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천마산 - 봄이 왔다. 봄이...

Edgar. Yun 2020. 3. 15. 05:36


만주바람꽃

기대하지 않아서, 더 반갑다.

너를 여기서 만날거라고는 일도 생각하지 못했다.



천마산 - 봄이 왔다. 봄이...

일시 2020년 3월 15일 토요일

코스 : 수진사~임꺼정바위~정상~돌핀샘~다래산장~우남저수지


매화향기 가득한 운동마을을 가고 싶지만 내차를 끌고 다녀 오기에는 너무 먼 거리다.

ㅋ~십년만 젊었어도 일도 걱정없이, 아니 일도 생각 없이 출말했을텐데... 세월앞에 장사가 없다.

강화도의 마니산을 갈 생각이었지만 오랜만에 연락온 산우가 천마산을 콜하니 천마산으로 봄마중간다.


새벽에 잠에서 깨었다가 다시 잠들었다.

요즈음 들어 거의 매일 새벽에 습관처럼 잠에서 깨어 한참을 뒤척인다.

결국 늦잠을 자고 말았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급히 막거리 안주를 준비한다.

내가 좋아하는 파숙회, 그리고 두부김치가 오늘 막걸리 안주다.



아파트  정원에도 봄이 성큼 내려 앉았는지 산수유와 개나리의 노란 물감이 가득하다.

벌써 이렇게 가까이 봄은 주머니속에 들어와 있다.

봄꽃으로 유명한 천마산에도 봄이 와 있을까?



봄하늘이 가을 하늘을 코스프레하고 있다.

천마산을 향하며 바라보는 하늘은 마치 10월의 어느 가을하늘처럼 푸르름이 가득하다.

COVIN19로 중국의 산업 시설이 멈춰서고 자동차의 운행이 줄어드니 하늘이 태초로 돌라가는듯하다.

봄이면 이틀이 멀다하고 뿌연 미세먼지로 가득했던 서울의 하늘이 태초의 하늘로 돌아가는 것을 기뻐해야 할까?


수진사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마산을 오른다.

계곡의 수량이 제법 많아 들려오는 물소리가 중년의 우울함을 위로 하고 코로나에 지쳐가는 심신을 치료한다.

계곡을 지나 능선길을 오를땐 오늘따라 종아리가 더 땡겨 온다.

COVID19 때문에 아침에 헬스를 하지 못해서 아마 그러지 않을까 싶다.

틈 나는데로 탄천을 걷지만 역부족인듯 싶다.







얼마나 넓은 지역을 점령하고 활동하였기에 이곳까지도 임꺽정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말인가!

임꺽정바위를 지나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철머산 너너 멀리 파주의 감악산과 북한산이 조망이 된다.









정상으로 오르는 정상부의 능성길은 산아래와 다르게 암릉이 산객을 기다린다.

20년만에 찿은 천마산은 기억조차 없는데... 이렇게 정상부의 암릉군이 멋졌었나 싶다.

암릉과 단짝인 소나무가 곳곳에 멋진 풍광을 만들어 놓았고 일망무제의 조망을 선물하고 있다.



수진사주차장에서 2.96km를 올라오면 천마삼 정상이다.

천마산이 山인줄 알았는데  이다.

1983년도에 군립공원으로 지정되고  산림청산정 100대 명산이었는데... 그래도 제법 높은 812m인데...

나만 천마산을 산으로 보지 않았나?

사람의 편견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깨닫게 한다.

트라이앵글 앱에서 선정한 100대명산, 부블랙야크 100대 명산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정상 바로 아랫부문 발코니에서는 6~7명의 아주머니들이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비박을 하며 유명한 천마산 운무를 보기에 딱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멸도봉으로 가는 길에 만난 삶을 다한 소나무가 눈에 들어 온다.

아직은 더 실아도 될것 같은데 뭐가 그리 급해서... 뭐 그리 세상이 싫은 일이 많다고 서둘러 삶을 종료했을까?



바람을 피해 암벽 밑에 자리를 핀다.

산우가 싸온 찐만두, 그리고 두부김치와 파숙회... 막걸리 맛이 오늘 좋은 것은 속세를 떠나와서일까?

중년의 삶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은 알고 있지만 이 나라에서 살아야하는 중년의 삶은 참으로 쉽지 않다.



막걸리로 갈증을 달래고 주능선의 암릉을 더 즐겨본다.

진달래 필때 비박을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멋진 곳들이 곳곳에 있다.

가까운곳에 돌핀샘이 있으니 물걱정도 없고... 



돌핀샘을 지나 왼쪽으로 들어서면 노루귀 군락지가 있지만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내려서며 너도바람꽃을 찿는다.

발아래서 바람에 창백한 하얀 꽃잎을 파르르 떨고 있는 너도바람꽃을 만난다.

생각보다 너도바람꽃이 군락을 이루고 피어 있다.












속명이 Anemone인 바람꽃의 영어 이름은 Windflower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바람꽃과 일치한다. 

바람꽃의 종류는 정확하지 않지만 13개 이상이다.

가장 먼저 꽃잎을 피워내는 너도바람꽃과 변산바람꽃, 그리고 설악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바람꽃, 그리고 꿩의바람

만주바람, 회리바람, 홀아비바람, 나도바람, 들바람, 남바람, 꿩의바람...






만주바람 숲을 이루기전에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장마와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에는 사그라들어야 하니

잔설이 남아 있는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우리는 열광한다.



너도바람꽃 군락지에 한송이의 복수초가 노란 꽃잎으로 낙엽으로 헤집고 있다.



아네모네(Anemone)는 꽃의 여신 플로라(Flora)의 시녀였다.

바람의 신 제프로스(Zephyros)는 미모가 뛰어난 아네모네와 사랑에 빠졌고 질투에 찬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 후 바람의 신 제프로스는 꽃이 된 아네모네를 못 잊어 해마다 봄이 되면 따스한 훈풍으로 찾아와 꽃을 피우게 한다.

긴긴 겨울의 엄동설한을 견디어내며오직 바람의 신, 제프로스만을 기다리다가

봄바람 언뜻 분다 싶으면 꽃부터 피워낸다는 아네모네꽃말은 '사랑의 괴로움','덧없는 사랑'이라 한다.






양지바른 작은 계곡에는 괭이눈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발길을 잡는다.





계곡이 거의 끝나갈 무렵 덤불속에서 꿩의 바람꽃이 반긴다.

꽃잎의 모양과 잎새의 모양이 꿩의 발톱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금더 꽃잎이 활짝 피었으면 좋으련만 아직 순서가 아닌가 보다.



꿩의바람꽃 뒷쪽에는 는쟁이 냉이가 꽃을 준비하고 있다.






는쟁이 냉이 옆에는 만주바람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기대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만주바람꽃을 만나니 더 없이 행복하다.



다래산장을 지나 우남저수지로 향한다.

생각보다 계곡의 수량이 많아 여름 피서지로 제법일것 같다는 생각이다.



COVID19의 탓인지 많은 사람들이 나와 저수지 주변의 산책로를 걷고 있다.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