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오대산

Edgar. Yun 2020. 10. 11. 05:02

오대산

2020년 10월 10일 토요일

 

막내가 입대일이 다가오니 걱정스러운지 아빠하고 등산을 다녀서 체력을 키우고 싶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누구나 다 다녀오는(빽있는 놈들은 제외) 군대이고 2년도 채 되지 않는 18개월의 복무기간이지만... "라떼"와 비교하면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복무여건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군대이니 가기 싫고 걱정되는 것은 어쩔수 없나 보다. 나야 아들하고 등산 할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더 없이 기분 좋은 일이다.

뜻하지 않은 행운에 고민 아닌 고민을 한다. 어느 산으로 가지? 당근 지난 봄에 다녀오고 가지 못하고 있는 설악산으로 가야지^^ 얼마전 뉴스에서 설악산 단풍 소식이 전해졌을때 얼마나 속상하고 울었는지 알아?막내는 처음가는 등산이니 설악산은 안된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럼 어딜가지?

때마침 들려오는 오대산의 단풍소식... 그래 오대산을 가자! 

 

아침 일찍 막내를 깨우고 배낭을 챙긴다. 오랜만에 배낭을 챙기려니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어젯밤에 챙길걸하는 후회조차 든다. 미역국에 라면을 끓여 먹고 오대산으로 출발! 다행히 내비를 보니 아직까지는 큰 교통정체는 없는지 2시간이 조금 더 소요된다.

단풍은 저녁 햇살에 보아야 더 예쁘다. 저녁햇살까지는 아니더라도 화창한 햇살이 필요한데 평창휴게소를 지나자 하늘은 온통 먹구름이다. 일본 동해상을 지나는 태풍의 영향으로 동해안은 비가 예보되어 있고 그 영향으로 아마도 흐린것 같다. 

오대산 입장료가 전국 구립공원 입장료중 가장 비싸지 않을까? 1인 5천원, 그리고 주차료 5천원이다. 돈을 받고 있는 월정사도 미안하고 많은 사람들의 불만을 아는지 요금소 위에 "오대산은 월정사 소유"라고 플랫카드를 걸어 놓았다. 종교관련 단체가 아니라면 누구도 시비걸지 않을 일이지만...

상원사 주차장 바로 앞에서 국립공원 직원들이 차량을 도로변에 주차하라고 안내한다. 이미 주차장은(작년에 주차장을 확장했는데...)만원이란다. 조금 더 늦었으면 한참을 걸어 올라올뻔 했다. 

상원사로 향하는 입구에도 단풍은 시작되고 있었다. 아직은 산객이 그리 많지 않은 길을 따라 오른다. 오대산을 상징하는 아름드리 전나무는 여전하고 그 사이로 노랗고 빨간 단풍이 들고 있어 가을을 실감나게 한다.

 

 

먼저 찾은 상원사에서 주변의 단풍도 구경하고 역사책에서 귀가 닳도록 들었던 상원사 동종도 만난다. 별다른 장비도 없던 그 시절에 이렇게 아름다운 종을 만들었다는 것이 사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상원사에서 위로 난 길을 따라 사자암으로 향한다. 산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그래도 아랫길보다는 마주치는 산객도 적지 않을까? 지난 8월보다는 코로나19의 확진자수가 많이 줄었지만 조심 할 수 있다면 조심하는 것이 당영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사랑제일교회 전광훈목사, 그리고 엄마부대의 주옥순이 진리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누구를 막론하고 까불면 코로나19가 감염된다는 사실을...

 

등로 곳곳에는 한참 단풍이 들어 산을 불태우고 있다. 단풍나무는 물론이고 단풍 전도사인 개옻나무도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가을을 마중하고 있다.

 

 

 

불타오르는 빨간 단풍도 예쁘지만 주황색의 단풍도 너무 예쁘다. 조금은 겸손함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더 사랑스럽다.

 

오랜만의 산행, 종아리가 터질듯 뻐근하고 호흡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더 힘든것도 사실이다. 걱정했던 막내는 생각보다 너무 잘 올라 온다. 역시 젊음은 좋은거다.

 

 

중대사자암을 뒤로 하고 적멸보궁으로 향한다. 

잘 정돈되어 있는 등로 주변에 설치한 스피커에서 불경소리가 울려퍼진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등로를 따라 연등이 설치되어 있고 단풍이 가을을 마중하니 마음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듯 하다. 나이드신 어머니와 함께온 딸은 어머니가 찍어주시는 사진에 포즈를 취한다. 그 어머니는 어제도 적멸보궁을 다녀가셨단다.

 

 

걸어 오르다 멈춰 나도 사진속으로 들어가 본다.

앞서가는 스님은 부처님을 만나셨을까? 적멸보궁으로 향하는 스님의 발걸음이 날샌 다람쥐 같다. 스님 천천히 가시고 꼭 성불하세요!

 

 

단풍이라고 해서 다 요란스럽지는 않다. 단풍이 뭐 별거인가? 쓸쓸히 퇴색되어 가는 삶이 곧 단풍이지...

 

 

정상을 몇백미터 남겨 놓고 땀에 젖은 옷을 갈아 입는 동안 오대산은 짙은 안개가 삼켜버렸다. 언제 다시 물러설 안개인지 모르면서 조망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잔혹스런 기다림이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마스크 착용한 사람은 더 찾기 어렵다. 오르기 힘들어 착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 이해 할 수 있지만 한쪽옆으로 오르고 최소한 큰소리로 떠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싶어 감염되겠는가?그렇게 큰소리치던 트럼프나 전광훈이 감염되는 것을 보면 코로나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까불면 걸인다는 사실이다.

 

 

언제 다시 물러설 안개인지 모르면서 조망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잔혹스런 기다림이다. 시원스런 조망, 산을 오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다리는 풍경이지만 높은 산은 그것을 약속하지 않는다. 막내에게 정상 인증을 남겨주기 위해 십여명의 뒤에 줄을 서서 기다린다. 정상에서 사진을 남기는 노년의 부부를 보며 오히려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몇장의 사진을 남기면 좋으련만 마치 전세 낸 것처럼 수십장의 사진을 남긴다. 뒤에서 바람을 맞으며 기다리는 사람의 불편함은 안중에도 없다. 나이를 먹는다고 모두 "염치"가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내려서며 만나는 단풍은 오를때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선다. 여유가 있어서일까? 아니면 두번째 만나는 단풍때문일까?

막내도 생각보디 힘들지 않았고 좋았다고 하니 더 기분이 좋다. 입장료를 받았으면 빨리 등산로를 복구해야지... 중간에 잘려버린 선재길이 안쓰럽다. 얼마나 많은 산객들이 찾는 선재길이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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