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선유도 장자봉

Edgar. Yun 2021. 12. 14. 16:15

일시 : 2021년 12월 11일 토요일

 

지난주는 시험준비로 주말과 휴일을 방콕했으니 이번 주는 어디든지 가야하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미세먼지가 예보되어 있고 흐림이 예보되어 있다. 주말과 휴일에는 미세먼지 금지령을 내리면 안될까? 

지독한 미세먼지에 등산은 이미 포기했고 요즈음 핫한 보령터널을 갈까? 아니면 어제 TV에서 소개된 선유도를 갈까? 아내에게 물으니 선유도이다. 나는 두번 다녀왔지만 한 번도 다녀오지 못한 아내는 선유도를 가보고 싶단다. 여섯시에 출발하겠다는 계획은 늦잠으로 물거품이 되고 여덟시가 넘어서 출발을 한다. 늦은 출발이니 교통 혼잡은 피할 수 없다. 선유도는 본래 군산도라 불렸으나 섬의 북단에 있는 100여미터의 두 봉우리가 마치 신선이 마주 앉아 바둑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선유도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신이 놀라다간 섬 선유도는 얼마전까지는 다리가 없어 배로 들어 갔으나 지금은 자동차로 장자도까지 갈 수 있다.

선유도 해수욕장을 지나 망주봉으로 향한다. 예전에는 등산이 가능했는데 등산금지 팻말이 커다랗게 세워져 있다. 자동차 한대가 겨우 통과하는 도로를 지나 작은 식당으로 들어선다. 이른 점심이지만 사람들이 몰려 들기전에 점심을 먹을 요량이다. 아내가 들어가자고 한 어머* 회 식당안은 아직 손님이 없다. 주문한 바지락 국수가 나온다. 뭐지? 국만한 한가득인 바지락 칼국수는 처음 본다. 국수는 억지로 건지면 1인분이 될까? 바지락은 10여개도 채 들어 있지 않다. 밑반찬으로 총각김치와 배추김치, 그리고 단무지가 나왔는데 총각김치를 추가 주문하며 셀프냐고 묻자 주인은 "셀프로 하면 부도나요" 서둘러 나와 옆의 카페를 기웃거리다 그냥 차를 몰고 나오고 말았다. "나는 지금 바지락 칼국수에 빈정상해 망주봉을 떠나고 있다"

 

 

 

선유도해수욕장은 썰물이라 넓은 백사장을 드러내고 걸으라고 말을 한다. 모래가 단단하여 걷기에 그만이다. 만조가 되어 물이 가득 차면 가득 찬대로 썰물이 져 물이 빠져나가 갯벌이 드러나면 또 그대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탁 트이게 해준다. 모래 언덕의 그네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장자도와 말도, 그리고 조용한 바다는 멍때리기 너무 좋은 풍경이다. 여름이라면 선유낙조를 기다릴텐데... 잔뜩 흐린 하늘에 낙조는 언감생심이다. 이 해변을 따라 예전에는 모래 언덕이 높았었고 그 모래언덕을 따라 해당화가 무리 지어 심어졌었다고 한다. 해당화가 만발할 때면 그 향기로 선유도 일대가 흠뻑 취하곤 했다고 하는데 한 경찰지서장이 당뇨병에 특효라고 캐가기 시작한 이후, 당뇨병 환자들이 너도 나도 뽑아 가는 바람에 지금은 해당화 한 그루 볼 수 없는 민둥 모래 둔덕만 남아있고 몇그루 해당화가 심어져 있다. '쉐엑' 소리에 고개를 들면 해수욕장 입구에서 솔섬까지 이어지는 짚나인 소리다. 

 

장자도로 향하는 옛도로 주변에는 아직 쑥부쟁이가 피어 있어 남도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장자대교를 건너니 아직 배추도 얼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고 갓이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할매바위에 얽힌 사연을 보니 은근히 부화가 치민다. 그냥 믿으면 되지 뭘 그렇게 의심해서 아직까지 바위로 남아있는지...

 

선유도는 1123년 송나라 사신단 200여명이 몇 척의 배에 나눠 타고 가거도 홍도, 비금도 등을 거처 고려를 방문하는데 개경에서 고려의 환영단이 마중 나온 곳이 선유도라고 한다. 그때 환영단의 대표로 선유도까지 왔던 사람은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이었다니 선유도를 다시 보게 한다. 선유도에 왕의 행궁까지 있었다고 하는데 관광 안내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정상으로 향하는 등로도 예전에 볼 수 없던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뒷쪽의 등로를 이용하여 다시 우너점으로 내려섰다. 새로 놓여진 장자대교와 같이 있는 인도교는 많이 낧아 얼마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거란 생각이드니 괜히 짠하다. 

 

장자도 입구에는 유난히 호떡과 커피를 같이 파는 가게들이 많다. 길쭉이 꿀호떡과 커피를 파는 집에서 우리도 군것질로 휴식을 취한다. 우리 동네에서는 이제 호떡을 사서 먹기도 쉽지 않다.

 

장자도에서 나와 선유도의 선유봉으로 향한다. 지난 두번의 방문에 가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꼭 가보고 싶다. 아애가 입구에서 넘어져 무릎이 아파서 혼자 오른다. 선유대교 옆의 등로는 제법 가파르고 미끄럽다. 정상 부근에서 선유대교와 장자도를 담아본다. 일몰을 이곳에서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충무공이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적의 추격을 피해 12일간의 휴식을 취하며 선조에게 장개를 올렸던 섬이 보인다. 충무공은 이곳에 도착 후 심한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그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몸살을 앓지 아노을수 있단 말인가! 선유도에서 12일간의 휴식을 취한 장군은 선유도를 떠난지 14개월 후 선조 31년(1598) 11월 19일 임진왜란의 마지막 해 전이라 할 수 있는 노량해전에서 54세의 나이로 전사하였다. 나보다 젊은 아까운 죽음이다.

 

 

 

 

돌아 나오는 길에 일출명소 쥐똥섬에 들린다. 하늘이 온톤 잿빛이라 괜히 섬조차도 우울해 보이지만 일출 명소라고 한다.

 

저녁을 먹고 가려다가 새만금수산시장에서 회를 사서 집에서 먹기로 한다. 거시기... 가게에서 미리떠논 회한접시와 조개를 사서 집으로 왔는데 가게 이름처럼 거시기하다. 회는 오래되었는지 신선도가 떨어져 회로 먹기가 어렵고 조개는 탈출을 했는지 몇놈이 보이지 않는다. 거시기하다. 아침에는 바지락 칼국수가 거시기 하더니 하루종일 음식이 우리를 불쾌하게 한다. 음식으로 유명한 전라도라 더 거시기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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