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설악산

Edgar. Yun 2021. 9. 6. 21:33

일시 : 2021년 9월 4일 토요일

코스 : 소공원~비선대~작은형제골~814봉~작은형제골

 

아내가 토요일에 친구들을 만나러 가니 휴가 아닌 휴가가 되었다. 모처럼 설악을 가볼까? 산우에게 카톡을 보내니 선약으로 홍천 백암산 간단다. 어떡하지? 다시 카톡이 온다. 힘들지 않은 코스로 가면 같이 갈께요! ㅋㅋ 설악이 힘들지 않은 코스가 어디있을까! 칠형제봉 2봉을 가려다가 작은형제골을 걸쳐 814봉에 오르는 코스로 결정한다. 10여년전에 올라본적이 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설악으로 향한다. 평소 설악을 다닌때보다 코스가 잛아 시간을 늦추었더니 복정을 지날때 이미 하늘은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2주 넘게 지속된 가을장마가 파란 하늘만 보아도 행복하게 만들었다. 오늘 하루, 모처럼 설악을 찾아가는 날이니 하늘이 도와주기를 기대한다.

 

화창하던 날씨는 인제휴게소를 지나면서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제법 비처럼 내린다. 에고 뭔일이야! 설악동 야영장 앞의 구멍가게에 들려 우비와 타프용 은박지 매트를 사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일기예보를 보니 11시부터 2시간 비가 예보되어 있다. 비선대를 향하는 등로는 온톤 공사장으로 변해 중장비가 땅을 파고 비선대산장 앞의 등로는 막아서고 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 여름장마에 등로가 많이 소실되었는지 천불동계곡에도 데크의 목재들이 걸려 있다.

 

잦은바위골의 작은 철다리를 지나서 돌아서면 바로 눈앞에 작은형제바위골이 나타난다. 서둘러 징검다리(?)를 건너 작은형제바위골로 들어선다. 10여미터만 들어서도 선계에 들어선듯 작은 담이 유리알같이 투명하다. 시원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바람이 없어 옷은 이미 땀에 흠뻑 젖어 있다. 옷을 갈아입고 물에 빨아 옷걸이를 만들어 걸어 말린다. 막걸리 두병에 부추전이 오늘 아침 메뉴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별다르지 않는 풍경이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오른다. 시그널이 있을줄 알았는데 별 인기 없는 작은형제바위골이라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제1폭포전에 오른쪽의 가파른 사면으로 오른다. 한참을 가파른 사면을 올라 능선에 오르니 큰형제골 방향으로 여러개의 시그널이 보인다. 설악을 내집처럼 드나들때 눈에 자주 보이던 시그널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능선에서 칠성봉 방향의 작은 암봉을 오르니 멋진 소나무 군락을 품은 선경이 펼쳐진다. 지도상에 표시되어 있는 814봉에 올라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설악의 풍광을 보니 절로 행복해진다.

 

멋진 풍채의 노송 뒤로 울산바위가 보이고 신선봉과 황철령이 구름 아래에 있다. 

 

 

 

 

절개있는 춘향목도 멋지지만 세찬 설악의 한겨울 바람을 이겨내고 산마루를 지키는 적송의 모습은 더 아름답다. 나무는 사람들이 쳐다보아주지 않아도 이렇게 멋지게 살아간다. 적송 너머로 공룡능선의 1275봉과 범봉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적송의 군락지 너머로 설악골로 이어지는 마등령이 보이고 비선대로 이어지는 등로에 세존봉이 우뚝 솟아 있다.

 

 

마음은 칠성봉가지 오르고 싶지만 오늘은 꿈꾸기 어려운 현실이다. 칼날같은 능선에 어렵게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언제나 점심을 먹으며 느끼지만 황홀한 점심이다.

 

 

꽃처럼 빨갛게 피어 있는 마가목을 보니 가을은 벌써 성큼 다가온듯하다. 앞으로 한달뒤면 설악의 만산이 붉게 물들것이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칠선계곡을 찾았는데 올해는 어디를 가지?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니 설악이 더 가까이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이래서 생겼나보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아 오랜 시간 능선에서 설악을 만난다.

 

 

집선봉에서 떨어지는 저 암릉의 이름은 무엇일까? 문뜩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지위에 가득 달려 있는 잣송이를 보니 몇년전에 담가 놓은 설악 잣술이 문뜩 생각난다. 오늘 저녁에 잣향기 가득한 잣술 한 잔 할까?

 

 

대청봉은 잠시도 허락을 하지 않고 구름으로 가린채 오늘 하루를 보낼참인가보다. 이제는 언제 다시 가볼지 모르는 별길과 만경대, 그리고 천당릿지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멋진 설악을 놓고 발길을 돌린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올라오던 길을 놔두고 오른쪽의 작은 계곡으로 내려섰더니 끝까지 잡목과 미끄러운 바윗길과 씨름을 해야했다. 마지막에는 작은 낭떠러지가 있어 다시 오르던 골짜기로 돌아서야 했다. 오늘이 올해 마지막 알탕일까? 

 

신흥사를 지나며 돌아보니 세존봉이 구름과 어울려 저녁을 맞이하고 있다. 매주 찾아오던 설악을 이제는 일년에 몇번오는 현실이 조금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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