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옥녀봉, 그리봉 아가봉

Edgar. Yun 2020. 11. 15. 11:26

옥녀봉, 그리고 아가봉에 오르다!

일시 : 2020년 11월 12일 토요일

코스 : 갈론펜션~아가봉~옥녀봉~갈론계곡

 

지난주 등잔봉과 천장봉에서 바라보았던 옥녀봉과 아가봉을 찾아간다.

괴산의 명산에 등재되어 있는 산으로 역시 속리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는 산이다.

아침 일찍(6:40) 집을 나섰는데 지은 안개가 출발에서 도착까지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따라온다. 함께 나선 아내는 혹시 산에서 길을 잃으면 어떡하냐고 쓸데없는 걱정까지 한다. 괴산댐을 지나 블로그에서 확인했던 갈론펜션에 도착하지만 주차금지, 바로 옆의 행운민박도 주차금지 푯말이 커다랗게 붙어 있다. 캠핑장 주차장 입구에서 차를 세우고 주차가능하냐고 물으니 인상쓰며 안된다고... 차를 돌려 나오려니 들어가지도 말고 후진으로 나가란다. 인상만큼이나 인심 드럽다. 내려와서 보니 오후도 주차장은 텅비어 있다. 하는수 없이 갈론 지킴이 근처의 도로에 주차를 하고 아가봉으로 향한다.

 

작은 계곡을 건너 낙엽이 수북이 쌓인 계곡 옆의 등로를 따라 오른다. 군데군데 화전민의 흔적이 있어 우리 선조들의 애닳던 삶을 생각하게 한다. 먹고 사는 것이 전부가 그들의 삶의 전부였다. 30여분을 오르니 계곡을 버리고 능선으로 오르는 등로가 나온다.

동남쪽으로 보이는 아가봉과 옥녀봉, 오늘 가야할 길을 조망하며 천천히 오른다. 7부능선에 올라 잠시 눈을 감고 바람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파도소리처럼 들려오는 바람소리는 분명 소나무가 바람을 맞으며 내는 소리일것이다. 그 바람 소리만으로도 쌓여 있던 삶의 찌꺼기가 깨끗이 치워지는 느낌이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등로는 능선길을 따라 아가봉으로 향한다. 지난주 미안했는지 안개는 거짓말처럼 걷히고 멀리 있는 산들도 다가와 눈을 맞춘다. 주변 산의 이름을 알고 싶어 앱으로 찾아보지만 통신 상태가 불량한지 알 수가 없다.

 

 

 

작은 봉우리를 따라 오르니 비학봉을 앞세운 군자산도 가까이 다가오고 주변의 산들도 가까이 다가온다.

 

 

 

아가봉 전위봉부터 아가봉까지는 작은 암릉들이 소나무와 어울려 멋진 풍광과 시원한 바람소리를 선물한다. 지나가는 산객들도 없으니 평화가 따로 없다.

 

 

아가산악회에서 이름을 붙였다는 아가봉, 나도 설악에 이름을 붙여준 폭포가 있는데 혹시 에드가폭포로 불려지고 있을까? ㅎㅎ 정상부는 제법 넓어 배낭을 내려 놓고 막걸리 한잔하고 싶지만 옥녀봉으로 향하는 등로가 거칠어서 조금 더 진행해서 먹을 생각으로 바로 내려선다.

 

 

암릉을 내려서며 멀리있는 속리산의 관음봉과 묘봉, 그리고 대야산과 조항산을 불러 담아본다. 아가봉 정상에 주변의 산들을 소개하는 표지를 세워주면 어떨까?

 

아가봉에서 내려오면 다시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옥녀봉을 만날수 있다.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는 것을 모든 산객들이 싫어하지만 별수가 없다. 안부에서 옥녀봉 정상까지는 가파른 등로가 0.5km이어진다. 갈잎이 가득 쌓여 있는 등로는 오르기도 어렵지만 내려설때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옥녀봉 오르는 중간에 커다란 말벌집이 있어 다가가보니 아직 동면하지 않은 벌이 있는지 몇마리가 날아다닌다. 가까이에 있어야 벌집을 따다가 술을 담글텐데...

 

 

옥녀봉의 정상석과 아가봉의 정상석은 너무도 닮아 있다. 능선아래 같이 있으니 어쩌면 닮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주변의 나무들이 조망을 방해해서 아쉽지만 이곳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점심을 먹는다. 올해 처음으로 보온도시락에 닭죽을 담아 왔더니 따끈하고 좋다.

 

 

미끄러운 경삿길을 안부까지 내려오면 갈론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편안한 산책로다.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때 나타나는 갈론계곡, 제법 멋진 풍광이다. 여름에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갈론계곡을 만나 계곡길을 따라 내려서면 아침에 차를 세워두었던 갈론지킴이 부근으로 내려선다. 

 

 

 

괴산호수를 가로지르는 연하협구름다리는 ‘충청도양반길’과 ‘산막이옛길’을 이어주는 보물 같은 존재다. 단순히 다리만 건너는 것만으로도 괴산호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충분하다. 봄햇살 가득한 봄날에 신록이 물에 잠기고 옅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면? 상상만으로 미소가 지어지는 풍광이다.

차로 돌아와 배낭을 내려 놓고 보니 아침에 보지 못했던 개나리꽃이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노란 감국과 어우러져 가을 에 보기 힘든 풍광을 선물한다.

들머리에서 날머리까지 만난 산객의 수가 십여명이 채 되지 않으니 코로나19 확진자가 200명이 넘는 요즈음 최고의 산행지였다는 생각이 든다. 백신이 개발될때까지는 조심 또 조심이 최고의 백신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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