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검단산

Edgar. Yun 2020. 8. 29. 19:34

검단산을 불쑥 찾다.

일시 : 2020년 8월 29일 토요일

코스 : 충혼탑~능선길~검단산~약수~충혼탑

 

나이탓인지 날씨탓인지 아니면 스트레스탓인지... 요즈음 들어 새벽 2~3시 이후에 수면을 취한적이 없다.

오늘도 어김 없이 새벽에 잠이 깨어 뒤척이다 결국 5시가 넘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창밖을 보니 밤새 비가 오락가락하던 하늘이 절반을 열어 놓고 여명을 마중하고 있다. 평소처럼 뒷산 불곡산을 갈까? 이런날이면 운무가 멋지지 않을까? 

5시 반이 넘은 시간에 물 한병 챙겨들고 차를 몰아 하남 검단산으로 향한다. 우리가 초심,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많이 한다. 나에게 있어 산의 초심은 무었일까? 15년전 테니스를 그만두고 산을 다시 찾았을때 다른 산객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서울 근교의 산을 주로 찾았고 검단산도 그때 꽤 여러번 올랐었다. 말이 쉽지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검단산을 다시 오른다고 초심으로 돌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냥 그 시절이 떠올라 생각해 보았다. 

 

복정동을 지나며 바라본 남한산성의 하늘은 붉게 물들고 있어 검단산 정상에서의 조망을 기대하게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준비하는 사이 절반쯤 열려있던 하늘은 다시 무거운 먹구름으로 가득해서 우산을 가지고 올라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주차장 옆의 울타리에 핀 나팔꽃이 걱정하지 말라는듯 활짝 피어 있다.

 

산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코스인 충혼탑과 능선 코스사이로 오른다. 지난 6월초에 설악산을 다녀온뒤 3개월만에 산을 찾은 이유중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코로나때문인데 최근 몰지각한 일부 종교지도자와 정치인들때문에 전국이 난리다. 내일부터는 3단계 직전인 2.5단계를 적용하는데 사실 오늘도 웬만하면 외출을 자제해야 되는데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나왔다. 이른 시간이라 산객들도 거의 없지만 혹시 만나도 한쪽으로 비켜서서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역시 종아리가 금새 뻐근하게 조여오고 땀은 비오듯이 쏟아진다. 안개는 마치 이슬비처럼 밀려오고...

 

 

 

출발한지 1시간 15분이 걸려 정상에 도착한다. 657m의 높지 않고 크지 않은 산인 검단산의 정상은 굉장히 넓은데 한명의 산객도 없이 안개만 가득하다. 잠시 물을 마시고 숨을 고르니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히며 건너편의 예봉산이 섬처럼 보인다. 반대쪽으로 보면 멀리 롯데타워도 안갯속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석 옆에 피어있는 코스모스!

이 높은 곳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엄마가 좋아했던 코스모스꽃, 가을이면 집앞에 가득 바람에 흔들렸었다.

 

 

 

 

조금 더 안개가 걷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바람은 들어주지 않는다. 사람의 간사함이란 참... 올라올때 가득했던 안개를 볼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안개가 걷히자 욕심이 커져버렸다. 

 

 

 

 

 

 

조금 더 안개가 걷혔으면 좋겠다는 바램과는 달리 안개가 바람에 밀려와 다시 세상을 덮어버렸다. 정상에 비어 있는 들꽃들을 보며 30여분을 기다리지만 안개는 걷히지 않고 산객들만 줄을 이어 올라온다. 할 수 없이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내려서기 바로 직전 다시 안개가 잠시 물러갔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다.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산수국을 한번도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는데 오늘 철 지난 산수국을 여기서 만난다. 

 

 

줄지어 올라오는 산객들, 마스크를 착용한 산객은 채 50%가 되지 않아 조심스럽다. 서둘러 내려서는 내 어깨뒤로 뜨거운 햇살이 비추며 마지막 땀을 요구한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하늘을 바라보니 대박이다. 긴 장마가 지나간 올여름은 파란 하늘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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