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월악산

Edgar. Yun 2022. 2. 28. 10:01

일시 : 2022년 2월 27일 일요일 

코스 : 보덕암~하봉~중봉~영봉~신륵사 삼거리~신륵사

요즈음 운전을 하면서 자주 듣는 노래가 자우림의 "봄이 오면"이다.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오고 있는데 무엇이 그리 급한지 보름 전부터 봄을 찾아 헤매고 있다. 2주 전에 동해의 냉천에서 복수초를 만나 봄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었다. 지난주에는 내변산의 청련암을 올라 복수초와 노루귀꽃을 만났었다. 열흘 넘게 강추위가 몰아쳐 봄은 예년보다 늦게 오고 있지만 분명 봄은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번 주에도 봄을 맞으러 갈까? 풍도에는 봄이 왔을까? 블로그를 찾아보지만 풍도의 봄꽃은 아직 인듯하다. 맘 같아서는 제주도의 봄을 맞으러 가고 싶고 여수의 봄을 만나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미세먼지와 비가 예보되어 있는 토요일을 피해서 일요일 산행을 계획하는데 어느 산을 갈지 고민이다. 아내와 89년도에 다녀왔던 월악산의 영봉을 다녀오고 싶다. 일요일은 마침 미세먼지가 없는 쾌청한 날씨가 예보되어 있으니 영봉 산행이 제격이 아닐까? 

89년도 월악산 첫 산행은 덕주사에서 시작하여 영봉에 올랐다가 동창교로 하산하였는데 오늘 산행은 보덕암을 들머리로 결정했다. 하루 17만 명이 확진되는 오미크론 탓인지 휴일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고속도로는 막힘이 없다. 보덕암으로 들어가는 북평리 다리에서 차를 세우고 월악산을 담는다. 멋진 월악의 모습이다. 89년도에는 하봉과 중봉을 오르는 코스가 없었는데 오늘 처음 가는 코스가 기대된다.

 

 

북평리에서 보덕암으로 올라가는 길은 마을을 지나 1.5~2km를 위로 올라 가는데 도로가 매우 좁다.  9시에 주차장에 도착해서 보니 주차장은 화장실 앞의 공간과 그 위의 공간을 포함해서 최대 20여 대의 주차 공간인데 벌써 만차에 가깝다. 택시기사의 말에 의하면 겨울철이 아니면 새벽 4시만 되어도 만차라고 한다. 나는 서너 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운이 좋은가 보다.

 

 

주차를 하고 보덕암을 오른다. 산행은 시작부터 거친 숨을 요구한다. 처음부터 가파른 등로에 아내가 제대로 따라올지 걱정이 된다. 보덕암에서 들려오는 불경소리를 들으며 전망대에서 충주호를 바라본다. 충주호는 벌써 봄맞이를 끝냈는지 해빙이 되어 푸르다. 보덕암을 들리고 싶지만 이른 아침부터 들린다는 것이 왠지 조금 조심스러워 내려오는 길에 들리기로 하고 서둘러 하봉으로 향한다. 

 

 

가파른 등로 탓인지 아내는 시작부터 힘들어 하고 벌써 서너 팀이 우리를 앞질러 간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완등이기에 개의치 않는다. 다른2시간 걸린다면 우리는 4시간 걸려 오르면 그만이다.  등로에 지난밤 내린 싸락눈이 제법 쌓여 있다. 마치 사카린을 뿌려 놓은 듯하다.

 

 

등로 주변에는 책처럼 쌓여 있는 바위들이 종종 눈에 띈다. 지질학을 공부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화산의 영향이 아닐까?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다 돌아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충주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악어봉에서 내려다보던 악어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아내는 여기서 악어봉을 보았으니 악어봉을 가지 않아도 된단다.

 

 

어젯밤에 내린 눈이 마치 송화처럼 솔잎에 하얀 꽃을 피웠다. 갑자기 어릴 적 어머님이 해주시던 송화다식이 생각이 난다. 두 달 후면 송화가 피어 바람에 날리겠지!

 

 

하봉 전망대에 올라서니 그림처럼 펼쳐진 충주호가 산객을 맞는다. 하봉까지 가파른 등로를 오른 산객들을 위로하는듯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묻고 싶다. 악어 봉이 월악산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길을 막아서는지... 물론 다행하게도 최근에 개방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개방을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혼란을 초래할지... 벌써 걱정이다.

 

 

2주 전 쉰움산 다녀올 때의 기온을 예상했는데 훨씬 더 쌀쌀하다. 한참을 기다리니 아내가 올라온다. 가파른 등로를 최근에는 오르지 않았고 눈까지 군데군데 쌓여 있으니 더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봉을 지나 중봉으로 지나는 길에 돌아보니 절벽 위의 소나무가 한 폭의 그림이다. 

 

 

하봉으로 가는 협곡에는 다리가 놓여 있다. 작은 다리이지만 이 다리는 많은 산객들이 안전하게 영봉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연을 지나치게 훼손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무작정 보호한다고 출임금지 금줄을 쳐놓는것도 옳은 방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백두대간의 비 탐방 구간에 대한 논쟁도 그런 관점에서 보아야 하지 않을까?

 

 

문경의 진산 "주흘산"을 당겨 담아본다. 이른 봄날에 이렇게 좋은 조망을 만난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멋진 조망을 만나려고 어제 산행을 미루고 오늘 왔는데 탁월한 선택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중봉에서 돌아다보니 한 폭의 그림처럼 소나무와 충주호가 어우러져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게 다시 묻고 싶다. 여기서 혹시 악어봉을 바라본 적이 있느냐고! 월악산 국립공원으로 포함시킨 자체가 억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다시 내려가서 영봉으로 올라가야 한다. 지친 아내가 무사히 영봉을 오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영봉으로 오르는 길은 어젯밤 내린 눈이 제법 쌓여 한겨울의 풍광을 하고 있다. 아이젠을 꺼내 아내의 등산화에 착용해준다. 한결 편하게 올라오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다. 

 

 

영봉에 올라 먼저 덕주사 방향을 조망한다. 33년 전에 아내와 같이 올라왔던 길이다. 영봉을 올라 동창교로 하산했었다. 오늘은 어디로 하산을 해야 할까? 아내의 컨디션으로 원점 회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다. 동창교나 신륵사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저 멀리 주흘산이 보이고 문경새재의 마루금들이 보인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니 아내가 드디어 영봉으로 올라왔다. 33년 전에는 영봉에 올라오니 서산에 해가 지고 있었다. 

 

 

33년 만에 다시 오른 영봉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30년이 넘었으니 변하지 않으면 이상한 거다. 정상석은 그때의 정상석인지... 당시에는 올라오는 계단이 없어 매우 힘들게 올라왔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도 두세 명이 정상에 있었는데 맥주 한잔 마시면서 충주호 너머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았었다.

 

 

영봉에서 바라보니 멀리 소백산이 흰 눈을 덮어쓰고 있다. 아직 소백산은 봄이 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가 보다. 영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최단거리이고 내려가는 길이 좋은 신륵사가 하산 방향이다. 신륵사로 내려서는 길은 생각보다 온순하고 짧아서 좋다. 그러나 볼거리가 없다는 단점이 있어 산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은 코스이다.

 

 

매우 힘들어하는 아내를 기다리며 영봉 전위봉을 담아본다. 오늘따라 스틱을 가져오지 않아 아내는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 신륵사 주차장을 1km 남겨두고 택시를 호출한다. 아침에 보덕암에서 택시기사에게서 명함을 받았다. 택시 요금은 신륵사에서 보덕암까지 35,000원이다. 20여분을 기다려 택시를 타고 보덕암에서 도착하니 아직 여러 대의 차가 남아 있다.주차장에서 빠져나오다 승용차가 빠져 견인차량이 열심히 견인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택시기사가 능이버섯전골 식당을 소개하여 주었는데 오늘은 송어회가 필요하다. 택시기사의 말 대로 덕주사 근처 송어회 식당을 찾았지만 맘에 들지 않아 검색을 해서 제천 방향으로 10km 지점의 대성송어양식장으로 향한다. 300g에 24,000원 600g을 포장해서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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