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광릉수목원(光陵樹木園)-540년, 숲을 여행하다.

Edgar. Yun 2020. 5. 5. 06:00

육림호

 

광릉수목원(光陵樹木園)-540년, 숲을 여행하다.

언제 : 2020년 5월 5일 화요일(어린이날, 入夏)

 

 

540여년을 지켜온 숲의 바다 광릉숲을 간다.

1999년에 국립수목원으로 개명을 했지만 우리한테는 여전히 광릉수목원이다.

6,044종의 식물이 서식하는 식물박물관이지만  동물도 4,142종이나 서식한다고... 놀랍다.

4,142종의 동물중에는 천연기념물로 크낙새·장수하늘소도 있다고 하는데 오늘 볼 수 있을까?

광릉물푸레·광릉개고사리·광릉용수염풀·광릉골무꽃·광릉요강꽃... 우리나라에서도 오직 광릉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들을 만날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하루가 될까?

광릉수목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수목원이 아니다.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숲의 가치를 알리고 있는 국립수목원은 산림생물표본관과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가 있는 산림연구기관이다. 

잠에 취해 일어나지 못하는 큰딸을 억지로 깨워 광릉수목원으로 출발한다.

집에서 광릉수목원까지 내비가 가르키는 소요시간은 1시간 내외, 긴 연휴의 끝인 오늘 오후의 교통 혼잡이 걱정된다.

입장 시간은 오전 9시, 15분을 남기고 주차장에 도착한다.

아직은 입장객이 많지 않아 한적하다.

표시석이 있는데 아크릴 간판을 앞에 설치한 이유가 뭘까?

영문 표기가 필요했을까?

 

오늘은 어린이날, 천원의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입구 화장실 앞에 설치되어 있는 광고회사가 기증한 대형붓, 세상을 녹색으로...

 

다리 난간의 코느크리트 사이에 씀바귀가 노란 꽃을 피웠다.

아내를 불러 씀바귀꽃을 소개하니 아내는 깜짝 놀란다.

이꽃이 당신이 과자처럼 먹던 씀바귀꽃이라구요?

만화에 나오는 헬리콥터의 날개같은 씀바귀의 꽃잎이 아마 너무 예뻐 깜짝 놀랬나보다.

 

 

우리는 가끔 상상도 못한 예쁜꽃에 깜짝 놀라곤하는데 으름꽃도 그중 하나의 꽃이 아닌가 싶다.

내고향에서는 으름이 자라지 않아 먹어본적이 없는 으름이지만 꽃은 너무도 예쁘고 향기롭다.

 

 

 

 

 

연못이 또 다른 정원을 만들었다.

봄이 시작되는 정원의 봄은 연못속에서도 시작되고 있었다.

 

 

나를 끊임없이 졸랐던 아내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나도 한번쯤은 와보고 싶었지만 언제나 설악에 밀려 몇년동안 오지 못했던 광릉수목원이다.

 

 

돌배나무는 아직 급하지 않은가 보다.

잎새 몇장 겨우 밀어 올려 놓고 구름낀 하늘만 처다본다.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할미꽃을 올해는 자주 보는 것 같다.

환경평가종이라 사람들이 더 신경써서 심는걸까?

 

 

한여름 밤의 무수한 별처럼 정원 가득 봄마중이 피었다.

워낙 작은 꽃탓에 사진에 예쁘게 담아내기는 쉽지 않아 늘 아쉬움이 남는 꽃이다.

 

 

목이 아프도록 하늘을 쳐다 보았다.

아니 커다란 귀롱나무를 쳐다 보았다.

이른봄에 잎새를 피우고 하얀꽃을 피워 귀롱나무가 꽃을 피우면 농사를 시작한다.

꽃말 "사색"처럼 한동안 귀롱나무를 바라만 본다.

 

 

 

 

500년이 넘은 숲이라서 큰 기대를 했지만 졸참나무와 상수리 나무가 제법 세월을 얘기할뿐이다.

 

 

 

아기다리고기다리

옛날 귀양가는 탐관오리의 수레 감옥 같은 곳에서 광릉요강꽃은 피어 있어 있었다.

몇포기중에서 단 한포기만 피어 있는데 멀어서 맘껏 담아내기 쉽지 않다.

 

 

 

 

 

 

작은 연못가에 동의나물이 노란꽃을 예쁘게 피어 냈다.

곰취와 비슷하여 많은 사람을 혼란하게 하는 이름만 나물인 독초이다.

 

 

 

 

 

 

 

 

1km가 넘는 임도를 따라 올랐다가 육림호로 내려서는 길에 전나무 숲길이 있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씨앗으로 만들어진 숲이라고 한다.

아직은 설악의 오세암 가는길과 대승령 오르는 길에서 볼 수 있는 전나무와 비교 할 수 없다.

 

 

 

 

육림호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창가에서 바라보는 육림호의 신록과 풍광이 그만이다.

오늘 만난 광릉수목원중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찍히기 싫어도 아빠는 찍는다^^

 

 

 

 

 

 

 

아내와 큰딸을 카페에 남겨두고 혼자 육림호를 걷는다.

아직 연꽃은 피지 않았지만 연못에는 연들이 가득하고 주변에는 철죽이 화려하게 피어 너무 예쁘다.

한가지 흠이라면 조금전에 들렸던 카페가 마치 일본의 정자같은 느낌이랄까?

 

 

 

 

약 3시간의 광릉수목원 소풍을 마치고 다시 입구로 돌아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식물원이니 기념관 등을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야 어찌 할 수 없다.

더 큰 아쉬움은 500년 숲의 향기가 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