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설악산 - 겨울 공룡을 만나니 더 바랄것이 없다.

Edgar. Yun 2020. 2. 9. 06:40


겨울 공룡에서

맘 같아서는 1275봉을 올라 마등령으로 향하고 싶지만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공룡의 모습만으로도 답답햇던 가슴이 뻥 뚫려버리니 더 바랄것이 없다.



서락산 - 겨울 공룡을 만나니 더 바랄것이 없다.

일시 2020년 2월 8일 토요일



숨이 막힐듯이 답답한 일상에 지쳐간다.

어디가서 지친 심신을 달래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올 수 있는 활력을 얻을수 있을까?

겨울 공룡이 보고 싶다.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 공룡을 넘을수는 없겠지만 신선대, 운이 좋으면 노인봉까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새벽에 일어나 베낭을 챙기고 너구리 한봉지 끓여 이른 아침을 먹고 나니 6시가 넘어서고 있다.

오랜만에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에 서락으로 떠나니 지난 세월이 주미등처럼 스쳐간다.

한주도 쉬지 않고 미친듯이 서락을 드나들곤 했던 지난 시간이 마냥 그립고 부럽다.

열정도 시간 앞에서는 영원할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일까?

생각보다 도로에 차량이 많지 않다.

출발 2시간만에 설악 소공원에 도착, 신흥사 밑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준비한다.

이 바람, 이 내음, 서락의 바람이고 서락의 내음이다.


자기네 땅이라고...ㅋ

몇달간 펜스를 치고 공사를 하더니 이제 공사가 끝났나보다. 



작년 가을에 보고 몇달만에 다시 이 풍경을 담아본다.

할 수만 있다면 마등령을 지나 황철령을 걸어 울산바위로 내려서는 코스를 등반하고 싶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어려지겠지?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특히 겨울 등반은 더 많은 체력이 필요하기에 쉽게 도전할 코스가 아니다.

특히 혼자는 더더욱... 함께 할 산우를 찿는 것이 더 필요하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잠시 쌍천으로 내려서서 눈덮힌 세존봉과 마등봉을 담아본다.

홀산이 좋은 이유는 당근 " 내가 하고 싶은데로... 맘가는데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 며칠 추워 계곡이 꽁꽁 얼었을거라 생각했는데 계곡에는 맑은 물이 서락을 담고 있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풍경이다.

그리고 겨울이 아니면 잘 보이지 않는 풍경이다.

잘생긴 소나무 사이로 눈덮힌 대청봉이 자태를 뽐내며 산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장군봉에 아침햇살이 찿아와 붉게 물들이고 있다.

수십번을 보았지만 언제보러아도 멋진 장군봉과 형제봉의 자태를 보며 서둘천 불동으로 들어선다.

저봉을 바라보며 이번달 시산제도 생각해 본다.



올겨울은 유난히 적설량이 적고 겨울답지 않은 고온의 겨울이었는데 

이곳 서락도 피해가지 못했는지 등로에도 눈이 보이지 않더니 병풍바위를 지나니 조금씩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올라오면서 산객을 거의 만나지 못했는데 양폭산장에 도착하니 눈 쌓인 지붕 밑에 제법 많은 산객들이 소란스럽다.

6~70대로 보이는 산객들은 중청산장에서 6:30분에 아침을 먹고 내려서서 이른 시간이지만 점심을 준비한다.

라면에 떡국, 숫가락을 들고 달려들고 싶다.







양폭도 지난 추위에 긴 동면에 들어 갔는지 꽁꽁 얼어있고 숨구멍만 빼꼼 남겨 놓았다.

겨울 풍경은 마치 히말라야의 고산 풍경 같아 너무 좋다.

협곡 사이로 빼꼼히 내려다 보이는 울산바위가 귀엽다는 생각을 한다.



겨울이 아니면 볼수 없는 풍경이다.

무너미고개 입구에서 신선암을 바라보는 기분이야 누가 뭐라하든 최고다.

고개를 조금 돌려보면 지난 여름에 다녀왔던 천당릿지길도 온전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반겨준다.



에고... 사람의 인연이란게...

지난 연말 호도협과 옥룡설산을 함께 했던 "혜초여행사 임태은 대리"를 무너미 고개에서 만났다.

이번달 킬리만자로 등반을 떠나는데 훈련으로 한계령부터 등반중이라고 한다.

나도 따라 가고 싶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4월말 떠나는 쓰구냥산 일정이 불확실해 더 떠나고 싶다.





눈 쌓인 무너미 고개를 오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더욱이 게을러서 아이젠도 착용하지 않고 오르려니... 내려서는 사람들은 썰매를 타고 내려서며 좋아하지만

마냥 좋아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나 보다.

몇년전에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내려서는 길에서도 썰매를 타던 산객이 눈속에 숨어 있는 돌뿌리에

엉덩이뼈를 심하게 다쳐 꼼짝도 못했던 일이 있었다.



희운각대피소에 들려 신라면 한봉지 끓여 점심을 먹는다.

아무도 없는 취사장이 제법 썰렁하여 패딩 점퍼를 꺼내 입었는데 아마 차가운 맥주 한캔을 마셔서 더 추웠던것 같다.

산객들이 지나간 아무도 없는 취사장이었기에 그냥 맘놓고 맥주 한잔!


점심을 먹고 나니 12시가 조금 넘어서고 있다.

서둘러 배낭을 메고 무너미 고개를 지나 공룡능선으로 올라선다.

출입금지 푯말이 있어 조금 미안하지만 먼저 지나간 산객의 발자국이 있으니 그리 어렵지 않다.

원공룡능선길을 따라 오르고 싶지만 아무도 오르지 않은 눈길이라 나서기 어렵다.





희운각을 떠난지 40여분이 지나 공룡능선에 올라선다.

지난달 산행다운 산행을 하지 못하고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아침 운동도 하지 못했더니

종아리도 아프고 허벅지도 욱신거리며 당긴다.

그래도 겨울 공룡능선에 올라 바라보는 저 거대한 설악의 풍경은 지친 몸따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눈덮힌 1275봉과 나한봉, 그리고 범봉까지 풍경은 그동안 지치고 우울해던 일상의 묵은 찌꺼기들을 단숨에 털어낸다.

사실 오늘 노인봉까지 다녀올 생각이었으나... ㅎㅎ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이미 찌꺼기를 다 털어 냈으니 굳이 노인봉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배낭을 내려 놓고 망원렌즈로 보고 싶은 공룡을 불러 세운다.

아 너라는 친구가 그리 멋졌구나.





범봉도 당겨 인사를 한다.

지난해 늦봄 까치골로 올라 범봉을 만났던 기억이 새롭다.

언제 다시 범봉을 만날수 있으려나!







멀리 안산도 보이고...

소청보다 조금 더 높은, 지난 12월에 다녀온 귀때기청도 반갑다.



멀리있는 신선봉도 당겨서 담는다.

오늘같은 날이면 아마도 헬기장에서 비박을 하는 산객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몇년전부터 꿈꾸었지만 아직 나는 신선봉에서 비박을 해보지 못했다.





안산도 당겼다.

매년 한번이상은 꼭 다녀 왔던 안산을 작년에는 다녀오지 못했다.

올해는 다녀 올수 있을까?



당겨서 만난 대청봉은 마치 뒷산처럼 포근한 모습이다.





희운각대피소도 당겨보고... 그리고 울산바위도 당겨본다.



홀산이 좋은 이유는 너무 많지만 나쁜 이유는 단 하나

나를 온전히 담을수 없다는 것이다.

바위에 카메라를 올려 놓고 여러번의 시도 끝에 성공(?)한 사진 한장이다.

삼각대를 가지고 다닐까도 생각중이다.


1시20분이 지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다시 무너미고개로 내려선다.

허벅지가 더 당겨오고...

다시 차로 돌아오니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빠른 4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