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민둥산

Edgar. Yun 2020. 10. 19. 20:12

참억새 군락지를 만나다.

일시 : 202년 10월 17일 토요일

코스 : 능전마을~발구덕~민둥산

 

이제 막내, 아들의 입대일이 채 보름이 남지 않았다.

추억도 쌓고 체력을 기를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너무 힘들지 않으면서 가을의 정취도 느낄수 있는 산행지를 고르다 정선의 민둥산으로 결정한다. 몇년전에 가족 여행길에 들렸던 정선오일장도 마침 오늘이니 안성마춤이다.

집에서 조금 꼼지락 거리다가 계획(7:00)보다 2~30분 늦게 출발을 하니 생각보다 고속도로의 정체가 장난이 아니다.

돌고돌아 증산초등학교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이미 꽉차서 3.5km 떨어진 2코스 능전마을로 향한다. 다행히 주차공간이 있으니 한숨 돌리고 민둥산으로 향한다.

등로입구에서는 촌로 한분이 배추와 무를 팔고 있는데 무를 깍아 시식을 권한다. 가을 무는 웬만한 과일보다 더 달고 맛있으니 나도 한조각 받아 입에 문다. 올해 채소는 잦은 태풍과 긴 장마탓에 금값을 넘어 다이아몬드라고 하는데 무는 조금 작지만 6개 한다발에 만오천원, 배추는 3통에 만원이다. 마트에서 배추같지 않은 배추가 1통에 6~7천원이니 아주 싸게 파는 것이다.

깨물어 문 무 한조각의 달콤함을 느끼면서 등로로 접어든다. 1코스인 증산초등학교와 달리 발구덕까지 포도라 아쉽지만 산정상이 붉게 단풍이 아쉬움을 털어내고도 남는다.

 

오월에 만났던 민들레 홀씨가 가을 햇살에 더 하얗다. 시우너한 가을 바람타고 멀리멀리 여행을 떠나렴! 너는 코로나19를 만나지 말고... 훨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참나무 단풍이 바람타고 내려오고 있다. 어쩜 저리 아름다울까? 민둥산의 억새를 보러 왔는데 정작 나를 사로 잡는 것은 단풍이다.

 

양지바른 등로 옆 비탈에 산국이 가득 피었다. 산국꽃잎차는 혈압을 내려주고 염증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꿀벌들이 마지막으로 꿀을 모으는 꽃이기도 하다. 매년 꽃잎을 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늘 마음뿐이다.

 

 

임도를 따라 등로를 조금 더 올라서서 눈높이를 맞춰주니 단풍은 더욱 불타는 마음을 전해온다. 산아래는 벌목을 해서 마치 젊은 사람들의 헤어스타일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포도인 등로를 따라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다. 카르스트 지형이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풍광을 보여주고 가시거리가 측정 불가능한 청명한 날씨는 멋진 산그리메를 그려준다.

 

발구덕에는 특산물들을 팔고 있는 가게가 2개가 있고 한되 만원에 팔고 있는 대추를 한개 집어들어 깨무니... 너무 맛있다. 결국 내려 올때 한되를 샀다. 

 

 

발구덕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자갈이 깔려 있는 임도가 이어지는데 제법 경사가 있어 이마에 땀이 맺힌다. 등로는 잣나무 군락을 지나가는데 한참 잣수확중이다. 20여분 조금 넘게 오르면 억새밭 입구에 도착한다.

 

 

 

 

조금 늦은탓인지... 아니면 긴 장마탓인지 억새의 생육이 신통치 않고 억새꽃도 신통치 않다. 우리나라 4대 억새 군락지의 명성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아니면 너무 영알의 신불산 억새의 장관을 기억해서일까?

 

 

돌아보지도 않고 올라간 아들을 불러 민둥산 인증샷을 한다. 혼자라면 하지 않았을 인증샷이지만 아들과 아내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정상석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니 우리는 서너장의 사진이면 충분하다. 대신 데크 한모퉁이 설치된 액자에서 맘껏 가을 민둥산추억을 남긴다. 많은 백패커들이 찾을만한 말그대의 일망무제의 조망이 가능한 데크가 산 정상에 설치되어 있다.

이번 겨울에는 나도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볼까? 혼자와도 혼자일수 없는 비박의 성지이니 도전해 볼만하겠다.

 

 

증산초등학교에서 올라오는 길의 억새도 이미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제 얼마지나지 않으면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올거라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쓸쓸해진다.

 

천미터가 넘는(1,119m) 고산이지만 주변의 산들이 높아 그리 높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더욱이 들머리도 제법 높은 고도이니 산행도 6~7백미터의 산을 오르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천미터가 넘으면 고산으로 분류하니 민둥산도 고산임이 분명하다.

 

 

 

정상의 데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점심을 먹고 있어 우리는 서둘러 하산을 한다.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코로나19는 우리곁에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사람은 큰 기침을 하며 가래를 밷고 어떤 사람은 물양치를 하는데 어떡해 그 속에서...

 

다시 내려선 발구덕에서 소나무속에서 피어난 단풍을 만난다. 아들에게 묻는다. 지나가는 바람이 보여? 아니 어떡해 바람이 보여! 난 바람이 보이는데... 아들아 네 눈에는 보이지 않니? 나만 감성 충만한가?

발구덕에는 벌써 비박커들이 정상을 향하고 있다. 성수기가 아니면 발구덕까지 차로 오른뒤 억새밭을 오르면 되니 비박커들이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날머리로 내려서면서 서넛의 비박커들을 더 만난다.

 

 

내려서는 길목에서 다시 만난 산은 아침보다 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역시 단풍은 저녁에 만나야 한다.

 

아침에 올라갈때 무를 깍아 주셨던 아주머니께 무 한다발과 배추 두망을 사서 정선오일장터로 향한다. 인심 좋은 아주머니는 고추를 따다 먹으라고 하시니...한봉지 가득 고추를 따서 담는다. 배추와 무값보다 고추값이 더 나갈듯하다. 이게 내고향 강원의 인심이고 정이다. 엄마도 그랬었다. 지나가는 보따리상들의 무료 숙소였고 동네 사람들의 주막이었다. 왜 이가을 엄마가 보고 싶지?

민둥산에서 정선오일장터까지는 30여분이 넘게 걸리지만 망설이지 않고 정선오일장터로 향한다. 이래서 추억이 좋고 필요한거다. 몇년전 가족들과 함께 왔던 정선의 오일장은 시골의 한적한 오일장이 아니었는데 오늘의 오일장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차공간을 찾느냐고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4개 한상장에 15만원이나 하는 송이버섯도 군데군데 있고 송이버섯만큼이나 비싼 능이버섯도 있다. 시골장답게 더덕파는 가게도 눈에 자주 띠고 메밀전과 배추전 파는집도 나를 유혹한다.

장터의 한 식당에 들려 곤들레비빔밥을 시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시장이 반찬일까? 아내와 아들 모두 밥한톨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는다. 큰딸이 좋아하는 감자떡 한봉지와 메밀전병 한봉지, 그리고 구운 은행 한봉지를 사서 정선을 떠난다.

(전병은 정말 맛이 없다. 속으로 넣은 배추김치가 쓰고 모래가 씹힌다. 행여 정선의 오일장의 나쁜 소문이 날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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