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발왕산

Edgar. Yun 2022. 3. 19. 19:16

발왕산-이른 봄에 설화를 마중한다.

일시 : 2022년 3월 19일 토요일

코스 : 스키장~평창 평화봉~전망대~스카이워크

구례로 노란 상수유 꽃을 보러 갈까? 아니면 목포의 유달산을 다녀올까? 갑자기 만나기 어려운 춘설 화가 피었으니 오늘은 발왕산으로 향한다. 어젯밤에 케이블카를 예약해 두었으니 시간에 맞춰 도착만 하면 된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설거지를 하고 된장찌개를 끓였다. 그리고 감자채도 볶았다. 이제 성인이 다 된 딸들이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어떨까? 아내를 깨워 준비를 마치고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온다. 눈이 내린다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보고 설마 했는데... 눈이 내리고 있다. 발왕산에는 눈이 내려도 이곳 죽전까지 눈이 내리고 있을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광주 오포로 넘어가는 도로의 양옆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설화가 마치 제주의 1100도로의 풍경을 옮겨 놓은 듯하다. 어젯밤에 전해진 절친의 투병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누워 있는 아내를 보니 마냥 좋아할 수도 없다. 아내의 절친이지만 나의 후배이기도 한데... 부디 병마를 이겨내고 다시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아내의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나도 절친 두 명과 이미 영원한 이별을 해보아서 친구와의 이별이 가져오는 그 슬픔을 너무도 잘 안다. 아직은 이별할 때가 아니다.

 

 

올림픽을 치러낸 평창이라서 그럴까? 한겨울에도 보지 못했던 설화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설화에 취한탓인지 이곳저곳에 차량이 사고로 멈춰서 있다. 나도 한번 휘청! 조심 또 조심해서 운전을 한다. 잠시의 알바뒤에 도착한 케이블카 주차장에는 눈이 발목을 넘게 쌓여 있다.  차들이 작은 오르막도 제대로 오르지 못한다. 서둘러 오른 발왕산 관광 케이블카는 덕유산의 곤드라와는 또 다르다고 생각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덕유산의 풍경과는 많이 다르다.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가득한 산비탈을 돌아돌아 오른다. 정상에는 아래보다 더 세차게 눈이 내리고 있다. 대여해주는 오렌지색의 우산을 챙겨 들고 평화봉으로 향한다.

 

 

아내도 눈부신 설경에 마음이 진정되었나 보다. 우리가 일찍 올라온 탓인지 우리를 앞서간 사람이 거의 없다. 오랜만에 다뎌지지 않은 눈길을 걷는 기분이 좋다. 등로에 쌓인 눈을 보니 최소 20cm가 넘어 보이는 적설이다. 파란 하늘까지는 아니더라도 눈이 이제는 그쳐주었으면 좋겠는데 눈은 쉬지 않고 내린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것은 눈앞의 설화뿐이다.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었다. 전망대와 헬기장의 풍경은 마치 화이트 아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백산의 주목과 덕유산의 주목보다 발왕산의 주목이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태백산과 덕유산은 울타리를 쳐놓고 가 가까이 가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데 발왕산의 주목은 친절하게 의자까지 있다.

 

 

시간이 지났는지 올라오는 탐방객의 숫자가 많이 늘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한산하다. 나처럼 사진을 담고 싶은 사람들만 단체로 움직일뿐이다.

 

 

곤드라는 연신 스키어들과 보더들을 발왕산 정상으로 실어 나른다. 내가 스키나 보드를 타보지는 않았지만 인공설과 비교가 되지 않는 자연설을 봄 선물로 받았으니 그들은 얼마나 좋을까?

 

 

4층의 스카이워크에 올랐지만 발아래의 스키어들만 보일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쉽다. 선자령도 보이고 동해바다도 보고 싶은데... 늦은 봄날에 다시 찾아 일몰을 보고 싶고 오늘 보지 못한 조망을 가져보고 싶다. 6월초에 오면 좋을것 같다.

 

 

내려가는 케이블카는 우리 둘만 탔다. 창문을 열어 놓고 맘껏 설화를 보고 담으며 탄성을 지를수 있다. 사실 설화는 상고대보다 더 만나기 어려운 귀한 풍경이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바람에 눈들이 다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오늘 이렇게 멋진 눈꽃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창밖에 보이는 잣나무는 북유럽에 와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도로는 빙판이었던 아침과 다르게 눈이 녹아 있어 다행이다. 대관령 IC 입구의 김치찌개 전문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향한다. 올라오는 길은 도로에 눈이 없어 전혀 불편하지 않았지만 도로변의 설화도 이미 사라져 아쉽다. 집에 와서 뉴스를 보니 향로봉은 80cm 가까운 눈이 내렸고 양양고속도로에서는 17중 추돌사고가 일어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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