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관악산-신록예찬, 봄을 수채화로 그려내다.

Edgar. Yun 2020. 4. 19. 07:04

관악산의 신록

 

 

관악산-신록예찬, 봄을 수채화로 그려내다.

일시 : 2020년 4월 18일 토요일

코스 : 사당역~약수터~하마바위~바당 바위~지도바위~연주대~서울대 공대

 

오랜만에 오래전 산악회카페 회원이었던 산우의 갑작스런 함산 요청이 온다.

아마도 화사한 봄을 마중하고 싶은가 보다.

북한산을 가고 싶어하지만 북한산이 선뜻 내키지 않아 관악산으로 봄을 마중하기로 한다.

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멈추고 생각보다 일찍 구름이 걷힌 아침은 

지금 막 세수를 끝낸 아기의 얼굴처럼 싱그러움 그 자체다.

집앞 버스정류장 담벼락의 담쟁이도 오늘은 더욱 싱그럽기 그지 없다.

 

 

 

 

사당역에서 내려 관악산으로 향한다.

6번 출구의 도로공원에는 많은 산객들로 북적인다.

북한산보다 산객이 많지 않을 것 같아 관악산을 선택했는데... 더 많으면 어떡하지?

마을을 지나 산을 조금 오르자 탄성이 절로 나오는 봄의 풍경이 우리를 반긴다.

세상 어떤 꽃보다도 더 예쁜 신록이 가득 피어나고 있었다.

 

 

 

 

비가 씻겨낸 서울도 더 없이 아름다운 모습이다.

미세먼지만 없어도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인데 서울의 아름다움을 잊어버린지 오래인 것 같다.

멀리 북한산이 보이고 더 멀리 용문산까지 가까이 보인다.

 

 

 

 

 

국기봉에 올라 바라보는 풍광은 내 감성의 크기로는 표현이 불가하다.

신록은 코로나와 관계없이 열심히 관악산을 오르고 있었다.

나는 반나절이면 오르는 관악산을 신록은 열흘 가까이 오른다.

신록은 오늘도 천천히 관악산을 오른다.

 

 

바위틈에서는 철쭉이 고운 빛깔로 봄을 그리고 있었다.

고향 개울가에서 고운 자태로 피어나던 바로 그 철쭉이었다.

걸음을 머뭇거리게 한다는 뜻의 ‘척촉(躑躅)’이 변해서 된 이름으로 개꽃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진달래보다 더 예쁘다.

진달래와 달리 꽃에 독이 있어 먹지 못하니 개꽃이라고 불렀다.

식용 여부로 꽃의 이름을 지었다니 그 시절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랬을까?

꽃말인 "첫사랑"과는 어울리지 않는 꽃이름이다.

 

 

 

 

관악산의 신록은 이제 막 마당바위를 지나고 있었다.

신록도 천천히 오르지만 단풍도 천천히 보름 넘게 내려온다.

우리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오전에 올랐다가 오후에 내려 오는데 말이다.

 

 

 

 

 

 

 

 

마당바위 근처에는 아직 진달래꽃이 남아 있었고 복사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예민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자연은 참으로 예민하여 조금의 기온차이가 나는데도 분명 산아와 산위는 다르다.

신록도 이곳까지 올라와 연주대 부근은 아직 겨울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관악문과 지도바위를 지나면 왼쪽으로 과천과 청계산, 그리고 백운봉이 조망된다.

청계산의 신록도 열심히 매봉을 향해 오르고 있는데 그 모습은 아주 큰 화폭의 수채화처럼 싱그럽기 그지 없다.

 

 

 

 

 

투표 할때도 1m의 거리두기를 했는데 이곳은 마스크도 거리두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상석을 사진에 담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확진자가 요 며칠 2~30명으로 줄어든 탓일까?

4천원을 주고 2개의 아이스크림을 사서 입에 물고 서둘러 연주대를 빠져 나온다.

부디 아무일 없기를...

 

 

 

 

 

연주대로 향하는 암릉에는 젊은이들로 가득하여 걷기조차 힘들다.

많은 산객을 피해 관악산으로 왔는데...

서울대공대로 내려서는 등로 주변에는 개별꽃이 군락을 이루고 피어있지만 관심을 갖는 산객은 나 혼자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