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때기청 상고대
설악은 언제나 선물을 준비한다.
한번도 나를 그냥 빈손으로 돌려보낸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오늘도 설락은 나에게 오랫동안 잊지 못 할 멋진 풍광을 선물한다.
서락산-파주의 진산을 오르다.
일시 : 2019년 12월 21일 토요일
홀산이 좋은 것은 그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산을 맘껏 가질수 있다는 것이지만
때로는 너무 눈치를 보지 않아 불편함도 있다.
오늘이 그렇다.
정해진것은 서락일뿐! 그 이상은 출발해서 서락으로 향하는 그 순간까지도 코스를 정하지 못했다.
새벽 1시반에 잠에서 깨어 고민한다.
오색에서 대청을 올라 일출을 볼까?
일기예보를 보니 새벽에 구름이 낀다니 일출보러 대청봉을 오르는 것은 패스다.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다시 눈을 뜨니 5시가 넘어서고 있다.
꼼지락꼼지락! 마치 가기 싫은 사람처럼... 라면 끓여 이른 아침을 먹고 차에 오르니 6시가 넘어서고 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산행이었다면 코스와 시간은 정해졌을텐데...
동홍천I/C바로전에 코스를 결정한다.
소공원에서 올라 공룡을 탈까 고민했지만 처음 계획했던 안산을 간다.
국도로 나와 철정을 지나니 계기판의 온도가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다.
올겨울들어 처음 만나는 영하 10도의 추위, 창문을 열고 찬바람을 맞아 본다.
당근, 뭐 시원하지!
원통을 지나 안산을 먼저 만난다.
그런데 어찌 안산의 모습이 내가 그리던 안산의 모습이 아니다.
석황사골 입구에서 다시 만난 안산! 눈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제길! 갈등하다가 안산으로 코스를 결정했는데 이게 뭐지?
눈이 없는 안산을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시 코스 변경... 귀때기청이 오늘 만날 서락이다.
한계령에 도착하니 이미 해는 등선대를 넘어가고 있다.
제법 많은 산객들이 보인다.
아마 대부분이 산객들은 서락이 열리자 한계령을 올라 중청이나 소청대피소로 가는 것 같다.
혼자이니 좋은 것! 작은 조망대로 맘껏 올라 볼 수 있다.
평상시에는 잘 오르지 않던 조망대에서 가리봉을 담는다.
가리봉을 다녀온지도 7~8년은 지난듯하다.
바람이 세차 바위에 올라 머물기가 쉽지 않다.
내년봄에는 대간길에서 우측 필례로 흘러 내린 능선을 꼭 다녀오리라!
나폴레옹 모자가 보이면 삼거리까지 칠할은 오른것이다.
오색코스와 길이는 비교 할 수 없지만 한계령휴게소에서 삼서리까지 오르는 길도 제법 된비알을 자랑한다.
서락 어디 가파르지 않은 코스가 있기는 할까?
오늘 최종 목적지인 귀때기청이 인사를 한다.
1500m가 넘는 고봉이지만 생각보다 찿는 산객들은 거의 없는 서북능선의 주인이다.
삼거리에 올라 서락의 깊은 속살을 담아본다.
우측 대청봉이 나뭇가지 사이러 보이고 좌측으로 공룡능선의 장쾌한 파로나마가 황철령으로 이어진다.
그 앞에 그리 높지 않지만 서락을 찿는 산객들의 로망! 용아장성이 하얀 이를 들러내고 있다.
큰귀때기골의 암릉도 가고 싶었지만 아직 나에게 미등지다.
혹시 내려설때는 파란하늘이 보일까?
삼거리를 지나 귀때기청으로 향하는 길목! 비박짐을 지고 있는 산객이 잠시 쉬고 있다.
어제 올라와 귀때기청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내려서는중이란다.
부럽다! 난 아직 뭐가 그리 무서운지 꿈도 꾸지 못하는데...
바람이 너무 세차 너덜길을 오르기 어려우니 조심하라고 당부하며 오늘 내가 처음 귀때기청을 오르는 산객이란다.
도둑바위골 너머 저 멀리 조망되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오늘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볼것도 없는데 여기서 돌아서 내려갈까 하는 마음도 들지만 그럴순 없지
마음을 잡고 다시 귀때기청을 향한다.
전위봉을 넘어서자 '와우" 기대하지 않았던 상고대가 세찬바람속에서 나를 반긴다.
너덜길을 오를때는 바람에 밀려 자칫 부상을 입을뻔했는데... 이겨내고 오르니 생각지 못했던 큰 선물을 준다.
모처럼 귀때기청을 찿았는데 안개가 밀려오고 하늘은 온통 찡그린 잿빛, 조망은 기대도 못했는데...
그 안개가 이렇게 눈부신 상고대를 만들었다.
상고대는 안개와 바람이 없으면 태어날수 없다.
서락의 고봉에서 상고대를 보기 쉽지 않은 이유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던가! 파란 하늘을 아쉬워하는 나를 보면 꾸짖어 나무란다.
욕심버릴려고 산을 찿은 사람이 오히려 욕심으로 가득차다니... ㅉㅉㅉ
귀때기청의 털진달래는 내 버킷리스중의 하나이지만 해마다 아쉬움을 남기고 지나간다.
털진달래의 만개가 오월초인데 그때는 산불예방기간으로 통제되어 오를수가 없다.
그래도 내년에는 꼭 버킷리스트를 지워보고 싶다.
그 아쉬움을 아는지 화사한 진분홍 꽃잎대신 눈부신 화이트 상고대를 선물한다.
전위봉을 지나 귀때기청을 오른다.
바람은 더 거세게 불어 오지만 상고대를 보며 오르는 귀때기청은 나쁘지 않다.
마치 얼음꽃 같은 상고대
네 이름이 뭐였지?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냥 예쁘면 된다.
드디어 1,578m의 귀때기청봉이다.
설악산의 봉우리 가운데 가장 높다고 으시대다가 대청봉,중청봉,소청봉에게 귀싸대기를 맞았다는 유래보다
귀가 떨어져나갈 정도로 바람이 매섭게 분다는 말에 오늘은 한표다.
1,500m가 넘는 고봉이지만 정상석 하나 없는 귀때기청봉이다.
마음이야 하루종일 귀때기청봉에서 머물고 싶지만 때가 지나니 이제 배도 고프고 무서운 바람소리도 이젠 피하고 싶다.
혹시나 내려서는 길에는 안개가 걷히지 않을까?
오히려 안개는 더 짙어지고 하늘은 금방 눈이라도 쏱아질기세다.
아쉬움은 공룡과 용아를 들여다보는것으로 달래고 서둘러 한계령으로 다시 내려선다.
한계령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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