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1년 9월 30일 토요일
코스 : 오색~원설악폭포
9월말이면 어김없이 설악산은 단풍소식을 들고 등장한다. 올해는 늦더위 탓에 예년보다 3일 늦은 26일이 첫 단풍으로 기록되었다. 3일이 빠르면 어떻고 3일이 늦으면 어떤가? 이맘때면 언제나 찾아오는 설악산의 단풍소식이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더 단풍으로 치장한 설악을 보고 싶다. 어떤해는 1년에 50번 가까이 설악을 찾은적도 있지만 대청봉의 단풍을 본적은 거의 없어 올해는 대청봉의 단풍을 보고 싶다.
어제 오후부터 몸컨디션이 떨어지더니 온몸에 힘이 빠지며 무기력 해진다. 일찍 잠을 청하지만 대청봉을 오를수는 있을지... 아내는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다음에 가라고 하지만 단풍은 다음이 없다. 가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니 컨디션이 조금 좋아진듯... 가자 설악으로!
8시가 되어 오색에 도착하니 우와! 벌써 많은 산객들로 오색은 가득하다. 결국 내가 전용 주차장처럼 주차를 하던 곳은 어림도 없고 유료 주차장도 벌써 만원이다. 겨우 식당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더니 대청봉 가는 사람은 만원이란다. 대청봉 간다고 머리띠를 두른것도 아닌데 다짜고짜 대청봉이라며 만원을 가로채 간다.
돌계단을 오르니 종아리와 허박지가 이내 신호를 보낸다. 아! 컨디션이 회복된것이 아니었구나! 쉼터마다 쉬어가며 4시간 30분 페이스로... 거북이처럼 오른다. 멋진 대청봉의 풍광을 담아보겠다고 지난번 구입한 카메라를 배낭에 넣은 곳이 후회가 된다.
설악골 못미쳐 오르막길에서 마중나온 단풍을 만난다. 올 처음 만나는 단풍이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행복은 언제나 같다.
설악골로 들어서서 한참을 바위에 등을 대고 눕는다. 바위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이 컨디션을 회복시켜 주기를 기대하지만 그렇게 쉽게 회복될 수 있는 몸 상태는 아닌듯하다.
내가 설악골에서 가장 좋아하는 무명폭포다. 크기는 작아도 마치 인공폭포처럼 빈틈 없는 모습의 폭포는 언제보아도 기분이 좋다. 이곳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다. 풍경에 취해 욕심내고 마가목주를 몇잔 마셨더니 기분은 좋은데 컨디션은 더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이곳을 오르면 등로는 한결 편해지지만 오늘 컨디션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대청봉은 무리다. 이곳에서 한참을 바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제 설악은 내 것이 아닌가보다. 무장공비처럼 설악을 누볐었다. 오색에서 대청봉은 1시간 30분이면 충분했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가지 못하는 설악원폭포 상단을 카메라에 담고 미련없이 돌아선다. 대청봉은 다음에 다시 가면 그만이다. 무리해서... 모험을 하며 산행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다시 돌아온 설악골에는 대청에서 내려서는 산객들이 여기저기 모여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바꾼 풍경인지는 몰라도 산객의 70%가 젊은이들이다. 젊은 산객들은 처음 올라가본 대청봉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