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구례 산동마을 - 구례마을의 산슈유를 만나다.

Edgar. Yun 2020. 3. 21. 18:03


산수유 노란 때깔 마냥으로  

                                                                  복 효 근

 

구례 산동 

산수유 터진다길래

바람만바람만 해서 갔더니

그렇데

산수유 끼리들 모여 사는데

사람 몇 끼어 살데

그런 자리에서야

나도 꽃인 척 무얼 피워내야겠는데

내 전 생애를 쥐어짠대도

꽃 하나가 될 수 없어

다만 사람 축에 낄래도

꽃을 닮아 꽃이 다 된 산동 사람 틈에도 못 끼고

온 꽃마을에 부끄러운데

물이 떨어져 수락인지

받아주겠다는 수락인지

수락폭포가 있어

나도 여기 한 며칠 묵으면

죄도 부끄럼도 다 씻고

                                                             산수유 노란 때깔 마냥으로 제법                                                                            

                                                                                                          빛날 것도 같은데                                                                                                                                                                                       



구례 산동마을 - 구례마을의 산슈유를 만나다.

일시 2020년 3월 21일 토요일

코스 : 반석마을~수락폭포~계천마을


COVID19에게 온전한 일상을 빼앗겨버리고 갈곳을 잃어 방황한다.

꽉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살아가던 우리네 삶은 프로그램이 꼬여버리자 같이 멈춰서 버렸다.

이번 주말에는 무엇을하지?

어느산을 가지?


작년에 처음 구례산동마을 산수유 축제를 다녀왔지만 산악회를 따라 갔다가 실망하고 돌아 왔었다.

코로나가 조금 맘에 걸리긴 하지만 올해 다시 한번 노란 산수유 천국을 만나봐야겠다.

등산을 하지 않을거니 배낭을 꿀ㄹ필요도 없고 그냥 달랑 작은 가방 하나면 충분하다.

콩나물 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7시가 조금 넘어 구례산동으로 향한다.

코로나가 일상을 빼앗아 가며 우리에게 선물한것이 있으니 파란 하늘과 텅빈 도로다.

이 시간이면 고속도로가 난리일텐데... 일도 막힘 없이 구례산동까지 달린다.

주차를 하고 반석마을로 걸어간다.

논두렁에는 개불알꽃과 노란 봄마중까지... 이미 봄이 곁에 있다.

반석마을의 산수유는 서시천을 중심으로 상위마을까지 이어지는데 시작은 홍준경 시인의 시가 적힌 파란 벽화부터 시작한다.



나도 한때는 시인을 꿈꾸었었는데... 그래 어릴적에 글써서 밥빌어 먹겠냐는 핀잔을 여러번 들었었다.

그래도 그냥 글을 쓸걸.... 다시 그시절로 돌아갈수는 없을까?



전각을 지나면 노란 산수유꽃아래 데크로 길을 만들어 놓았다.

남양홍가가 이곳에 터를 잡았지만 지리산 아래 농사짓기 어려운 땅이라 심었던 산수유가 

이렇게 대한민국의 대표 봄꽃 축제가 되었다.

세상사라는 것이 꼭 계획하고 의도한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작가들이 이맘때면 삼각대를 둘러메고 찿는 명소 반곡폭포다.

오늘은 코로나탓인지 서너명의 사진 작가들이 삼각대를 세워 놓고 작품을 찍고 있다.

나도 손으로 삼각대를 만들고 작은 폭포와 산수유가 만드는 멋진 풍광을 담아본다.

너무 폭포를 장모출로 담아버리면 산수유가 아닌 폭포가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저들은 맘에 드는 사진을 얻었을까?





데크로 다시 올라서서 상위마을 방향으로 걸어 올라간다.

멀리 지리산의 능선이 들어오고 그 밑으로 산수유가 천국이다.



서시천에 놓인 징검다리를 가족들이 건너며 봄을 마중하고 있다.

이집도 우리처럼 5인가족일까?



코로나를 하루빨리 종식하기 위해서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한다면...





서시천을 따라 걸어올라 가는 길은 꿈속에서 걷는 길이다.

봄에 듣는 물소리는 왜 이렇게 더 좋은 걸까?



데크가 끝나는 곳에서 다시 돌아 내려온다.

가족들이 건넜던 징검다리를 나 혼자 건너 복사꽃이 피는 길로 올라선다.

내가 살던 고향에는 산수유꽃이 없었다.

작은 뒷산에는 진달래꽃이 가득했고 가파른 앞산에는 산벚꽃이 가득피었었다.

노란꽃이 거의 없었던것 같다.



경운기도 오늘은 산수유꽃 구경하는라고 하루 쉬는 것 같다.

하교길에 동네 아저씨가 태어주면 너무 기분이 좋았었다.



저 사람들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대음이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된 옹녀우물이다.

지리산 달음재에서 발원한 샘물, 옹녀전의 옹녀가 이곳에서 이빨로 산수유를 까며 바가지로 퍼 마시던 우물로

음기가 당대 최고로 강했다고 소문이 났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보니 지금은 피라미 몇마리가 우물속에서 놀고 있다.



산수유와 구례를 담는 화가 지현 이강희 화가의 전시회 안내 카타로그가 벽에 붙어있어 나도 모르게 카메라에 담는다.

어떡해 이렇게 아름답게 산수유꽃을 담을수 있을까?








산수유꽃을 노래하는 홍준경시인 집이 돌담에는 명자꽃이 빨갛게 피고 있다.



홍준경시인의 집을 지나쳐 다리위에서 그냥 돌아서기 아쉬워 다시 서시천과 산수유를 담는다.



산수유꽃 가득한 마을에 피는 살구꽃은 왠지 낯설은 이방인같다는 생각이 든다.

툇마루에 커다란 모자를 쓰고 앉아 있는 할머니는 기웃거리는 나를 구경하며 봄햇살을 맞고 게신다.









다리에서 다시 서시천으로 내려 선다.

반석이라는 마을이름에 걸맞는 커다란 반석이 인상적이고 반석 사이에 담긴 서시천의 물에 산수유가 가득하다.







산수유 꽃담길

                                   홍준경


꽃이 피어서야 겨울이 간걸 알았습니다.

세월을 껴안고 고요가 산처럼 쌓인 집

고삿길 산수유 꽃담 정답게 눈길 줍니다.

흐트러진 꽃밭에 잔치벌인 벌나비들

그 소리에 내 유년이 귀 기울인 듯 보이고

가슴에 묻어둔 이름 가만가만 불러 봅니다.


함석지붕 처마위로 참새떼 날아가면 

마파람에 흔들리는 산동마을 산수유 꽃잎

봄날고 그냥 못가고 질척이는 강물입니다.



봄날고 그냥 못가고...

만추는 있는데 왜 만춘은 없는지...

봄날은 또 가겠지?









산수유 문학관으로 가는길에 노란 봄마중과 하얀 냉이꽃이 뒤 엉켜 피어 있다.

보라색 개불알꽃을 바닥에 깔아 놓고...






자주색 할미꽃이 피었다.

동강할미꽃도 피었을까?

무덤가와 개울가에 흔하게 피던 할미꽃도 이제는 귀해져서 보기 어려운 세상이다.











멀리서 볼때는 조화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정신이 혼미하도록 짙은 향기 가득한 것을 보면 조화가 아닌것이 분명하다.

왜 선비들이 매화를 그토록 좋아했는지 알것 같다.






무엇을 수락한단 말인가?

내차를 갖고 왔으니 오늘은 수락폭포도 보고 가자!

구례10경중 하나로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에 물을 맞으면 신경통이 낮는다고...









산수유 시조목이다.

반석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개척마을에 있는데 산수유 축제 자리는 반목마을에 내주고 이곳에서...

산동성처녀가 이곳으로 시집올때 가져 왔다고 알려진 나무로 달전마을의 할아버지 나무와 더불어 할머니 나무로 불린다.

1000년이 지난 나이에도 이렇게 건강하게 꽃을 피우니 앞으로 1000년은 더 살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