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선자령-눈을 마주하다

Edgar. Yun 2020. 2. 2. 10:28


선자령의 상고대

선자령 목장 오르는 길에 상고대가 마치 오월의 벚꽃처럼 화사하게 피었다.

누가 상고대라고 말해주지 않고 사진만 보면 정말 벚꽃처럼 보인다.



선자령 - 눈을 마주하다.

일시 20202월 1일 토요일



차마고도와 중호도협, 그리고 옥룡설산을 다녀온뒤 1월 한달동안 무리해서 업무를 했더니

몸살이 떠나지 않아 산행다운 산행을 하지 못했다.

청계산을 한 번 다녀오고 베이스캠프에서 북한산을 신년 산행으로 다녀온 것이 전부다.

명절떄면 늘 설악을 다녀오곤 했는데 올해는 꼼짝도 못하고 연휴내내 방콕이었다.







북한산으로 신년 산행을 다녀왔지만 산책 수준의 등산이었다.

산행거리가 5km는 될까?






설날에도 성묘를 다녀오며 양평의 더그림을 다녀온것이 전부였으니... 에고

결국 연휴가 끝나고 병원을 다녀오고만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몸살이 조금 나아져 눈을 맞으러 선자령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눈내리는 날 

                                                              조태룡

눈이 내리는 날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그리운 그사람 만나고 싶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뽀드득 뽀드득 소리 들으며

하얀눈 밟으며 걷고 싶다.

 

눈오는 날이면 보고픈 사람

외로운 마음을 풀어줄 그사람

따뜻한 그모습 보고파 진다.

 

눈오는 날이면 그리운 사람

쓸쓸한 가슴을 녹여줄 그사람

포근한 눈빛이 그리워 진다.

 

눈오는 날이면 함박눈 길섶

하얗게 눈덮힌 추억이 그리워

그사람 곁으로 달리고 싶다.


시인의 감성이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암들은 하얀 눈을 좋아한다.

세파에 찌든 일상의 찌꺼기들을 버리고 상처입은 가슴을 치유받고 싶어한다.

올해처럼 이렇게 눈가뭄이 심한 겨울이 또 있었을까?

TV만 틀면 정치권 쓰레기들이 편을 갈라 놓고 개소릴 지껄이고 있고

양아치보다도 못한 트럼프와 아베가 혈압에 불을 지른다.

거기다가 신종 코나바이러스도 연일 기승을 부리며 목을 졸라 오는데...


며칠동안 태백산맥에 대설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나니 그 소식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

어디를 갈까?

눈덮힌 설악산의 공룡도 보고 싶고 십여년동안 가보지 못한 태백산도 가보고 싶지만

중국 옥룡설산을 다녀온뒤 1월을 무리했더니 컨디션이 최악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집에서 새벽 5시 20분에 떠나서 산객들을 태우고 선자령에 도착하니 9시가 조금 넘었지만 이미 주차장은 만원이다.

내비게이션에 선자령을 그냥 치고 갔다가 알바를 하고 돌아서서 20여분을 허비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이른 시간에 주차장이 꽉차고 도로까지 늘어서다니...

올해 얼마나 눈가뭄이 심했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까?










운좋게 주차장의 한자리에 주차를 하고 식당에서 황태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식당도 많은 인파에 아수라장이다.

식당은 밥이 떨어져 기다려야 했고... 어떤이는 데크에서 아이젠을 착용하다가 주인과 시비가 붙고...

우리는 양떼목장담길을 지나 국사성황당코스를 선택해 산행을 시작한다.

등로 입구에 있는 전나무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두꺼운 눈옷을 입고 한껏 폼을 잡고 있다.

눈에 대한 갈증이 한번에 싹 가시고 남을 멋진 설경이다.

가지에 눈이 남아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너무 행복하다.



겨울 비바크의 성지, 선자령에 눈이 내렸으니 비바크매니아들이 그냥 지나칠리 없다.

이른 아침부터 100리터 배낭을 둘러맨 비바커들이 줄을 이어 선자령으로 향한다.

하산하면서 만난 비바커들의 숫자가 족히 100명은 넘을것 같다.

난 언제 설산으로 바바크를 떠날수 있지?



.



캐나다 록키산맥이라도 온 기분이다.

ㅎㅎ 록키산맥을 가본적은 없지만 TV나 사진에서 많이 보던 풍경이다.



아직 시간이 이른탓일까? 국사성황당이 조용하다.

십여년전에 들렸을때는 굿소리가 선자령에 울려 퍼지고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 한두달이면 버드나무에 연초록의 잎꽃이 피어 나겠지?









낙엽송의 상고대는 없지만 눈꽃이 아직 가지에 남아 있다.

지리산 바래봉의 낙엽송 상고대가 갑자기 보고 싶다.









계곡에 눈이 내린 풍경을 보면 어릴적 고향이 생각난다.

어릴적에 눈이 내리는 날이면 집앞의 개울로 내려가 물가를 걸으면 사진같은 풍경이 나를 반겼었다.



바람이 없는 곳에 자리를 잡고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바람이 불면 귀가 아플정도로 춥지만 바람만 없으면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다.




공터에는 이미 많은 산객들이 자리를 잡고 점싱르 먹고 있다.

라면 냄새가 진동을 하고 곳곳에 비닐 타프가 햇빝에 반짝인다.

일부 산객은 전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고 있고 일부 산객들은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눈길을 사로 잡는 풍경

한일목장 초지로 올라가는 길에 핀 상고대는 마치 봄꽃이 피어 있는듯하다.












다른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만난 상고대중에서 가장 예쁜 상고대라고 말해도 이견이 없다.




오늘 다시 블로그를 하며 표현 할 어휘가 생각나지 않는 내가 원망스럽다.

한대는 시인을 꿈꾸었던 내가 이정도로 감성이 메말랐나?















밑에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는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서둘러 목장으로 올라서서 다시 상고대를 만난다.









그냥 "꽃" 

표현 할 방법이 없다.









선자령에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감히 정상 인증샷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뭐 애당초 꿈도 꾸지 않았으니 서운함이나 아쉬움도 없다.






피난민처럼 이어지는 산객들!

아마 저들도 돌아가며 눈부신 설경보다는 많은 산객을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대관령기상대 옆길에서 만난 잣나무의 설화는 지금까지 보았던 설화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어떡해 이런 설경이 가능하지?

밑에 조명을 만들어 비추어주고 싶다.



5시간의 행복했던 산행(?) 그냥 소풍처럼 다녀온 10.5km의 산행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기억 될 멋진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