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사자암에서...
중대 풍로산에 자리잡은 중대사자암에서면 이곳이 오대산이구나! 절로 느낄 수 있다.
5층탑처럼 지어진 절을 오르며 돌아보면 후덕한 오대산의 모습이 반기는듯하다.
오대산-더위가 무슨 말이지?
일시 : 2019년 8월 17일 토요일
코스 : 상원사~중대사자암~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월정사
주말에 또 비가 예보되어 있고 무더위에 잔뜩 겁을 먹어 선뜻 산행 계획을 잡지 못한다.
지난 광복절에 설악 별길 산행계획이 태풍 크로사에 의해 취소된 아쉬움이 크게 남아 있어 가긴 가야하는데..
금요일 퇴근하여 야구 중계를 보며 다시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검색한다.
오대산, 진부의 날씨를 보니 가끔 흐리고 갬이다.
그 사이 일기예보가 바뀌었나보다.
"땡큐! 오대산을 가자"
잠을 채 3시간도 자지 못하고 오대산으로 출발이다.
지난 화요일 호암산, 삼성산에서 무더위에 죽다 살아났으니 얼음 생수는 충분히 챙기고... 갈아 입을 옷도 충분히...
출발 시간 조금 늦은 6:50, 차량 정체를 걱정했지만 생각보다는 수월하다.
진부 TG를 9:20에 빠져 나온다.
진고개 삼거리를 지나 월정사로 향한다.
월정사 입구에서 통행료를 낸다.
매표소 위의 플래카드가 실소를 부른다.
"오대산의 대부분은 월정사 소유입니다"
자랑일까?
아님, 통행료 받는것이 조금은 맘에 걸렸나?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로 향한다.
9시가 넘은 지금 시간, 밖의 온도가 21도란다.
말이되나?
불과 4일전에 무더위에 죽다 살아났는데...
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확인한다.
정말 시원하다.
주차를 마치고 상원사로 올라선다.
상원사에서 중대사자암에 가는 길중 산으로 난 등로를 따라 오른다.
바람이 시원함을 넘어 서늘하게 느껴지니 여기가 바로 불국정토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바람의 격려탓일까?
거친 등로를 올라도 전혀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5층탑을 연상시키는 중대사자암, 오대산의 5臺(중대, 동대,서대,남대,북대)를 상징하여 지었다고 한다.
오대산은 5개의 봉우리(비로봉(1,565m), 호령봉(1,566m), 상왕봉(1,493m), 두로봉(1,422m), 동대산(1,434m))와
평평한 5개의 고원같은 대지가 어우러진 산이다.
사자암에서 바라보는 오대산은 문수보살의 미소처럼 깊으면서도 온화하다.
법당인 비로전에서 오대산을 담아본다.
비로전은 비로자나부처님을 모시고 문수와 보현이 협시보살상으로 조성되어 있다.
삼국유사에도중대에는 문수보살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중대사자암에서 나와 적멸보궁으로 향한다.
20여분, 현무암계단을 오르면 우리나라 3대 적멸보궁(설악산 봉정암, 통도사, 상원사)중의 하나인 상원사 적멸보궁을 만난다.
비로봉 바로 아래, 용머리에 해당하는 명당에 자리잡은 적멸보궁!
당나라를 갔던 신라의 자장율사가 문수보살 앞에서 7일간 기도 후 오대산을 찿아 진신사리를 적멸보궁에 봉안하였다고 한다.
적멸보궁의 뒷편을 찿았지만 적멸보궁이 어디에 모셔졌는지는 정확히 가름하기 어렵다.
김홍도의 그림에도 중대사자암과 적멸보궁이 보인다.
적멸보궁에서 비로봉은 1.5km이지만 제법 가파른 등로가 이어져 1시간 가까이 올라야 한다.
안개가 몰려들어 조망이 전혀 없고 야생화 조차도 볼것이 별로 없지만 시원한 바람만으로도 아무런 불평을 할 수가 없다.
정상에 오르니 반기는 것은 짙은 안개와 흩뿌리는 빗방울이다.
분명 비가 없다고 했는데...
늘 구라청을 원망하면서도 또 구라청의 예보를 믿고 올라온 내가 참^^
올해는 유독 안개가 나를 자주 쫓아다니는 것 같다.
정상에는 10여명의 산객들이 정상석에서 인증중이다.
블랙야크 100대명산 인증하는 산객들로 한참을 기다렸다.
민폐아닌 민폐라고 생각한다.
미리준비해서 1~2컷 찍으면 될텐데...
바람을 피해 간단하게 점심을 먹는다.
오늘의 점심은 쌂은 달걀 2개와 바나나 1개... 설악에서의 점심과 비교하면?
점심을 먹고 서둘러 상왕봉으로 출발한다.
비가 제법 내려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비는 멎었다.
중대에서 북대로 향하는 대지... 화엄의 세계인지 모르겠다.
오대산은 육산으로 토질이 좋아 전나무를 비롯하여 주목등, 많은 거목들이 있다.
북대암으로 내려서며 만난 상수리 나무도 품어 안을수 없는 거목이다.
비가 흩뿌리는 임도를 따라 내려선다.
바람이 시원하여 종주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짙은 안개는 미련없이 내려설수 있게 해주었다.
올라가는 길이 걱정이 되어 그냥 지나칠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어떡해 월정사를 그냥 지나칠수 있나!
금강연의 물빛을 보며 "잘왔다"라는 생각이 든다.
금강연의 물빛과 전나무숲의 색이 같다.
연한 옥빛의 세상은 그 자체로 깨달음이고 편암함이다.
간단하게 경내를 둘러본다.
신라 선덕여왕 12년인 643년에 자자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오대산의 중심 사찰, 월정사는 설명이 필요 없는 사찰이다.
자장율사는 산서성 태화지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님 정골사리와 가사, 발우를 받아 왔다고 한다.
국보인 팔각구층석탑을 보았으면 다 본것 아닌가? ㅎㅎ
상원사에서도 돌배를 보았고 북대암으로 향하는 등로에서도 여러차례 돌배를 만났는데 이곳 월정사에서 다시 돌배를 만난다.
술담가 먹으면...
어릴적 고향에서는 배나무가 귀했었다.
여름이 끝나가는 8월말이면 개울건너 신작로 위에 있던 돌배를 따다가 익혀서 먹곤했었다.
그 생각에 떨어진 돌배를 주워 한입 배어무니... 아이고 시다.^^
찻집 앞 정원에서 만난 이름 모를꽃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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