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2년 2년 12일 토요일
코스 : 천은사~석탑~쉰움산
소나무를 좋아한다면 쉰움산으로 가라!
막내가 코로나 안치 판정을 받고 어제 부대로 복귀하였다. 두통이 사라지고 일주일 동안 괴롭혔던 콧물도 좋아지고 목감기도 낳았다. 일주일 동안 매일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상태를 확인하며 마음 졸였는데 이제는 마음 편하게 주말 산행을 떠날 수 있다. 부대에 복귀해서도 일주일은 자가격리를 유지한다고 한다.
봄이 오는 신호인지 날씨가 풀리더니 미세먼지가 예보되어 있다. 동해안은 미세먼지가 나쁘지 않다고 하니 동해안의 산을 다녀오자! 그런데 마땅한 산이 없다. 아내와 함께하는 산행이라 산을 고르기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고른산이 쉰움산이다. 두타산의 정상에서 동쪽으로 떨어진 능선에 있는 570m의 작은 봉우리이다. 정상에 쉰 개의 우물이 있어 쉰우물산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아마도 쉰움산은 여기서 유래한듯하다. 오는 길에 동해시의 냉천공원에 들려 복수초를 볼 수 있으니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고 즐겁다.
연일 5만명이 넘는 확진자 탓인지 늦게 출발을 했는데도 교통혼잡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 11시가 조금 넘어 천은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천은사로 올라가는 마을의 작은 하천이 건천으로 변해있고 곳곳에 산불 감시초소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삼척에 큰 불이 났으니 그 어느 곳보다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천은사로 올라가는 짧은 길목에는 수령 25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산객을 마중하며 천은사의 역사를 얘기한다.
천은사는 내려오는 길에 들릴 생각이다. 작은 다리를 건너 쉰움산으로 향한다. 천은사에서 쉰움산으로 향하는 등로는 우리가 선택한 코스와 천은사 뒤편 능선을 오르는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계곡을 따라 오르는 코스를 선택했다. 작은 계곡이 아닌데도 계곡은 거의 건천이라 왜 삼척이 산불이 많이 나는지 짐작이 간다.
산객이 거의 없으니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 마스크를 벗고 오르다가 산객을 만나면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는데 쉰움산에서 만난 산객이 채 열명이 되지 않으니 쉰움산을 고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등로는 갈잎이 수북이 덮여 있어 눈길처럼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어느새 한낮의 온도는 10도를 육박하고 있어 봄이 멀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노란꽃을 준비하고 있는 생강나무를 보니 봄이 실감 나고 기다려진다. 올해는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그 어느 해보다도 봄꽃을 마중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니 아쉽다.
계곡 옆을 따라 오르다가 본격적으로 쉰움산을 오르자마자 명품 조망처가 나타난다. 커다란 소나무 아래 앞산을 바라보며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다. 봄바람이 불면 하루 종일도 앉아 있다가 갈 수 있을 것 같다.
한참을 놀다가 자리를 비워주니 더 멋진 풍경만 남았다. 솔잎향기 가득하니 맥주나 커피보다는 솔잎차 한잔이면 어떨까?
조금 더 올라서니 명품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아내도 나도
소나무에 반해서 연신 감타사를 토해낸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산을
다녔지만 이렇게 멋진 소나무가 셀 수 없이 많은 산은 만나지 못한 듯하다.
기대하지 않았던 명품 소나무들로 쉰움산의 산행이 행복으로 가득하다.
10분이면 오를 수 있는 거리를 30분이 넘게 걸려 오른듯하다. 잠깐 소나무에 취해 있는 우리에게 여백의 시간을 가지라고 멋진 암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높지 않은데 조망도 거침이 없다. 오려다 보면 쉰움산의 정상이 높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 이곳에서 김밥 한 줄을 나눠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암릉 아래에 보이는 멋진 비박 장소! 막내에게 전화를 하니 대답이 없다.
많은 돌탑이 있어 나도 작은 돌탑 하나를 쌓았다. 좀 더 높게 쌓고 싶었는데 아내의 잔소리에 더 쌓지 못했다.
소나무 군락지는 능선까지 이어지고 그리 가파르지 않은 등로는 기분 좋은 산행의 보너스다. 정상에 올라서니 생각보다 넓은 암릉이 펼쳐져 있고 쉰움산의 이름을 선물한 바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2.5km만 오르면 두타산 정상이다. 신움산은 쉰움산이 아니고 신움봉이다.
정상에는 아무도 없다. 횡재다. 눈치 볼 필요가 없으니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자유를 만끽한다. 정상석에는 쉰움산이 아니라 오십정이라고 쓰여 있다. 쉰 우 물산이 쉰움산이 된듯하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남은 김밥 한 줄과 맥주 한 캔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내려오며 만나는 소나무 군락은 또다시 탄성을 부른다. 다시 보아도 멋진
소나무 군락이다.
올라갈 때 담지 않고 지나쳤던 돌탑을 담고 서둘러 천은사로 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탑을 좋아한다. 불교의 영향인지 도교의 영향인지는 모르겠다.
올라오는 길에 동해시의 냉천공원에 들려 복수초를 만난다. 냉천에는 두 명의 관리하는 사람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공원 아래쪽의 몇 송이만 담을 수 있다. 기슭에는 여러 송이의 복수초가 노란 꽃을 피우고 있지만 담을 수 없어 아쉽지만 올해 처음으로 야생화를 보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