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천관산

Edgar. Yun 2021. 10. 16. 17:01

일시 : 2021년 10월 16일

코스 : 장천재-체육공원-금강굴-환희대-연대봉-정원석~양근암~장천재

 

백신 접존 후유증인지는 몰라도 2주전에 설악골을 올라 대청봉을 가려다가 원설악폭포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멀쩡하던 치아가 갑자기 염증이 심해져서 치과를 찾았더니 백신접종 후에 나와 같은 증상으로 치과를 찾아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사람이 여럿이라고 말을 한다. 인과관계를 증명 할 수 없으니 그냥 속만 썩는수 밖에 없다. 컨디션도 조절이 어려우니 지난 3일의 황금연휴는 어쩔 수 없이 방콕이었다. 그런데 이번주도 비가 예보되어 있고 다음주에 중간고사이니...에고, 에고다. 

갑자기 광주 출장이 잡혔다. 출장을 끝내고 오랫동안 가고 싶었던 천관산을 찾는다. 영암 월출산보다도 더 남도에 있어 쉽게 찾을수 없는 산이다. 아내는 10여년전 일박이일에서 소개된 천관산이 각인되어 틈만나면 천관산을 얘기한다. 아내와 같이 오면 좋겠지만 어쩔수 없이 혼자 천관산을 찾는다.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남도의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르다. 언제부터인지 파란 하늘이 어떤 경치보다 우선하고 있다. 오늘이 그런날이었으면 좋겠다.

9시에 장천재주차장에 도착해서 1박2일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관광지의 식당들이 벽면에는 유명인들의 사진이 도배를 하고 있다. 특이한것은 사장님이 민주당 골수 당원인지 국민의 힘 윤석열 예비후보의 비난성 대자보가 수십장 붙어있다. 아무리 민주당의 텃밭인 전라도라도 식당하는 사람이... 흔치 않은 일이다. 표고버섯과 우렁이를 넣은 된장찌개는 생각보다 개운하고 시원하다. 식사를 마치고 캔맥주를 사서 배낭에 넣고 산행을 시작한다.

 

 

파란 하늘이 내가 정상에 올랐을때도 그대로 파란 하늘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한여름처럼 뜨거운 햇살이 걱정스럽다. 등로입구에 황금색 술잔을 닮았다는 금잔화가 곱게 피어 발길을 잡는다. 눈건강에 최고라는 루테인이 많은 금잔화는 꽃도 예쁘다.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단풍나무 터널을 지나는 길옆에 노란꽃이 피어 있는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겠다. 이곳에 단풍이 들려면 한달은 기다려야 한다. 등로를 따라 조금 오르면 1코스 오르는 갈림길이 나오고 조금 더 오르면 조선학자 존재 위백규를 모시고 있는 장천재가 나오는데 이정표가 없어 잘못하면 길을 잃을수 있다. 장천제를 지나면 나타나는 체육공원에는 커다란 동백나무들이 있어 동백꽃 피는 봄날을 상상하게 한다. 

 

 

조금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른다. 지난 2주전처럼 땀이 비오듯 이마에서 떨어진다. 체력이 떨어진걸까? 아니면 진짜 백신접종 후유증일까? 또 아니면 29도가 넘는 늦더위 탓일까? 오늘따라 바람 한 점 없다.

 

 

혹시나 구름이 나보다 빨리 움직여서 천관산의 하늘을 덮으면 어떡하지? 처음 조망이 되는 작은 암릉에 올라 걱정스런 마음에 천관산을 올려다 보니 내 마음을 아는지 하늘이 멋지다. 탄금바위라고 불리는 선인봉이 멋진 구름과 함께 하고 있다.

 

 

파란 하늘을 구름이 덮으면 어떡하지? 마음은 급하지만 몸은 따르지 않고 애꿎은 땀만 옷을 흠뻑 적신다. 미륵바위가 있는 종봉에 오르니 천관산이 왜 천관산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다. 천관(天冠)이란 부처님의 보관(寶冠)을 이르는 말이다.

 

 

설악의 암봉들과는 또다른 매력의 암봉들이 능선을 따라 환희대 정상까지 이어진다. 조망이 좋은 곳에서 땀을  닦으며 한참을 이곳에서 머무른다. 아마도 한여름 같은 무더위만 아니었다면 훨씬 오랫동안 이곳에 머무르며 남도의 가을을 보냈을거다.

 

 

건너편의  구정봉능선에 홀봉과 삼신봉이 유혹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손을 흔드는 것으로 만족이다. 다시 천관산을 찾는다면 천관사에서 출발하여 홀봉과 삼신봉에서 이곳을 바라보고 싶다. 분명 또 다른 풍경을 볼수있으리라 생각된다.

 

 

 

 

 

 

 

 

청수대에서 다시 오랫동안 머물며 땀을 씻어 낸다. 조망 좋은 넓은 바위에 앉으니 세상 시름이 무엇인가? 시원한 바람이 한줄기 불어오면 더 좋으련만...

 

 

석선봉이라고도 불리우는 노승봉, 노승의 모습을 닮았다는데 내 창의력 부족인지... 도대체...

 

 

석선봉을 지나며 바라본 종봉의 모습이다. 여유가 있다면 암봉에 주소를 두고 살아가고 있는 소나무를 만나보고 싶은데... 종봉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광이 멋지지 않을까?

 

 

문수 보현봉과 대세봉이 파란 하늘아래 멋지다. 봉으로 불리우는 것이 조금 의아하다. 대(臺)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무등산의 서석대나 입석대처럼 말이다.

 

 

어찌 되었든 보현봉을 당겨 담고...

 

 

 

당번, 천주봉이다. 이름 그대로 하늘을 떠 받드는 기둥같다. 

 

 

환희대에 오르니 올라온 능선의 암봉들이 한 눈에 조망이 된다. 이름 그대로 환희를 암봉 너머 보이는 제암산은 덤이다. 

 

 

억새가 가을 햇살에 반짝이고 억새 물결 너머 연대봉이 보인다. 문뜩 영남 알프스의 주능성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영남 알프스, 민둥산, 명성산, 오서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5대 억새군락지로 꼽히는 천관산의 억새군락지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남 알프스 다음이 아닐까 싶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억새뒤로 남도의 바다가 함께 조망되니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억새가 서걱거리는 등로옆에 구절초가 군락을 이루고 피어 있다. 눈이 부시게 내리쬐는 햇살에 하얀꽃잎이 더 하얗게 보인다. 음력 9월 9일에 꺽인다는 뜻도 갖고 있고 아홉번 꺽인다는 뜻도 있는 이름이다. "가을 여인"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 꽃은 차로 마시기도 하는데 줄기도 약용으로 사용한다.

 

 

물도 떨어져 가고 더위에 지쳐 걱정했는데 아이스께끼 장사가 막 도착한다. 아스께끼 두개를 사서 입에 넣으니 꿀맛, 그 이상이다. 정상석 근처에서 산객에게 부탁하여 인증샷을 한다. 한여름처럼 뜨거운 햇살에 오래 머물수도 없다.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는 꽃말을 갖고 있는 용담이 철죽나무 가지에 숨어서 피어 있다. 철죽이고 싶었을까? 

복효근 시인은 용담 꽃말인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를 제목으로 한 시를 짓기도 했다.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누리 햇살에 둘리어 있을 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다.

 

화장실에서 간단히 땀을 씻어내고 정남진의 토요시장으로 향한다. 2,7일 열리는 오일장과 관계없이 매주 토요일 장이 열려 토요시장으로 불린다. 아내는 혼자라도 삽합을 먹고 오라고 하지만 어떡해 혼자 먹을수가 있을까? 육회비빔밥을 시켜먹고 삼합을 사서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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