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대둔산

Edgar. Yun 2020. 10. 25. 05:51

대둔산의 가을이 깊어가다!

일시 : 2020년 10월 24일 토요일

코스 : 케이블카~임금바위~금강구름다리~삼선계단~마천대~칠성봉~용문골~칠성봉전망대

 

 

이제 막내와의 마지막 산행이다.

입대까지 아직 10여일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다음주 토요일은 가족들과 청남대를 다녀오기로 했으니 오늘 산행이 입대전 마지막 산행이다. 며칠전 카톡에 대둔산, 속리산, 두타산, 계룡산을 산행 후보지로 보냈더니 막내는 대둔산을 선택했다. 도립공원이지만 설악산의 풍광에 버금가는 멋진 산수를 자랑하는 호남의 명산중의 명산이다.

막내는 어쩌면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니 덜 힘들다고 생각해서 골랐는지도 모르고 사진으로 보니 너무 풍경이 좋아 선택했는지 모르지만 가을 산행으로 이만한 산을 고르기도 쉽지 않다.

함께 가려던 아내는 몸살 감기로 꼼짝도 하지 못해 막내를 깨워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이른 아침(6:30) 집을 나선다.

다행히 고속도로는 소통이 원활해서 제시간에 배티제에 도착한다. 배티제는 금산과 완주군 사이에 위치한 349m의 고개로 휴양림가는 길과 짙라인이 있으며 배티제에서 바라보는 대둔산은 마치 내설악의 천당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느낌이다. 어떤이들의 산행기를 보면 배티제에서 낙조대로 오르기도 한다. 나도 나중에 이곳을 들머리로 올라보고 싶다.

 

완주군에서 무료주차장을 운영을 운영하여 기분 좋게 주차를 하고 서둘러 케이블카 매표소로 향한다. 얼마전에 다녀온 설악산과 오대산의 입장료와 주차료가 생각이 나는 것은 내가 옹졸해서일까? 서둘러 왔지만 케이블카 탑승장에는 이미 꽤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체온을 측정하고 입장하여 케이블카를 기다린다. 다행히 두번째 케이블카(9:20)를 탑승, 대둔산을 오른다. 

 

 

기분 좋은 짧은 비행을 마치고 케이블카 계류장에서 대둔산과 눈을 마주친다. 단풍은 정상에서 내려와 장군봉 주변에서 아침을 맞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먼지 한 톨 없는 청명한 가을에 마주하는 대둔산은 행복, 그 자체다.

 

 

호떡을 사서 입에 베어무니 입안 가득 가을 대둔산만큼이나 달달하고 행복하다. 이렇게 조망 좋은날 산을 마주하면 행복도 밀려들지만 문뜩 공허함과 쓸쓸함이 밀려드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너무 행복하면 슬픈것일까?

 

서둘러 가파른 계단을 올라 삼선계단으로 향한다. 금강구름다리는 임금바위와 입석대 사이의 50m 건너지른다. 임금바위는 케이블카 계류장에서 조금만 오르면 만나는데 이곳에만 올라서도 대둔산의 절반을 보는듯하다.

 

 

 

예전에는 양방통행이었지만 지금은 일방통행으로 오를때만 건널수 있다. 관광싸이트인 CNN Go에서 선정한 "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에 선정 될만한 비경을 갖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이 짧은 다리를 건너면서도 무서움에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무서움에 비명을 지를것이 아니라 비경에 비명을 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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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 만들어진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교, 아마도 지금이라면 건립불가능이 아니었을까?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자연훼손이라고 볼 수 있지만 자연을 최소화하는 것도 자연보호일수도 있다. 그 자연도 결국 인간이 향유해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입석대를 오르는 삼선교는 가파른 경사가 압권이다. 내 뒤에 따라 오르는 중년의 산객은 오르는 내내 비명이다. 차라리 오르지 말것을 권하고 싶다. 지나친 비명은 민폐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입석대에 올라 바라보는 대둔산은 호남의 금강산이 아니다. 그냥 대둔산 그 자체라고 해야한다. 기암괴석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그 기암괴석 사이로 한창 절정인 단풍이 아침햇살에 눈부시다. 설악산의 기암들이 대부분 밑이나 옆에서 바라보지만 대둔산의 기암들은 오를수 있거나 앞에서 바라보니 더 정감가고 아름답다.

 

입석대에서 마천대를 오른는 길은 그 어떤산의 등로보다도 가파른 너덜길이 이어진다. 길이가 길었다면 설악산의 오색에서 대청봉 오르는 길보다도 더 힘들었을지 모른다. 막내도 힘이드는지 자꾸뒤쳐진다. 그래고 끝까지 잘 올라오는걸 보니 한달동안의 함산이 도움이 되었나 보다. 

879.1m의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에는 생각보다 적은 산객들이 인증샷에 소란스럽다. 정상석이라고 해야 하나? 마천대에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은 이제 철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막내도 이곳에서 사진을 남긴다. 대둔산의 정상, 마천대에 어울리는 정상석이었으면 좋겠다.

 

마천대에서 내려와 안심사 방향으로 향한다. 안심사를 가려는 것은 아니고 조금만 내려서서 암봉에 올라도 또 다른 대둔산을 볼 수 있다. 가는 길은 마천대와는 달리 수락계곡에서 올라오는 산객만 가끔 마주칠뿐 한적하다.

 

 

암봉에 올라 마천대를 바라보니 우리가 내려 올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탓에 햇살이 더욱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재작년에 비박을 왔던 암봉에 도착해서 배낭을 내려 놓고 간식을 먹으며 가을을 담아본다. 불어노는 바람만 맞아도 왠지 건강해질것 같고 쌓여있던 답답함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언제 다시 이곳으로 비박을 올 수 있을까?

 

대둔산에서 덕유산과 마이산... 수많은 산들이 겹겹이 쌓인 일망무제의 산그리메와 대둔산을 영상에 담는다.

 

 

다시 마천대로 향하며 산 아래를 내려다 본다. 신선의 눈이 되어 대둔산을 담는다는 생각에 행복도 가득 담긴다.

 

 

 

발길 닿는 모든곳이 명품이다. 반나절만에 돌아보는 것은 대둔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누가 저곳에 올라 돌탑을 쌓았을까? 

 

처음 계획은 낙조대를 다녀와서 용문골로 하산하는 것이었는데 막내가 생각보다 힘들어 해서 그냥 바로 용문골로 내려서기로 한다. 코스는 짧아도 급경상의 너덜길과 암릉길이 막내에게는 힘들었나보다. 군입대전 충분히 추억을 쌓았으니 이제 내려서도 아쉽지 않다.

 

용문골 하산길도 만만하지 않은 경사와 너덜의 연속이다. 한참을 내려서니 아직 내려서지 못한 단풍이 우리를 반겨준다.

 

 

 

용문굴을 지나 칠성봉 조망대에서 대둔산을 정리한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산이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갖고 있을까?

이 순간에 클라이머들이 부러운것은 뭐지?  난 2주뒤 페라글라이딩 간다 ㅋㅋ 하늘을 바람처럼 날아가러 페라글라이딩 간다. ㅎㅎ

 

 

 

아들아! 막내야! 짧은 기간이었지만 함께한 등산의 추억 오래 기억되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니가 군대 가 있는 동안 니가 보고 싶으면 너와 함께했던 사진을 꺼내볼께! 너도 군대가서 훈련 열심히 받고 힘들고 아빠가 보고 싶을때 이 사진을 꺼내보렴!

 

 

전망대 위의 작은 암봉을 올라 작은 암봉을 내려다 본다. 어떡해 저런곳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을 견디며 살아갈까?

 

 

 

 

 

칠성봉 전망대에서 용문골입구로 내려서는 등로 주변은 단풍이 절정이다. 대부분의 산객들이 케이블카로 몰려 한적한 등로를 내려설수 있다. 깊어가는 가을이 건네주는 선물을 한아름받은 기분으로 오늘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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