉은 안개를 몰고 지나간다.
그러나 서락은 선뜻 허락하지 않는다.
다시 소청으로 내려와 밖을 내다본다.
비는 그쳐 다행이지만 안개뿐,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아내도 아쉬운지 가을에 다시 오자고 한다.
서락이 온통 진한 곰탕이니 사진에 담을 풍경이 없다.
계단 아래에서 활짝 피어 있는 배초향을 담자.
새로 지은 대웅전의 뷰는 전국 최고가 아닐까?
적멸보궁이라 당연히 법당에 부처님을 모시지 않는데 창문넘어 사리탑이 제대로 조망된다.
아내는 누구의 기획이었는지 최고라고 연신 감탄한다.
신라 성덕여왕때 창건되었다는 봉정암
수많은 불자들이 기도처로 찿는 불교 성지가 되었다.
백담사에서 봉정암을 오르는 길은 그리 위험한 곳은 없지만 쉽게 오르기 어려운 것은 분명한데
등산화도 신지 않은 칠십, 아니 팔십의 노불자들이 오르는 것을 보면 종교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분들에게는 등산이 아니라 "순례의 길"이 아닐까?
해탈고개를 내려서서 봉정교에서 멈추었다.
바람에 배를 드러낸 잎새들의 모습이 더 시원하다.
용대리에 도착해서 다리밑에서 시원한 알탕으로 몸을 식히고 평창으로 향한다.
새벽까지 요란스런 비를 내리던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파랗고
진한 곰탕이던 서락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완료했다.
아쉽지만 보여주는 만큼만 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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