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덕유산

Edgar. Yun 2022. 2. 3. 09:48

일시 : 2022년 2월 1일 화요일(설날)

코스 : 설천봉~향적봉~중봉

 

설날에 여행을 가는 호사(?)를 누려보고 싶다. 차례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은 명절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알지 못한다. 준비가 끝난 설날 아침에 손님처럼 잠깐 왔다가면 그만이다. 오미크론이라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지구를 뒤덮었고 우리 나라라고 예외가 되지는 않는다. 15,000명을 넘어 2만 명에 육박한다. 오미크론이 차례를 지내지 않도록 휴가 아닌 휴가를 주었다. 난생처음 설날 산행을 떠난다. 오늘을 위해 처가집도 어제 다녀왔다.

새벽에 내린 눈이 제법 쌓여 있어 조심스럽게 무주로 향한다. 그래도 고속도로로 올라서니 제설 작업이 이루어져 다행이다. 평소에는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는데 3시간이 걸려 곤드라 주차장에 도착한다. 눈발이 날리고 있지만 기상청 예보에는 오전에는 그친다고 했으니 어쩌면 향적봉에 올랐을 때는 파란 하늘이 반겨 줄지도 모른다.

바램은 그냥 바램이었다. 설천봉에 도착하니 눈발은 더 거세지고 온통 곰탕이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서둘러 향적봉으로 향한다. 어쩌면 처음 덕유산에 오른 사람들은 눈 내리는 덕유산이 더 오래 기억될지도 모르지만 난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상고대를 보고 싶었다.

 

 

덕유산 정상석에는 오늘도 길게 줄을 서서 인증 사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발걸음을 중봉으로 향한다. 어쩌면 중봉 다녀오는 길에는 파란 하늘을 볼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말이다.

 

 

중봉으로 가는 등로는 한산해서 좋았다. 곤돌라를 타고 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봉에서 바라보는 덕유평전은 관심밖일게다. 설천봉에서 향적봉 오르는 등로에서 만난 상고대와 눈꽃만으로도 인생 여행일테니까! 마음같아서는 남덕유까지 내달리고 싶다.

 

 

중봉으로 가는 길에 습관처럼 사진에 담는 주목을 오늘도 담는다. 우리가 죽은 것에 환호하는 몇 안 되는 존재이다. 어쩌면 인간들은 살아있는 주목보다 죽어 있는 주목을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중봉으로 오르는 길목을 세찬 눈보라가 몰아친다. 이곳에 도착하면 눈이 그칠 거라는 기대는 보기 좋게 무너졌다. 지난 여름에는 비가 세차게 몰아치더니...

 

 

세찬 눈보라는 금세 볼을 얼려버린다. 양볼이 얼음처럼 얼어붙어 아프다. 마스크도 얼어 다시 착용하니 얼굴에 밀착되지 않는다. 계획은 덕유평전을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오는 것이었는데 서둘러 다시 향적봉으로 돌아선다. 차라리 조금이라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행 곤드라는 아직 사람이 별로 없어 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탈 수 있었다. 서둘러 차에 올라 내비게이션을 켜보니 집까지 예상 소요시간이 4시간이다. 4시간이면 생각보다 아직 교통 흐름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고속도로에 오르니 시간이 자꾸 늘어나고... 국도를 탔다가 다시 고속도로를 타고... 다시 국도를  타도 시간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기를 반복한다. 결국 5시간이 걸려서 집에 도착한다. 아! 귀성과 귀경이 이런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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