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구례 산수유

Edgar. Yun 2022. 3. 21. 16:09

설화와 산수유가 손을 잡다.

일시 : 2022년 3월 20일 일요일

코스 : 구례 산동면 반곡마을

 

어제 때아닌 눈꽃을 보고 왔지만 향기가 있는 진짜 봄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아내는 피곤하니까 가지 말자고 하지만 진심은 아닌듯하다. 어제와 같은 시간에 나는 다시 집을 나선다. 하늘은 온통 찌푸려있지만 일기예보는 오전에 갬이라고 되어 있어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런데 천안을 지나자 끝내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더니 전주를 지날 때는 눈발이 제법 날린다. 비가 오면 우산 쓰고 걷자고 말은 하지만 괜히 먼길을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우리의 마음을 가볍게 한 것은 밤재터널이다. 밤재터널을 빠져나와 산동면에 접어드니 거짓말처럼 세상이 환하다. 비록 구름은 하늘을 가리고 있지만 비도 내리지 않고 눈도 내리지 않는다.

밤재터널을 빠져 나오자 가로수로 심어진 산수유가 노란꽃을 가득 피우고 우리를 맞는다. 도로에서 내려다 보이는 산수유시목은 19번도로를 지나며 바라보는 것으로 올해는 대신한다. 노란 산수유 가로수 너머로 멀리 지리산의 설경이 보이는 온천교 입구에 차를 세우고 서둘러 카메라에 담아본다. 1,248m의 고리봉과 1,356m의 종석대로 이어지는 지리산 백두대간의 능선과 1,008m의 차일봉에는 어제 내린 춘설이 설산을 이루고 있다.  아래의 산동면의 양지바른 곳은 산수유가 온통 노랗게 피어있다. 설산과 산수유를 함께 만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오늘 커다란 행운을 누리는 것 같다.

 

 

서둘러 왔지만 이미 반곡마을 입구의 작은 주차장에는 차량이 가득하다. 겨우 하나 남은 주차 공간을 찾아 차를 세우고 서둘러 반곡마을의 서시천으로 향한다. 여러 번 이곳을 찾았지만 오늘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예년보다 2주 늦은 다음 주 만개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들이 직접 와보고 개화일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는 이번 주가 절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제 많은 눈과 비가 내렸지만 진사들이 많이 찾던 서시천의 반석은 올해의 가뭄을 대변하듯 작은 물줄기뿐이다. 올해는 나도 서시천의 포토존으로 내려서지 않는다. 데크를 따라 대음교 방향으로 향하며 산수유를 만끽하고 싶다.

 

 

마치 노란개나리가 피어난 듯 산수유가 만개한 풍광은 장관이다. 오늘 이곳을 찾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직은 탐방객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마음 놓고 걸으며 사진에 담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잠깐잠깐 마스크를 벗고 사진을 찍어도 되어 너무 좋다. 이번주나 다음주 정점을 통과하거라고 하지만 보장되어 있지 않고 정점을 지난다고 펜데믹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으니 이제는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

 

 

지난주 천리포수목원에서 보았던 직박구리기 이곳으로 날아왔을까? 직박구리는 우리 만큼이나 봄꽃을 좋아하나 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세이지만 산수유 노란 꽃 속의 직박구리는 더 예쁘고 반갑다.

 

 

징검다리를 지나 대음교 방향으로 조금 더 오르니 노란 산수유꽃밭에 매화가 이미 지고 있다. 이곳의 봄은 이미 지나가고 있는 걸까? 

 

 

다시 돌아내려와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멈춰 서서 서시천에 잠긴 산수유를 건져본다. 서시천 둑에 핀 산수유보다 더 노랗게 물속에 피었다.

 

 

차일봉으로 보이는 설산과 노란 산수유가 이렇게 잘 어울릴수 있는지 모르겠다. 계척·현천·반곡·상위·하위 5개 마을에 산수유가 가득하지만 반곡마을을 즐겨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돌담을 지나 수선화가 노랗게 피어있는 집의 마당으로 들어서니 주인 할머니가 마당에 작은 장사판을 준비하시고 계신다. 할머니가 손질하신 빨간 산수유를 되어 담아 파시나 보다. 이렇게 지천으로 피었던 산수유가 지고 찬바람이 불면 빨간 산수유 열매가 다시 서시천에 예쁘게 피어날 것 같다. 올해는 산수유 빨간 열매가 피어 있는 풍광을 한 번 보러 와야겠다.

 

 

돌담집을 돌아 나오니 서시천 건너에는 작가들이 작품을 찍고 있는지 모델 한 분이 산수유꽃과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란 산수유 너머 눈 덮인 성삼재가 보이더니 안갯속으로 숨어 버렸다.

 

 

작년에 이곳에서 섬진강의 서정시인, 홍준경 선생님을 만나서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오늘은 만나지 못했다. 작년에 사모님이 코로나에 확진되어 돌아가셨다는데 코로나는 마을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니... 주인 없는 집에 마치 마실 다녀온 주인처럼 편안히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어느 텃밭에 피어있는 매화에 취해 찾아간다. 이미 매화의 봄은 지나가는지 꽃잎이 밭고랑에 눈꽃처럼 떨어져 있는데 매화향은 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고 맴도는지 향기에 어지럽다.

 

 

다시 반곡마을 입구로 돌아와 아내와 차례로 사진에 담아준다. 내년에 다시 올지 모르지만 만개한 올해의 산수유를 다시 보기는 쉽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망설이다가 다리 밑의 반석으로 내려선다. 아마도 이대로 떠날 수 없었나 보다. 반석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풍경에 잠시 멈춰 서서 취해본다. 

 

 

10시가 넘어서자 탐방객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반곡마을이 소란스러워진다. 이제 우리가 떠날 시간임을 알려주는 듯하다. 올해 구례 산수유는 축제는 없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만개하였다. 오랫동안 기억되리라!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 소개되었던 참새미골의 "체험 식당"을 찾는다. 산나물 명가식당으로 소개되었으니 산채밥을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가고 싶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으니 시간이 조금 이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산수유마을에서 약 15km 떨어진 참새미 마을로 기대를 갖고 향한다. 옆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식당을 들어선다. 외관과 내부는 아주 오래된 식당은 할머니들이 운영한다고 소개되었는데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할머니가 반겨주신다. 그런데... 버섯전골을 제외한 모든 메뉴는 하지 않는다는 말에 "급"실망이다. 다음에 들리겠다는 발에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할머니 말씀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것은 왜일까? 메뉴는 그들의 자유와 권한이라고 인정한다. 다시 돌아나오는 것은 나의 자유이다. 문을 열고 나서는 우리를 화단 구석에 피어있는 할미꽃이 빤히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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