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노고단, 그리고 사성암

Edgar. Yun 2021. 8. 8. 21:30

일시 : 2021년 8월 7일 토요일

코스 : 성삼재휴게소~노고단, 사성암

 

휴가가 끝나간다. 삼복더위중이지만 여전히 산을 가고 싶다. 그러나 무더위와 체력을 생각하면 예전처럼 설악을 아무 망설임 없이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음같아서는 둔전골의 시원한 계곡을 찾아가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망설이다가 노고단에 원추리꽃이 만발했다는 기사를 읽고 노고단으로 결정한다. 노고단이라면 아내도 충분히 같이 갈 수 있는 코스이니 삼복 더위에 갈 수 있는 산행지로 적격이다.

3시반에 아내를 깨워 지리산 노고단으로 출발한다. 아내의 말처럼 나는 일출과 일몰을 너무 좋아한다. 더 빨리 출발해서 노고단 일출을 보고 싶지만 아내와 같이 가는 산행으로는 불가능하다. 

천안을 지나자 여명이 발가오기 시작하더니 전주를 지날때는 화려한 일출이 장관을 이룬다. 졸음쉼터에 급히 차를 세우고 담아보지만 잠깐 사이에 절정을 지난 모습이다. 아쉽지만 이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성삼재에 올라 하늘을 보니 하늘은 아직도 구름 이벤트중이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쉽지 않은 구름의 형태가 지리산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문뜩 오늘 노고단에서 일출을 맞은 산객들은 황홀했을거란 생각이 든다. 만차에 가까운 주차장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른 새벽 노고단으로 향한듯하다. 군데군데 엉터리 같은 주차로 2개의 주차공간을 차지한 양심불량 산객들이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운전이 미숙한것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 함께 살아가며 지켜야 하는 공공도덕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노고단 대피소로 향한다. 노고단에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끝이 없다. 가끔 노마스크로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면 무슨 생각인지 묻고 싶다. 저런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는 뉴스가 매일 방송되어야 노마스크가 없어질까? 등산로 입구에서 캠페인을 하면 줄어들지 않을까? 등로옆에 피어 있는 야생화를 보면서도 자꾸 쓸데없는 생각이 든다.

 

 

 

노고단대피소를 지나 삼거리에 도착하니 햇살이 장난이 아니지만 짜증나는 무더위가 아니어서 입추의 절기를 실감한다.

사실 이곳은 늘 어둠속에서 지나가는 일이 많았다. 무박 종주를 즐겨해서 삼각봉을 지날때쯤 여명이 밝아오곤 했었다. 구름이 풍경의 절반을 차지하고 파란 하늘이 또 풍경의 절반을 차지한다. 멀리 보이는 천왕봉은 안개가 가리고 있고 바로 눈앞의 반야봉은 여전히 푸근한 모습이다.

 

 

데크옆으로 나무들이 있어 그늘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보라색의 둥근이질꽃 등로옆에 지천으로 피어 산객을 마중하고 노란 원추리꽃도 군데군데 피어 있다. 지리산의 원추리꽃이 덕유산의 덕유평전 원추리꽃보다 늦게 피는가보다.

 

바래봉까지 이어지는 지리산의 능선이 선명하다. 언제 다녀왔는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그때의 행복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다. 문뜩 다시 갈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

 

 

 

 

전망대에 오르니 구례시내가 한눈에 조망되고 섬진강과 오산이 보인다. 결국 산행을 마치고 오산의 사성암을 다녀온다.

 

 

전망대부근에서 정상까지는 원추리꽃밭이다. 많은 개체수의 원추리꽃이 곱게 피어 입추의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이름 없는 풀꽃은 피었다가 벌써 마른 꽃잎이 되어있다. 가을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노고단 정상에는 일출을 보러 올라왔던 산객들은 대부분 내려갔는지 생각보다 한산해서 너무 좋다. 조망은 최고지만 작은 그늘조차 없는 정상은 아쉬움이 남는다. 쉬어 갈 수 있는 그늘이 있었다면 의자를 펴고 앉아 오랜시간을 보낼수 있을텐데...

 

 

 

노고단 정상의 돌탑도 오늘은 한산하다. 나~ 시간 많아요^^

28km의 지리산 주능선이 피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수도 없이 저곳을 거닐었지만 이제는 아무때나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가는 것이다. 3년전에 2박3일로 종주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코로나19만 아니라면 올해도 만추에 2박3일 일정으로 지리산과 놀라다 가고 싶은데...

 

덕유평전의 원추리보다 더많은 개체의 원추리가 노란 꽃을 피우고 햇살에 흔들린다. 이제 며칠 더 지나고 나면 꽃도 풀도 나무도 말라가며 가을을 기다릴게다.

 

 

 

 

 

등에인지 꿀벌인지 헷갈리는 놈이 엉겅퀴꽃에 앉아 꿀을 구하고 있다. 한참을 앉아서 지켜보아도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가 자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보다.

 

 

너무도 기분좋은 노고단 산해을 마치고 다시 삼거리로 내려섰다. 그냥 내려서기가 아쉬운지 아내는 잠시 쉬었다 가자고 조른다. 작년에 얼려 두었던 연시를 가져왔는데 그맛이 천하제일이다. 어떵 아이스크림보다 더 맛있는 아이스과일이다.

이제 겨우 9시가 넘어가고 있으니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것은 너무도 아쉽다. 결국 오산의 사성암으로 향한다.

 

차를 가지고 오르고 싶지만 주차장이 좁다는 핑계로 주민들이 통제를 하니 어쩔 수 없이 마을버스를 이용하여 사성암으로 향한다. 터미널에서 채 10분이 걸리지 않아 사성암주차장에 도착하고 서둘러 사성암으로 향한다. 짧지만 아주 가파른 길을 뜨거운 햇살을 머리에 이고 오르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사성암에서 수도하던 원효대사가 선정에 들어 손톱으로 그렸다는 전설이 있는

                       마애여래입상이 있는 약사전이다. 마애여래입상은 머리에는 넓적하고 낮게 솟은 상투

                      모양의 머리묶음을 하고 있으며, 옷은 양 어깨에 걸쳐 입었는데 왼쪽 어깨의 옷 주름이

                      촘촘한 격자무늬인 점 이 특이하다. 약사전은 마애여래입상을 모시고 있다.

 

2014년 명승 제 111호로 지정된 사성암은 해발 531m의 오산에 위치해 있다. 백제 성왕 22년(544년) 연기조사가 건립하였다고 전해지며 오산암이라 불리다가 그 후 이곳에서 4명의 고승인 의상대사, 원효대사, 도선국사, 진각선사가 수도하였다 하여 사성암이라 불린다.

 

 

건너편 지리산의 화엄사에 있는 부처님을 향해 예불을 올렸다는 배례터에 서면 지리산의 연봉들이 눈에 들어온다. 천은사가 있는 계곡과 화엄사가 있는 계곡이 확연하게 구분되어 보이고 반야봉 등이 눈에 들어온다.

 

소원바위와 배례터에서는 구례와 구례를 가로 질러 흐르는 섬진강이 한 눈에 조망된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구례가 어우러져 평온한 풍경이다.

 

너무 뜨겁고 더워서 오산 정상은 오르지 않았다. 노고단을 내려올때 느꼈던 시원함이 모두 사라져 버려 너무 아쉽지만 절벽에 세워진 사성함의 멋진 모습과 조망은 오래 기얼 될 천하제일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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