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내변산

Edgar. Yun 2022. 2. 20. 06:21

일시 : 2022년 2월 19일 토요일

코스 : 내소사~청련암, 내변산주차장~직소폭포

지난주 맹추위에 곁에 오던 봄이 뒷걸음쳤지만 내변산의 봄을 마중하고 싶었다. 거의 매년 내변산으로 봄 마중을 다녀왔으니 올해도 다녀와야 내 곁에 봄이 오지 않을까? 블로그에는 벌써 열흘 전부터 내변사의 복수초와 노루귀가 올라왔는데 봄꽃은 맹추위는 아랑곳하지 않을 듯싶다. 가까우면 좋으련만 집에서 꼬박 세 시간이 걸려 내소사 입구에 도착을 했다.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정든 민박 정원부터 찾는다. 민박집을 운영하시는 노인분이 가꾸는 정원에는 봄이면 언제나 복수초가 피어 있었다.

지난주 맹추위에 냉해를 입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복수초는 노랗게 피어 있었다.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생각하게 한다. 몇 년 후에 귀촌을 하면 정원 한 구석에 나도 노란 복수초를 심을 거다. 그리고 그 옆에 노루귀와 변산바람꽃도 심어 봄을 마중하고 싶다.

 

 

낯선 이들이 행여 꽃을 다치게 할까 걱정스러웠는지 정든 민박 사장님이 우리 곁에 오셔서 꽃 이야기를 하신다. 지난주에 다녀간 사람들 중에 꽃을 꺾어 눈에 묻어 놓고 사진을 찍은 사람도 있었고 등산화로 꽃을 밟은 사람들이 있어 속이 상했다고... 어찌 속이 상하지 않겠는가!

 

 

8,000원의 입장료를 내고(설악산 신흥사보다 비싸다) 내소사로 들어선다. 내소사로 들어서려면 전나무 숲길을 지나가야 한다. 전나무 숲이라고 하기에는 전나무의 개체가 너무 적어 그냥 전나무 가로수길이다. 전나무는 나이를 밝히지 않아 알 수 없으나 백번 이상 봄을 마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직 잔설이 남아 있는 전나무 가로수 길을 지나 쏜살같이 청련암으로 향한다. 오늘 내소사를 찾은 이유가 청련암 가는 길의 노루귀 꽃을 만나기 위함이다.

 

청련암은 내소사에서 1km쯤 시멘트길을 가파르게 오르면 만날 수 있는데 가는 길에 복소초와 노루귀 군락지가 있다. 툭하면 길을 가로막는 국립공원이 내변산이라고 가만히 놓아 둘리 없다. 내소사에서 청련암, 그리고 새봉까지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을 해놓았다. 매표소에서 청련암을 갈 수 있냐고 물으니 작은 소리로 "네"라고 답을 한다. 이제 책임은 직원에게 있다(ㅋㅋㅋ)

 

 

잔설이 남아 있는 복수초 군락지는 이미 수백 명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다. 나도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복수초를 담아본다. 안타깝게도 복수초는 지난밤의 맹추위에 꽃잎을 닫아버린 채 햇살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만난 노루귀는 렌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작은 꽃잎을 피우고 있었다. 작아도 너무 작아 개별꽃을 보는듯하다. 찬바람에 흔들이는 꽃잎이 안쓰럽고 차마 렌즈에 담기조차 조심스럽다. 담고 싶었던 노루귀꽃의 꽃대는 결국 담아오지 못했다.

 

 

새봉에서 노루귀꽃을 보고 싶어 내려왔다는 산객들을 뒤로한 채 청련암으로 향한다. 산객을 먼저 맞는 것은 바람에 서걱거리는 산죽의 댓잎이었다. 대나무의 환영을 받고 올라서면 산성의 누각 같다는 생각이 드는 청련암이 반겨준다. 청련암의 상징일까? 가운데 서까래는 푸른 칠이 되어 있다. 어떤 이들은 내소사가 청련암을 업고 있다고 하지만 이곳에서 내소사를 내려다보면 청련암이 내소사를 품고 있는 듯하다. 내소사보다 청련암이 먼저 생겼다고 하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청련암 뒤편의 감나무와 모과나무는 아직 봄을 맞을 채비조차 하지 않았지만 석간수가 흘러나오는 작은 샘에는 부지런한 개구리들이 벌써 알을 품어냈다. 

 

 

조용한 산사에 울려 퍼지는 풍경소리를 들으며 산죽 너머 곰소만을 바라본다.

 

 

청련암에서 바라보는 관음봉에서 새봉 가는 길의 암릉, 소나무가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암자 뒤편의 모과나무에서 지난해의 흔적을 남겼나 보다. 모과차를 끓여 드시지...

 

 

내소사에서 500m 떨어져 있는 관음전을 들렸다. 내소사의 전경을 보려면 이곳 관음전에 오르라고 추천하고 싶다. 내소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관음전과 청련암에서는 산사의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다.

 

 

다시 내소사로 내려섰다. 내소사에서 바라보는 관음전은 내소사를 찾은 이들조차 관심받지 못한다. 출입을 금지해 놓았으니 더더욱 찾는 이가 없음은 당연하다. 우측의 청련암은 대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노란 산수화가 핀 모습을 보고 싶다. 여러 차례 내소사를 찾았지만 한 번도 노란 산수유꽃을 보지 못했다. 산수유나무도 이렇게 분재처럼 예쁘다는 것을 이곳 내소사에서 알았다. 올해는 구례를 가지 말고 이곳에서 산수유꽃을 만나볼까?

 

 

내소사는 백제 무왕 때 혜구두타 스님이 창건했으니 1000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간 고찰이다. 물론 임진왜란 때 불에 타서 다시 중건했다.  소래사라는 이름이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다녀갔다고 이름이 내소사로 바뀌었다고 하니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다.

 

 

나는 모두부, 아내는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내변산 주차장으로 향한다. 청련암에서 새봉으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아내와 함께는 무리라서 포기했다. 운동량이 부족한데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려면 어디가 좋을까? 주차장에서 직소폭포 다녀오는 코스라면 거리도 산행 난이도와 볼거리도 OK다. 늦은 시간인지 생각보다 산객도 적어 안성맞춤이다. 직소 보는 겨울 얼음이 녹았다가 이번 추위에 다시 얼었는지 유리알처럼 투명하다.

 

 

옥녀탕과 분옥담에도 봄은 오고 있는 걸까? 아직은 잔설과 얼음이 남은 옥녀탕과 분옥담을 보면 봄이 그리 쉽게 오지 않을 듯하다. 올라오는 길에 변산바람꽃 자생지를 돌아보았는데 아직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소에 직접 물이 떨어진다고 붙여진 이름 "직소폭포" 다행히 산객이 아무도 없으니 직소폭포는 온전하게 우리 두 사람의 것이다. 가족 단위의 탐방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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