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동강 할미꽃, 그리고 백운산

Edgar. Yun 2022. 4. 3. 12:35

일시 : 2022년 4월 2일 토요일

코스 : 문희마을~급경사~정상~칠족령~문희마을

 

보고 싶던 봄이 이제는 곁에 와있다. 아파트 정원의 목련도 꽃을 피우고 살구꽃도 분홍꽃을 피우고 봄이 왔음을 알린다. 이미 남도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상춘객을 초대하고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 봄을 만날까? 쌍계사의 벚꽃을 아내는 보고 싶어 하지만 우리는 평창 동강과 백운산을 찾는다. 동강과 백운산은 영월과 정선, 그리고 평창의 경계에 있는데 오늘 들머리인 문희마을은 평창이니 평창의 백운산이다. 조금 늦게 출발했더니 제법 고속도로가 혼잡스럽다. 경유 가격이 2,000원대로 올라 도로의 차량이 많이 줄었는데 봄이 곁에 오니 도저히 참지 못하고 모두들 봄나들이를 떠나나 보다.

백룡동굴 탐방 안내소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 반이 넘는다. 아내와 함께 백운산을 다녀오려면 최소 6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먼저 강가의 동강할미꽃을 만나러 간다. 지난주가 절정이었던 동강할미꽃 군락지 가는 길은 이미 많은 작가들이 다녀간 흔적으로 신작로 같이 반질반질하다.

 

 

 

 

조금 늦었지만 아직은 보라색 꽃봉오리를 그대로 간직한 채 동강할미꽃은 나를 반겨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온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 간혹 꽃을 훼손하는 몰상식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을 사랑한다.

 

 

 

 

 

 

 

 

동강할미꽃을 만나려면 미끄러운 바위를 오르내려야 한다. 마음이 급해 신발을 갈아신지 않았더니 미끄러워 매우 조심스럽다. 한참을 불편한 자세로 동강할미꽃을 담았더니 얼굴에 땀이 범벅이다. 언제 다시 보러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 애착이 생긴다.

 

 

 

 

 

신발을 갈아신지 않고 쫓아왔던 아내는 결국 입구에서 멈춰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등로에 동강할미꽃이 있으면 좋으련만... 

 

 

강변에서 동강할미꽃을 만났으니 이제는 백운산으로 서둘러 가야 한다. 작은 슈퍼에서 초코파이와 캔맥주를 산다. 점심을 먹고 오르면 너무 힘들 것 같아 정상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을 계획이다. 71살의 슈퍼 아주머니는 영월이 고향이고 75의 아저씨는 군 제후 이곳에 정착하셨다고 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고춧가루도 5근을 사고 가을에 고춧가루를 주문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백운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제비꽃이 마치 동강할미꽃처럼 피어 있다.

 

 

문희마을을 지나 백운산으로 가는 등로에서 10여 마리의 나비를 보았고 서너 마리의 도마뱀을 만났다. 오지 중의 오지인 이곳의 자연환경은 아직 나쁘지 않은가 보다. 갈림길에서 급경사길은 정상까지 1.1km, 완경사 길은 3.2km인데 우리의 선택은 급경사길이다. 아무 볼 것 없는 급경사길을 오르는 것은 지독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가끔 보이는 생강나무와 지천에 보이는 겨우살이가 그나마 위안이다. 어쩜 이렇게 볼거리가 없는지...

 

 

 

 

0.4km 전까지는 이정표도 없으니 더 힘이 든다. 능선에 올라서면 완만한 등로가 기다리고 있다. 도착한 정상에는 한 명의 산객이 열심히 셀카를 찌고 있다. 올라오면서도 내려가는 산객 2명 만을 만났으니 우선 코스 선택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정상은 몇 년 전에 올랐을 때와 별반 변한 모습이 없다. 돌탑이 무너져 내리고 무너진 돌탑 앞에 작은 정상석이 생겼다.

 

 

 

정상에서 캔맥주와 초코파이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오르는  길 못지 않게 칠족령으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라서 아내가 잘 따라 내려올지 조금 걱정이 된다.  커다란 참나무를 보고 아내는 영화에 나오는 나무 같다고 한다.

 

 

 

칠족령으로 내려서는 길은 만만하지가 않다. 급경사에 미끄러운 암반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아내는 조심 또 조심하며 내려서지만 힘들어하는 표정이다. 좌측 절벽 아래의 멋진 동강 풍경을 즐길 여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예산이 문제겠지만 등산로 정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제대호 만난 노루귀꽃이다. 내변산 청련암 오르는 길에 노루귀를 보았지만 너무 작은 노루귀였다. 힘든 하산길에 쉬어 갈 수 있어 더더욱 좋다. 

 

 

 

 

동강할미꽃은 주로 강변의 암벽에 피지만 등로 주변에도 피어난다. 개체수는 적지만 강변에서 만나는 동강할미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강변에서 동강할미꽃을 보지 못했던 아내도 신기해하며 예쁘다고 연신 감탄을 한다. 

갈림길에서 칠족령은 0.2km이지만 패스하고 바로 문희마을로 내려선다. 지난번에 왔을 때 칠족령은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고 지친 아내가 다녀오기에는 짧은 거리도 부담스럽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만난 노루귀 군락지는 꽃이 한창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청노루귀가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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