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산막이 옛길

Edgar. Yun 2020. 11. 11. 08:43

일시 : 2020년 11월 7일 토요일

코스 : 산막이 옛길~등잔봉~천장봉~삼성봉~삼막이마을

 

벼르고 별러서 평창으로 패러글라이딩 갈 계획을 세우고 설레이며 기다렸는데 우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예보되어 있다. 목숨 걸고 패러글랑딩을 할수도 없고... 목숨걸고 싶어도 나혼자 걸수도 없다. 인터넷으로 날씨를 다시 검색하니 비는 낼지 않고 오전과 오후 구름만 많다고 예보되어 있어 급히 산행지를 검색, 산막이 옛길로 지난 봄 가다가 멈춘 괴산 45명산을 다시 시작한다.

한동안 막내가 등짐을 함께 지고 올랐는데 이제는 아내가 따라 나선다. 청명한 가을하늘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산막이옛길로 향하는 이른 아침 날씨는 하늘이 무거운 것은 물론이고 박무가 가을 빈 들녁을 가득 채우고 있다. 봄도 아닌데 미세먼지도 제법이다.

그래도 산막이 옛길이 가까워오자 구름이 제법 걷히고 햇살이 가끔 비추니 어쩌면 청명한 가을을 만날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등로로 향하는 길목 좌판에는 이곳저곳 온통 버섯을 펼쳐 놓고 팔고 있다. 시식용 버섯을 입에 넣으니 버섯향이 금새 입안 가득하다.

 

 

산막이 마을로 가는 옛길과 등잔봉으로 가는 길은 한동안 같이 간다. 소나무가 멋진 길에는 작은 흔들다리까지 만들어져 있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이름도 예쁜 달천(괴강)을 막아 만든 우리나라 남한 최초의 괴산땜, 이제 인공호수는 인공호수처럼 느껴지지 않는 나이를 가졌다. 아마 그때의 토목 기술로는 더 큰 강을 막아 땜을 만들기 어려워 달천에 땜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조선 중기의 시인 김득신은 "괴강에 머문지 4년이 넘었는데 철에 따라 경물로 시를 지으니 시주머니가 넉넉하네. 명성을 다투고 이익을 탐함은 내 일이 아니니, 괴강에 돌아가 모래밭에 앉아 낚시질 하리. 그 괴강에 호수를 만들었으니 말하여 무엇하랴!

 

 

우리는 노루샘에서 산책로를 버리고 등잔봉으로 올라선다. 민가 서너채가 보이는 작은 마을을 지나 가파른 등로를 조금 오르면 명품 소나무숲이 산객을 마중한다. 오늘 안개와 미세먼지의 원인제공은 포근한 날씨, 제법 더위를 느끼게 하는 날씨인데 바람조차 없으니...

 

조금 더 올라서면 소나무 사이로 달천이 보이고 산막이 마을의 전경이 펼쳐진다. 땜을 막았을때는 막막했을 산막이 마을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힐링의 명소가 되어 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다시 한번 더 떠오르는 풍경이다.

 

 

 

옛날 한 어머니가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간 아들의 장원급제를 위해 등잔불을 켜놓고 100일 기도를 올렸다는 등잔봉의 정상석은 없는것만 못하게 초라한 모습으로 한쪽 구석에 세워져 있다. 대신 데크에서 내려다 보는 괴산호의 풍광이 빼어나 비박의 유혹을 받는다.

 

괴산호 너머로 보이는 군자산과 비학산, 그리고 아가봉과 옥녀봉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그 어느 산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 왜 중국의 산을 보는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괴산은 괴산이다.

 

 

청명한 가을날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아직 진정한 자연인이 아니어서 이런 날에는 제대로 힐링하지 못하는데...

그래도 괴강호수를 유유히 가로지르는 유람선이 보기 좋다.

 

 

 

 

한반도 전망대(천장봉)으로 가는 등로는 천상의 산책로이다. 수령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빼곡히 소나무가 들어찬 등로는 걷는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다. 오랫동안 산행을 했지만 이렇게 많은 소나무 군락의 등로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소나무가 불러온 파도소리가 등뒤로 흐르는 땀을 씻어 내니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한반도라고 하기에는 조금 억지다. 씽크로율 30도 되지 않는데 누가 작명을 했는지 궁색했나보다. 한반도 지형과는 별개로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괴산호의 풍광은 모자람이 없어 비박짐을 지고 올라 하룻밤 묵어가고 싶다.

넓직한 데크는 점심을 먹기에 안성마춤, 이곳에 밥상을 차리고 점심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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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명산에 포함되어 있는 천장봉에는 정상석조차 없이 버려져 있다. 정상석이 없다고 버려졌다고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누가 봐라 버려진 느낌의 천장봉 정상이다. 그나마 옆에 있는 전망대의 풍광이 좋으니 그 실망감이 크지 않다.

 

아내를 갈림길에 남겨두고 홀로 삼성봉을 다녀온다. 삼성봉은 정상석도 조망도 없는 그냥 평범한 산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지 않는지 알 것 같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삼막이 마을로 내려선다. 데크로 되어 있는 등로에서 아가봉과 옥녀봉을 담는다. 괴산 35명산에 올라 있으니 다음주에 찾아볼까?

 

산막이 마을은 마치 잘 차려진 읍내의 오래된 상가처럼 이곳 저곳 음식점이 자리잡고 있다. 산막이 옛길을 걸어와서 파전에 막걸리 한잔하기 딱 좋은 자리이니 어찌 번성하지 않겠는가? 유람선을 탈까 고민하다 산막이 옛길을 택해 걷는다. 등잔봉, 천장봉의 절벽에 가까운 산 밑 호수가를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는 누구나 걷기 쉬워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명소가 되었다.

 

 

산책로의 곳곳에는 억지로 이름을 붙인 곳도 많지만 호수를 바라보는 풍광만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 없는 시계 좋은 날에 온다면 더욱 멋진 풍광으로 힐링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른 봄, 호수가에 피어나는 신록도 가을 풍광 못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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