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그친 합덕해수욕장, 그리고 물영아리오름

Edgar. Yun 2020. 5. 17. 07:10

비그친 합덕해수욕장, 그리고 물영아리오름

일시 :2020년 5월 15일 금요일

 

비가 온다.

제주도 출장간다고 했더니 아내가 따라 나서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금요일 내내 비가 예보되어 있다.

스승의날, 휴뮤라고 아내가 따라 나섰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새별오름으로 운동을 갔다가 비바람에 쫒겨 오름 중간에 도망쳐 내려왔다.

 

 

비가 온다           -이대근-

 

너도  빗방울처럼

내게 뛰어 왔으면 좋겠다.

 

너와 함께 있을 때

빗소리도 달콤하더니

 

혼자 있으니

온몸이 빗소리에 잠겨버린다.

 

장마라고 하는데

큰일이다.

 

보고 싶다 소리치는 

저 놈의 빗방울 소리

 

미치겠다.

 

이쯤에서

네가 왔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업무가 일찍 끝나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으니 아내는 함덕해수욕장에 있단다.

우회전 대기하는 우리차를 뒤에서 아줌마가 들이받는 바람에 1시간이나 늦게 함덕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사고현장에 온 남편처럼 보이는 젊은 놈은 자기네는 범죄자가 아니라고 큰소리로 승질을 내는데... 어이가 없는 놈이다.

범죄자가 아니라 가해자인데 전혀 미안함이 없는 놈이다.

 

비그친 해수욕장은 옥색의 바닷물로 우리를 위로한다.

제주도를 찾은 많은 사람들이 애월이나 서귀포를 찾는데 함덕해수욕장은 결코 뒤지지 않는 멋진 풍광을 갖고 있다.

벌써 바닷물에 몸을 담근 젊은이들이 부럽고 서핑 교육을 받고 있는 젊은이들은 더 부럽다.

 

 

 

 

시간이 남았는데... 어딜가지?

지난 저녁 식당에 걸려있는 오름을 보고 갑자기 오름이 가고 싶어졌다.

함덕해수욕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오름을 찾아 간다.

오름 정상에 습지가 있는 물영아리오름-희귀식물도 볼 수 있다니 안성마춤이다.

 

 

입구에 있는 초원지대를 지나 삼나무숲을 지난다.

비가 그친뒤의 삼나무숲은 마치 열도처럼 습해서 청바지 차림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더위가 나를 괴롭힌다.

천천히 걸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너무 쉽게 생각하고 물한병 들고 오지 않았으니 누구를 원망하랴!

 

 

전망대에서 호흡을 고르며 오름들의 잔치를 구경한다. 제주의 오름이 400여개가 된다고 하니 오름을 다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계단을 힘겹게 올라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이 분다.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신록을 메이크업시키고 그 나무 사이로 물영아리 오름의 물빛이 물고기처럼 반짝인다.

 

 

 

 

 

500m가 넘는 산정상에 이렇게 습지가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풍경이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제법 많은 물들이 물영아리오름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

 

 

 

 

바람이 만들어 내는 작은 물결이 마치 고기들이 만들어 내는 물결같다.

 

 

 

요즈음 나는 가끔 하늘을 올려다 보는 버릇이 생겼다. 산을 오르다 보면 바닥만 보고 가는데 가끔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신록의 사이로 보이는 하늘도 좋고 열심히 햇살을 따라 오르는 나무도 보기 좋다.

 

 

천여개의 계단은 삼나무 숲사이에 있다. 그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길목마다 제주 시인들의 시가 쉬어가라 한다.

 

 

 

이제 소들도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우리도 짧은 일정을 마치고 구제주의 숙소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