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낙영산 (落影山)-조망의 "갑"은 쌀개봉이다.

Edgar. Yun 2020. 5. 30. 04:57

낙영산 (落影山)-조망의 "갑"은 쌀개봉이다.

일시 : 2020년 5월 30일 토요일

코스 : 공림사~낙영산~쌀개봉~조봉산~상신리 마을회관

 

 

오늘은 화양구곡의 남쪽에 있는 바위산, 낙영산을 간다.

지난주 도명산을 다녀올때 연계해서 올랐으면 좋았겠지만 아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포기했었다. 도명산에서 바라보던 속리산 주능선을 더 가까이에서 조망 할 수 있는 산이지만 낙영산만 다녀오기에는 산세가 너무 작다.

슬랩구간을 오르고 싶지만 아내와 함산하니 그것도 여의치 않으니 산을 조봉산까지 다녀올 생각이다.

 

낙영산이란 뜻은 산의 그림자가 비추다 혹은 그림자가 떨어지다라는 뜻으로 신라 진평왕 때 당 고조가 세수를 하기 위하여 세숫물을 받아 들여다 보니 아름다운 산의 모습이 비친지라 이상하게 여겨 신하를 불러 그림을 그리게 한 후 이산을 찾도록 하였으나 나라 안에서는 찾지 못하였다.

어느날 동자승이 나타나 이산은 동방 신라국에 있다고 알려줘 신라에까지 사신을 보내 찾아보았으나 신라에서도 찾지 못해 걱정하던 중 한 도승이 나타나 이산의 위치를 알려주니 그 산을 찾아 산의 이름을 낙영산이라 이름지었다고 전해진다.

낙영산 아래 자리잡은 공림사는 신라 경문왕 때 자정선사가 창건한 고찰로서 조선중기에는 법주사보다 더 흥하였으나 전란을 겪으면서 불타 없어지고 지금은 근래에 다시 지은 건축물이다. 전란을 핑게삼지만 우리가 불을 지른것이다.

 

 

 

9시가 조금 넘어 공림사에 도착하니 공림사는 코로나19로 늦춰진 부처님 오시날 행사준비가 한창이다. 혹시 행사로 주차를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했는데 다행히 아무 문제없이 주차를 마치고 경내로 들어선다.

체온을 재고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그리고 손을 소독 후 거리두기를 지켜 공림사로 들어선다.

커다란 느티나무를 지나니 대웅전 앞에는 연등이 가득한데 아주 낮게 연등을 달아 놓은점이 특이하다. 

 

 

 

간단히 대웅전 앞에서 합장을 하고 아기부처 세안공양후 낙영산 등로를 찾아 오른다. 세명의 산객이 공림사를 넘어 슬랩구간으로 가는 모습을 보며 유혹하지만 오늘은 깨끗히 단념하고 정규 등로로 올라야 한다.

 

 

 

 

 

공림사 좌측 들머리에서 낙영산을 오르는 길은 너무 평범하여 오히려 특이한 등로이다.

오늘은 지난주 도명산과 다르게 바람 한 점 없으니 그리 가파르지 않은 등로인데도 땀이 제법이다. 계절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게 한다. 도명산에서 올라오는 분기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낙영산으로 오르지만 정상도 볼거리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상석 조차도 참 성의 없게 세워 놓았다. 국립공원의 정규 등로에 있는 탐방로인데 제대로 정상석이라도 세워 놓아야 하지 않을까?

 

 

실망한 정상을 버리고 가령산 방향으로 조금 내려서면 OMG! 낙영산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속리산의 주능선, 이보다 더 멋진 조망을 만날수 있을까? 도명산에서는 낙영산과 쌀개봉에 가려져 있던 속리산이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속살을 보여준다.

멋진 소나무가 만들어 주는 그늘에 앉아 바라보면은 내가 신선이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멋진 곳이다.

 

 

 

아직도 슬랩으로 올라오지 못한 아쉬움이 조금 남아있는걸까? 자꾸 슬랩구간으로 눈이 간다. 그리고 문뜩 생각나는 산, 남산은 저렇게 다 작은걸까?

 

 

속리산의 묘봉 끝에는 금단산이 지척에 있고 우측 끝을 바라보면 오늘 산행의 마지막 구간인 조봉산이 보인다.

 

 

우측의 조봉산과 금단산, 그리고 속리산 묘봉에서 천왕봉까지 파노라마에 담아보지만 눈으로 보는 감동만 할까?

소나무 그늘에 앉아 절에서 공양한 절편을 안주 삼아 맥주 한캔으로 갈증을 달랜다. 마치 개똥참외처럼 작은 참외를 깍아 먹고 다시 오던길로 돌아선다.

 

 

 

춘향목처럼 곧게 뻗은 적송의 모습도 멋지만 바위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도 멋지다. 얼마나 많은 산객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을까? 형제바위 옆의 소나무는 명품중의 명품 소나무다.

 

 

 

백악산도 당겨서 담는다. 산의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하얀바위가 장관이다.

858m의 결코 낮지 않은 높이를 자랑하는 백악산은 관음봉과 문장대를 조명하기 좋은 산이니 오래기다리지 않고 오르리라.

 

 

공림사를 지날때만해도 파란 하늘이었는데 도명산을 오르는 사이 구름이 밀려와 아쉬운 조망을 만들어 놓았다.

문뜩 속리산 주능선을 종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리산과 설악산은 수도 없이 종주하였는데 속리산은 여러번 찾았지만 종주 한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내 체력으로 종주가 가능할까?

 

 

 

 이렇게 좋은 자리에 앉으면 늘 생각나는 것은 "이곳에서는 하루종일도 있겠다"  우리가 앉은 자리 윗쪽에도 노부부가 앉아 휴식을 취하며 이른 점심을 먹고 있는데 보기 좋다. 나이를 먹으면서 취미를 공유 할 수 있다면 노후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이제 다시 지나왔던 도명산 분기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만약 다시 낙영산을 찾는다면 슬랩구간으로 올라서서 쌀개봉으로 가는 코스를 선택 할 것 같다.

 

 

도명산 분기점으로 내려서며 다시 만난 노송을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아니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 한장 남긴다.

 

 

 

분기점을 빠르게 지나쳐 쌀개봉을 향한다. 

괴산군청에서는 괴산 35명산을 선정해서 홍보하고 있지만 35산중에는 출입금지된 산이 여럿 있는데 조봉산도 출입금지 구역이다. 다녀오라는건지 가지 말라는건지... 분기점을 지나 조금 오르면 멋진 조망이 산객을 기다린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속리산의 주능산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멋진 풍광이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한결 좋아진 기분으로 쌀개봉을 오른다.

쌀개봉은 정상석은 세워져 있지 않고 오래된 이정표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낙영산 60분, 조봉산 60분, 그리고 상신리 90분... 정상에서 상신리 방향으로 조금 돌아서면 쌀개봉의 주인인 코뿔소바위가 산객을 마중한다.

지난주 도명산에서 어렴풋이 보였던 코뿔소바위다.

 

 

이곳의 조망이 "갑"이다.

칠보산의 조망도 좋았고 도명산의 조망도 멋졌지만 이곳 쌀개봉의 조망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 다녀왔던 도명산이 지척에서 손짓한다.

 

 

오전에 다녀왔던 낙영산과 낙영산 뒷편의 가령산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조망이 된다.

 

 

낙영산 우측으로 백악산이 보이고

 

 

조금더 우측으로 돌아서면 남산이 속리산 주능선이 중앙에 있고 속리산의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그 우측에는 금단산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산행의 마지막 조봉산이 보인다.

 

 

 

쌀개봉에서 코뿔소바위로 내려서는 길은 그리 쉽지 않다. 가느다란 라일론 밧줄이 걸려 있는 오버행의 암릉을 내려서야 한다. 아내가 없었다면 코뿔소에도 오르고 싶었지만 참아야지...^^ 내려섰던 오버행의 암릉은 다시 올라서기도 만만하지 않다.

 

 

쌀개봉에서 멋진 조망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는다.

곰취와 산당귀, 그리고 쑥부쟁이 쌈에 제육볶음이 오늘의 메인메뉴다. 아니 단일메뉴지만 막걸리 한잔 곁들이니 세상 부러울것이 없다. 식사중 불쑥 찾아온 산객은 조봉산에서 오는 길이라고 한다. 홀산으로 저렇게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어떡하면 두려움이 없어지는 걸까?

 

 

 

쌀개봉에서 조봉산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고약스럽다. 암릉이 반복되지만 볼거리는 없고 조심스럽기만 길이 이어진다. 조봉산 전위봉에서 내려서다 만난 동굴, 자연동굴이겠지? 예전같으면 한가족이 피난하기 딱 좋은 동굴이다.

 

 

전위봉에서 밧줄잡고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야 조봉산을 만날수 있다. 

몰리서 바라볼때 숲이 좋더니 오는길과 다르게 숲이 울창하다. 특히 7부능선에는 소나무 군락이 있어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애써 찾았는데... 조봉산 정상은 볼거리가 없다. 지도에는 681m로 표기되어 있는데 정상석은 641m이다. 

괴산 35명산 종주가 아니라면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산이다. 낙영산 슬랩구간으로 올라서 쌀개봉까지의 산행을 추천하고 싶다.

 

 

조봉산에서 좌측으로 내려선다. 지도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은 등로이지만 북바위 옆을 지나 상신리 마을회관으로 하산하는 최단 코스이다. 가끔 산악회의 리본만 보이는 등로이지만 길을 찾기는 수월해서 그리 나쁘지 않다.

마을회관에서 공림사사주차장까지는 3.1km, 아내를 회관앞 정자에 남겨두고 혼자 걸어서 공림사주차장으로 향한다.

약 30분 걸리는 거리지만 뜨거운 바람의 포도를 걷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다시 아내를 태우고 공림사 들어가는 입구의 계곡으로 가서 작은 폭포에서 뜨거워진 열기를 식히니 기분이 좋다. 물이 조금도 차지 않은 것을 보면 여름이 그리멀지 않은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