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노고단에 들다!

Edgar. Yun 2020. 9. 25. 21:54

지리산 노고단에 들다!

일시 : 2020년 9월 26~27일 토.일요일

 

지리산 노고단 일출

 

 

며칠전부터 미치도록 지리산이 가고 싶었다.

동네 마실가듯이 무박종주를 하던 지리산인데 이렇게 어렵게 어렵게 아들과 함께지리산을 찾는다.

마음같아서는 예전처럼 무박으로 성삼재를 떠나 천왕봉을 오르고 싶지만 몇달째 제대로 된 산행을 하지 않은 몸으로는엄두 조차 나지 않고 천왕봉은 커녕 반야봉도 욕심내기 어렵다.

11월 2일 군입대를 하는 아들을 꼬셔 함께 떠나는 1박2일의 짧은 여행이기에 더 이상 욕심 낼 수도 없으니 노고단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 그래도 어딘가? 성삼재에서 일몰도 보고 노고단에서 일출도 볼 수 있으니...

구례에 도착하자 마자 찾은 곳이 사성암이었다. 셔틀버스로 사성암 바로 코앞까지 오르고 사성암에서 오산 정상은 몇걸음되지 않지만 바람 한점 없는 초가을 뙤약볕은 많은 땀을 요구했다. 처음 계획은 저녁에 성삼재에 올라 일몰을 보고 차박을 할 계획이었으나 계획을 바꿔 일몰을 구경한 뒤 구례읍으로 다시 내려가 1박을 할 계획이다.

 

천은사에 들려 경내를 둘러보고 성삼재로 오른다. 지난 봄에 산수유보러 내려 왔던탓에 그리 낯설지는 않다. 일몰까지는 아직 2시간이 남아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한참을 차에서 시간을 보내며 일몰을 기다린다.

 

구름이 많아 걱정했지만 다행히 구름을 피해 하루와 이별하고 있는 해는 제법 멋진 흔적을 남긴다. 바람은 이미 쌀쌀함을 넘어 한기를 느끼게 하지만 어디서 이런 바람을 맞을수 있는가?

 

저 많은 산군들을 바라보니 꽉 막혀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하루를 마감하는 것도 저리 장엄한데 인생을 정리하는 것은 얼마나 더 장엄해야 하는가?

차를 몰고 다시 구례읍내로 돌아와서 숙소를 잡는다. 처음 전화를 한 모텔은 지난 수해복구가 되지 않아 아직 영업을 하지 못했다며 미안해 한다. 어찌 그것이 미안해 할 일인가?

 

서둘러 짐을 풀고 시당을 찾지만 시골 읍내의 하루는 짧아 아직 여덟시도 채 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고 있다. 구례 오일장터의 한 식당에 여러 테이블에 손님이 있어 우리도 서둘러 들어가 자리에 앉은다. 흑돼지 주물럭을 안주 삼아 아들과 소주 한잔을 기울이니... 참 세월이 빠르다고 느껴진다. 그레 이렇게 세대가 바뀌어 가는것이겠지...

하룻밤 자는것이라 신경쓰지 않았지만 아주 작은 창문밖에 없는 방은 너무 더워 잠을 제대로 이룰수가 없다. 에어컨을 켜면 또 너무 춥고... 수도 없이 잠에서 깨어 뒤척이다 새벽을 맞았다.

서둘러 준미를 하고 4시가 채 되기전에 성삼재로 향한다.

 

4시 30분이 되기전에 성삼재에 도착했지만 주차장에는 제법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모두 노고단에 온 사람들일까? 바람이 세차게 불어 제법 한기를 느끼게 한다. 어제부터 욱신거리던 무릎은 오늘은 아예 대 놓고 욱신거린다.

노고단이나 오를수 있을까?

 

랜턴을 켜고 오르다 하늘을 보니 별들이 아직 가득하다. 아들도 그 볓빛이 좋은지 이렇게 많은 별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좋아한다. 노고단 대피소 취사장은 라면을 끓여 이른 아침을 먹는 산객들로 가득하다. 아마도 산악회에서 온듯하다.

마스크도 하지 않고 아침을 먹으며 소란스럽게 떠드는 사람들을 보니 머물고 싶지 않아 서둘러 노고단으로 향한다.

 

노고단에 도착하니 이미 여명은 시작되고 있었다. 안개 때문에 일출을 걱정했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지라산의 주능선인 중봉부터 촛대봉까지 운무가 내려 앉고 하늘에 구름이 있지만 다행히 해가 솟아 오를 길은 남겨 두었다.

 

잠시 눈을 돌려 반야봉 좌측인 만복대와 고리봉을 바라보니 운무가 활어처럼 펄떡이고 있다. 

 

9월 27일, 유난히 반짝이던 별도 아직 돌아가지 않고 떠오르는 별을 기다리는가? 노고단의 이른 아침 찬바람에 손이 시려오지만한시도 지리산 너머 떠오르는 해를 한눈 팔 수가 없다.

 

 

 

불게 물들었던 하늘이 잠시 빛을 바꾸고 마지막 준비를 한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민낯이 부끄러웠을까?

 

 

 

애타게 기다리던 해가 새끼 손가락 손톱만큼 보이더니 금새 하늘위로 솟아오른다. 우리네 인생도 시작이 어렵지 시작하고 나면 별거 아니다. "시작이 반이다" 

아들을 꼬셔서 데리고 왔는데 혹시 일출을 보지 못하면 어떡할까? 걱정하고 고민했는데... 얼머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노고단에 남아 여운을 즐기고 있지만 우리는 미련없이 돌아서 내려선다. 혹시나 더 아플까 걱정했던 무릎도 다행히 큰 문제 없으니 이제 룰루랄라다. 

 

전주 현대옥에 들려 나는 콩나물해장국, 아들은 해물순두부로 늦은 아침을 먹고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어제 잠을 설친탓인지... 나이가 먹어가는 탓인지... 너무 피곤하고 무릎도 아프니 빨리 집에가서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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