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마곡사

Edgar. Yun 2020. 11. 6. 05:45

일시 : 2020년 11월 2일 월요일

 

36년만에 아들을 군 입대시키기 위해 논산을 찾았지만 사실만 기억될뿐 별다른 기억이 없다.

연무읍에서 점심을 먹고 입영심사대를 찾으니 가족과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애인과 이별을 준비하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짧게 깍은 머리에 눌러쓴 검은 모자, 두려움과 슬픔이 가득한 눈동자는 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코로나19로 별다른 입소식 행사가 없어 짧은 이별인사를 나누고 배웅을 한다. 부대로 들어가며 수차례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 훌쩍거리는 아내르 데리고 서둘러 입영심사대를 빠져 나온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마곡사를 찾는다.

예전부터 여러번 마곡사를 찾고 싶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는데 아들을 입대시키고 돌아서서 찾으니 참으로 묘하다. 

오늘 저녁에 벌어지는 히어로즈와 트윈스의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예약을 했는데(어제 경기를 보러 갔는데 우천 연기 되어 오늘 재 경기를 한다) 입소식이 취소되어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어 마곡사로 향한다.

 

고속도로에서 10여분이면 도착할줄 알았는데 30여분 걸려서 마곡사에 도착한다. 매표소에서 차량을 통제하면 돌아서려고 했는데 다행히 절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아마도 월요일이라 찾는 사람이 적어 절까지 차량을 입장시키나보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니 가을이 깊어가는 마곡사의 가을 감성이 아들을 보내고 휑해진 가슴을 위로한다.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들국화 꽃잎과 돌담 너머로 보이는 노랗고 빨갛게 물든 단풍은 마곡사의 가을이 왜 명성 높은지 증명하고도 남는다.

 

휴가를 내고 오늘 함께한 큰딸... 고마워요^^

 

 

 

오늘 아들을 입대시킨 사람들 맞아?

휴가를 내고 함께한 큰딸도 마곡사의 가을이 좋은가 보다.

 

 

 

 

 

 

태화산에서 흘러내리는 계류에 가을이 가득 담겼다. 절경의 가을은 물속에 담가두어도 역시 절경이다.

 

640년 중국에서 돌아온 자장율사가 월정사와 통도사를 창건할 때 선덕여왕에게 토지 200결을 받아 전탑을 세우고 이곳 마곡사도 함께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마곡사(麻谷寺) 보철화상이 주석할 때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이 삼대처럼 빽빽하게 많아서 마곡사라는 절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신품사현의 하나인 김생의 현판글씨가 걸려있는 대웅보전에 들려 부처님께 아들의 무사함을 기도 드린다. 대웅보전과 대광보전의 모습은 사찰에서 흔히 볼수 있는 구조와 배치가 아닌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고 대광보전 앞의 오층석탑의 상단부는 티벳불교의 모습을 갖고 있다. 아마도 원나라의 영향이 아닐까?

 

백범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군 장교를 죽이고 인천형무소에 투옥되었다 탈옥한 뒤에 이곳으로 피신해서 출가해 지냈다는 백범당에서 백범의 호흡소리를 듣는다. 지금 대광보전 앞 향나무는 당시 김구 선생이 직접 심은 것이라고 전한다.

 

창건당시의 30여칸 대사찰의 위용은 사라졌지만 한때 폐사되어 200년동안 도둑들의 근거지로 사용되고 임진왜란때 소실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은 사찰의 위용이 조금 보이는 듯 하다.

 

 

 

 

 

 

 

절밖에 있는 감나무는 이미 잎을 모두 털어내고 겨울 준비를 마쳤나보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붉은 감들이 점점이 박혀있다. 시간에 쫓기며 만난 마고사... 내년 꽃피는 봄에 태화산을 오르며 다시 찾아오고 싶다. 가을의 풍광도 이리 아름다운데 춘마곡(春麻谷)이라까지 불리우는 마곡사의 봄은 어떨까? 벌써부터 마곡사의 봄이 기더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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