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설악산-2020 문이 열리다.

Edgar. Yun 2020. 5. 27. 10:52

설악원폭포에서

며칠 내린 비로 Make-up한 설악골의 무명폭이 한컷 폼을 재고 있다.

설악에 폭포가 많아 이름이 없는걸까?

그래도 이름하나 지어 불러도 될 폭포다.

작지만 단아하고 정갈한 폭포가 선비의 모습을 닮았으니 선비폭포로 부르면 어떨까?

 

설악산-2020 문이 열리다.

일시 : 2020년 5월 26일 화요일

코스 : 오색탐방 안내소~설악골~설악원폭포~끝청남릉선~오색탐방안내소

 

 

예년보다 한달이나 길게 산방의 이름으로 걸어 잠궜던 설악의 문을 마치 선심쓰듯이... 일주일 먼저 열었다.

산불을 예방한다는 명분이지만 그리 좋게 보이지 않는 산방기간의 연장이다.  2월 15일부터 5월 31일까지 3개월 15일, 11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1개월, 4개월 15일이 공식 산방기간으로 통제되는 기간이고 폭우와 폭설까지 합치면 채

6개월도 설악의 문을 열지 않는 것이다. 문을 연 첫날, 설악으로 향한다.

오색에서 대청봉 오를때마다 생각 나고 화가 나는 일, 어느 미친 놈이 만든 등로일까? 대청봉에 이르는 5km구간의 아무 볼 것 없는 등로는 인내심을 테스트하기 위한 등로라는 생각이다. 독주골로 등로를 내도 좋고 끝청 남능선으로 등로를 했으면 아무 볼 것 없는 돌계단을 오르는 불행은 없지 않았을까? 나는 오늘 그길의 절반을 오른다.

 

 

며칠전 내린 비때문인지 치마폭포의 수량이 만만하지 않다.  오를때는 조금이라도 설악의 품에 빨리 안기고 싶어서, 내려올때는 천근만근 몸과 마음이 허락하지 않아 한번도 가까이에서 본적이 없는 폭포다.

애초 산방기간해제일이었던 6월 1일에서 1주일당겨오색에서 대청봉은 오르는 등로는 산객이 거의 보이지 않고 한적하다. 아빠와 함께 대청봉을 오르는 초등학생은 지난번 한라산도 올라갔다 왔기 때문에 설악산도 문제 없다고 자신만만이다. 그럴까? ㅋㅋ

 

 

올해들어 자주 산행을 하고 아침운동을 꾸준히 한 효과인지 작년보다 훨씬 수월하게 오색의 돌계단을 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지옥같은 돌계단으로 기억하는 코스지만 대청봉을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오르고 내린다. 등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곰취가 있어 다가가 사진에 담는다.

 

 

 

 

설악골에 접어드니 예년보다 늘어난 수량으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설악골의 이름은 외설악에 또 있는데 토막골과 잦은 바윗골 사이에 있는데 볼거리가 별로 없어 희야봉과 범봉으로 올라서고 내려오는 등로 역활을 할 뿐이다.

이곳 남설악의 설악골은 관터골에서 갈라져 끝청 아래까지 이어지는데 무명폭들이 셀수 없이 이어진다.

 

 

 

 

역시 설악은 설악이다. 다른곳은 이미 신록이 지났지만 이곳은 이제 신록이 한창이다. 싱그런 신록사이에서 떨어지는 맑은 폭포수는 세속에서 찌든 먼지를 한순간에 씻어내는 마력을 지녔다.

 

 

 

 

 

 

 

설악골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폭포다. 작지만 단아하고 정갈하다. 폭포수를 받아내는 소도 폭포를 닮아 잘 정돈된 모습이다. 삼복더위에 가장 찾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폭포가 수도 없이 많은 설악에 태어난 죄로 아직 이름조차 없는 폭포다.

 

 

신록이 피어나는 계곡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설악 원폭포가 산객을 마중한다. 올해는 유독 환영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리니 더 없이 기분이 좋다.

 

 

 

 

암벽의 중간이 아닌 우측에서 떨어지는 설악원폭포, 시원한 폭포수를 맞으며 득음을 하는 소리꾼들처럼 크게 소리쳐보고 싶다. 누구를 욕하고 누구를 불러도 들키지 않을 것 같다.

 

 

 

 

 

 

폭포 상단에 올라 이른 점심을 먹으며 주변을 산책한다. 폭포하단과 다르게 상단의 풍경은 평온하다. 마치 봄 정원을 걷는 것처럼 꽃들이 지천이다. 앙증맞은 개별꽃도 설악에서 보니 더 멋져 보이고 보름전 한라산 선작지왓에서 만났던 설앵초와는 또 다른 모습의 앵초도 여기저기 피어 있다. 

 

 

 

 

 

 

 

 

설악원폭포 상단의 풍경은 설악원폭포 하단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작고 예쁜 폭포들이 줄지어 이어진다.

조금 다른 모습은 조금 더 얌전해졌다고 해야하나? 계곡물에 발을 담근 이끼의 모습이 더 예쁜 풍경이다.

 

 

 

설악의 계절은 다른 산보다 한참은 늦게 움직인다.

다른 산에서는 이미 지고 없는 철쭉이 이제 한창 고운 연분홍 꽃잎을 느긋하게 피우고 있다. 고수가 천천히 움직이듯이...

 

 

이 폭포를 마지막으로 좌측 능선, 작은 지계곡으로 오른다. 

 

 

건천을 조금 오르자 거짓말처럼 작은 실폭포가 나타난다. 지리산에서 보았던 이끼폭포를 이곳 설악에서 만나니 더 없이 반갑고 기쁘다. 물론 지리산의 이끼폭포니 이끼계곡의 크기와는 비교되지 않지만...

 

 

 

이끼계곡에는 괭이눈이 지천으로 피어 있고 앵초도 곳곳에 피어 있다.

 

 

 

 

 

이렇게 사진에 담고 다시보니 그때 보았던 이끼폭포보다 너무 예쁘지 않아 속이 상하다. 내가 사진 찍는 기술이 부족해서 예쁜 이끼폭포의 모습을 제대로 담지 못한 걸까?

 

 

계곡이 끝나는 곳에는 천삼이라고도 불리는 땃두릅이 군락을 이루고 있지만 관심 밖이다.  다른 이름은 자인삼이라고 불려 약재로 사용하거나 술을 담가 복용하기도 한다. 아무리 귀해도 오늘 난 그저 사진 한장 남겨줄 뿐이다.

 

 

능선에 가까워지자 건너편의 대청봉과 중청대피소가 보인다. 아직도 대청은 계절을 바꾸지 않은듯 벗은 모습 그대로이다. 올해면 안전과 환경보호를 핑계로 사라질 중청대피소, 코로나19로 마지막 산객을 맞아보지도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이다. 국립공원의 많은 대피소중에서 가장 이름에 맞는 역활을 하는 대피소인데 그냥 철거한다니 산을 알고 하는, 설악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결정인지 궁금하다.

 

 

 

밤늦게 내린다던 비는 능선에 채 오르기도 전에 흩뿌린다. 우중 산행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올해 처음하는 우중 산행이 되고 만다.

끝청남능선에는 철쭉과 털진달래가 공존하고 있었다. 이곳의 털진달래는 귀때기청의 털진달래와 한라산 선작지왓의 털진달래보다 꽃잎이 더 큰 특징이 있다. 아마도 바람이 덜 부는 영향이 아닐까 싶다.

산철쭉은 아직 피지 못한 봉우리가 많으니 최소 열흘은 더 피지 않을까? 설악의 계절은 분명 최소 2절기는 늦게 시작된다. 나도 그렇게 천천히 살수는 없는 걸까? 이렇게 수도 없이 설악을 다니면 설악을 닮아야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